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 다가왔다.
높고 푸른 하늘 가장자리로 하얀 뭉게구름이 탐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8월의 마지막 휴일, 유경재의 풍경은 어떨까.
길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내 게으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잡초밭으로 변해 있다.
몇 포기 호박들도 잡초 더미 속에 묻혀 존재가 희미하다.
잡초들의 기승을 보노라면 자꾸만 제초제에 대한 유혹이 인다.
그러나
차라리 다 잔디밭으로 꾸밀 지언정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쓰지 않으리라.
그래도 손을 좀 더 본 방울토마토는 전에 보다 씨알이 더 굵게 붉어지고 있다.
아뿔싸, 며칠 전에 심었던 쪽풀 줄기가 거의 죽은 모습이다.
쪽풀은 줄기만을 심어선 안되는 모양.
뿌리째 심은 두 포기는 아직 파랗다.
잡초들의 향연.
아직 수확하지 않은 고추가 따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비도 그쳤으니 오늘은 수확해서 말리도록 해야 겠다.
돌보지 않은 사이, 여기 고추는 완전히 전멸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줄기마다 벌레들이 점령하고 있다.
여기도...
또 여기도...
성한 고추만을 따서 잠시만이라도 이렇게 마당에다 늘어놓았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 되지는 않는 양이지만 이들을 어떻게 말릴 것인지는 여전히 막막하다.
고추 말리는 방법.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정답은 찾을 수 없다.
작년의 실패를 경험으로,
올해는 세로로 반을 잘라서 말려볼 생각이다.
그런데 야콘은 언제 수확해야 되는지.
단 두 포기의 야콘.
한 포기를 뽑으니 뿌리가 이렇다.
듣기로는 고구마와 비슷하다고 했었는데...
아직 수확 때가 아닌지..그래서 한 포기는 그냥 두었다.
새똥잎이라고도 하는 왕고들빼기.
부드러운 잎을 따서 삼겹살 쌈으로 섞어서 먹으면 남자에게 좋다나...믿거나말거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부지런히, 열심히 잡초를 뽑고 베고 하였건만
돌아다보면 일한 표시가 거의 나지 않는다.
진한 자주빛 쌈채 하나를 뽑으니 뿌리가 마치 백련초 열매 같다.
유경재에서 끝물에 다다른 쌈채를 채취해 온 것.
끝없이 성장할 것 같은 잡초들의 세력도 처서가 지나자 확연히 약해져 보인다.
짙어가기만 하던 초록빛도 자세히 보니 연두빛으로 조금은 바래져가고 있다.
조만간 이슬이 내리면 잡초들도 어쩔 수 없이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게 되면 나 역시 한 걸음 더 늙음으로 가까와지겠고.
그래서 잡초들의 빛바램이 마냥 기쁨만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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