[9/4(토)]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집앞 풍경이 조금 달라져 있다.
윗쪽 공사하는 사람과 옆땅 주인(울타리 주인공)과의 모종의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울타리도 눈엣가시였는데, 거기에 바위까지 울타리끝에 옮겨져 있었으니 큰 차가 올라가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포크레인으로 바위를 옆집 밭으로 굴려보내고 진입로를 조금 훤하게 한 모양이다.
저걸 본 옆밭 주인은 또 가만 있겠는가.
조만간 또 큰 싸움을 예상할 수 있겠다.
길가 아스팔트쪽 잡초는 시에서 벌초한 모양이다.
키큰 잡초로 무성하던 체육공원도 말끔하게 벌초되어 있다.
수돗간 부근 풍경도 약간 달라져 있다.
포크레인이 왔을 때 흙을 돋우고 물길을 연못쪽으로 낸 것 같다.
큰비라도 오면 돋아놓은 흙이 다 쓸려갈 것 같이 어슬프기 짝이 없다.
이 꽃의 개화기간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정말 대단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는 이렇게 오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이 꽃 말고는 없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쪽풀 줄기에 오늘 보니 파란싹이 돋아나고 있다.
지금 돋은 싹이 언제 자라 씨를 맺을까. 겨울이 머지 않았는데...
방울토마토도 여름 내내 텃밭을 지키고 있다.
잡초가 완전히 점령해버린 고추밭.
잡초 때문에 원래 무엇을 심었었던지조차 모를 지경이 되어버렸다.
우람하게 자란 머위.
자랄대로 자라 하얗고 조그마한 꽃까지 피운 취나물.
도저히 취나물이라고 볼 수 없게 자라 있다.
날씨가 궂거나 좋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제 천명을 따라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부추.
오이넝쿨을 위해 어슬프게나마 제법 정성을 다해 시렁을 얼기설기 꾸려놓았는데,
정작 오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몇 개 남아있지 않은 고추들.
그나마 병든 게 많아 안타깝다.
[9/4(일)]
간밤, 우연히 주방 주변에 하얀 애벌레가 눈에 띈다.
이게 어디서 온 걸까.
맞다. 여름방학 시작할 무렵 시골 갔을 때 빻아서 온 쌀이 아직 쌀자루속에 그대로 주방 한 켠에 있는데,
올 여름, 특히나 비가 잦았던 무더위 속에 그만 벌레가 일었던 모양이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급하게 자루를 둘러메고 유경재로 갔다.
큰 자리를 펼치고 그 위에 쌀자루를 쏟아부었다.
가운데 제법 큰 놈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 쪽 가장자리로는 작고 흰 애벌레들이 수도 없이,
가을 따가운 햇빛에 몸을 비틀고 있다.
그러는 새, 어디선가에서 개미 몇 마리가 나타나 애벌레를 물고 자기 집으로 간다.
그렇게 따가운 가을햇빛에 몇 시간 늘어놓았다가 나와 보니 애벌레들은 거의 죽어 있고,
더 많은 개미들이 분주하게 애벌레시체들을 물고 어디론가로 바삐 가고들 있었다.
이 쌀을 어떻게 하나.
방앗간에 연락하니 그대로 담아 오면 떡가래나 백설기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 모처럼 백설기 한 번 해 먹자구.
줄기를 심었다가 거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쪽 줄기에 새순이 이렇게 파랗게 돋아나고 있다.
우리가 심어놓은 모종이지만 도대체 이게 뭔지를 모르고 있었던 채소.
오늘 아내와 내가 모종 살 때를 추억하며 고민고민한 끝에 드디에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 봤던 핑크빛의 울퉁불퉁한 과일.
우리 나라에서는 식용으로보다는 관상용으로 더러 심는다고 하여 두어 포기 샀던 기억이 어렵사리 되살아났다.
그러고 보니 꽃이 피었던 자리에 마치 새끼포도송이 같은 작은 연두빛 열매가 맺혀 있다.
[2011년 5월 22일 내용 참조]"유주"라고 하는 것으로,
노란 멍게 같은 열매가 열리며, 다 익으면 벌어지며서 빨간 속을 보인다고 한다.
옛날에는 과일로 잘 먹었었는데, 지금 과일이 흔하게 되어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 열매가 궁금하기도 하고 맛은 또 어떨까?
그것보다도 열매를 맺기나 맺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렇다면 조금 더 기다려보자.
텃밭을 살피고 있는 사이, 밭 가에서 뭔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돌아보니
청솔모 두 마리가 잣나무 하나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게 보였다.
밑에 가 보니 방금 그들이 딴 잣이 하나 떨어져 있다.
너희들은 우리 것을 훔쳐가고, 우리는 또 너희가 딴 것을 가져가고...
결실의 계절?
속칭 새똥잎으로 알려져 있는 왕고들빼기의 다 자라 꽃 피운 모습.
꽃이 마치 구절초 꽃을 닮아 있다.
집 남쪽 화단에는 달맞이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그 곁에 명아주는 이제 거의 나무 수준으로까지 여물어져 가고 있다.
호박전.
가지전.
부추전.
깻잎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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