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일까.
그리 오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지난 번 유경재를 찾은 지 열흘 정도 지났나 보다.
그 사이 해바라기가 만개하여 마치 우리를 환영한다는 듯 집 앞에 도열해 있다.
이제 그렇게도 짙푸르던 잡초의 기세마저 한풀 꺾일 때 쯤,
황량한 텃밭, 주인이 잘 찾지 않는 유경재를 이들이 지키고 있었다.
뒤늦게 줄기를 얻어다 심었던 쪽풀은 뒤늦게 푸르러 가고 있다.
하나도 열릴 것 같지 않던 호박도 자세히 보니 이렇게 열매를 맺고 있다.
제법 굵은 놈도 있다.
한창 크기를 키워가는 중이다.
비실거리던 방울토마토 줄기는 약간 손질을 더 해 준 덕분인지, 뒤늦게 붉은 열매를 가득 달고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수확이 끝난 피망도 뒤늦게 새로 몇 개가 열려 있고.
작년에 비해 흉작인 고추도 가을햇살이 다할 때까지 남은 열매를 영글어가게 하고 있다.
도처에 잠자리때. 고추지줏대 위에 한 마리가 조심스레 앉아 있다.
솜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올 때마다 물었던 목화가
마침내 솜을 터뜨리고 있다.
흰꽃, 분홍꽃을 피우고 있는 목화.
이들도 조만간 하얗고 부드러운 솜을 매달겠지.
한여름에 심었던 상추 모종은 옆으로 잎을 달 줄은 모르고, 하늘로 치솟기만 한다.
무성한 들깻잎.
이건 또 무슨 꽃일까.
초점을 잘못 잡았다.
초가을, 유난히 많아 보이는 강아지풀.
쪽풀도 어느새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진 다음에는 씨가 맺힐 것이고...
서편 하늘에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도대체 이 꽃은 개화지속시기가 얼마나 되나.
초여름부터 피어있던 꽃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니...
돌아오는 길, 먹구름은 사라지고 마치 목화솜 같은, 솜사탕 같은 구름이 탐스럽게 내 시선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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