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가지 못했던 유경재가 못내 궁금하다.
그런데 어제는 누가 쪽염색 하다가 잎을 따낸 줄기를 주었기에
생명이 다하기 전에 심기 위해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 유경재로 달려갔다.
달맞이꽃인가?
집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잦은 비로 다른 채소들은 모두 제대로 자라지 못하건만
유일하게 이 해바라기만큼은 튼실하게 잘도 자라고 있다.
마치 유경재의 파수꾼처럼...
역시 이름을 아직 모른다.
작년 경주 부모님 댁에서 캐어다 심은 꽃인데, 여름 내내 피어있다.
남쪽 벽 화단에도 자생한 달맞이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완전히 풀밭이다.
뻗어나가는 호박줄기가 잡풀 속에 묻혀 희미하다.
이건 또 무엇인가.
얼핏 보기에는 콩 같은데.
심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아직은 기세가 꺾이지 않은 잡초의 생명력.
그러나 어제가 처서이니 저들도 머잖아 색이 바래질 것이다.
"한래서왕"(寒來暑往), 그게 자연의 이치이지 않은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면 텃밭 주인이 많이 게으르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들러서 열심히 김을 매었었다.
쑥갓도 잡초의 생명력 못잖아 보인다.
목화, 심었으되 거두는 시기를 모르니 어쩌랴!
영 부실하기 그지없던 고추들도 때가 되니 알차게 열매를 영글어간다.
빨간고추는 따야할 텐데, 따도 건조시킬 자신이 없다.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날에는...
그래서 날씨 좋아지기만 기다린다.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뒤엉킨 참외덩쿨.
작년에 비해 훨씬 공을 더 들였건만 수확은 작년에 미치지 못한다.
잦은 비로 벌나비의 수분 활동이 저조했기 때문이리라.
쪽풀은 마디마디로 뿌리를 내리며 뻗어나간다.
염색을 위해 잎을 다 따뻐린 줄기만을 얻어다 대충 심어놓았다.
그런데 지금 심어서 언제 씨를 받나.
일년생이라는데...
"쪽"이라? 초록색 풀이 옷감에 염색을 하면 파란색이 되는 게 신기한 쪽풀이다.
그래서
"靑出於藍, 靑於藍"(청출어람, 청어람)(파란색은 쪽풀에서 나왔지만 쪽풀보다 더 파랗다)란 말이 나왔으리라.
가운데 두 포기는 그래도 뿌리째 얻어다 심었다.
저 두 포기만이라도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름 모를 빨간꽃.
이름 모를 파란꽃.
호박꽃에 벌들이 열심히 꿀을 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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