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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8월 24일] 쪽풀을 심다

by 유경재 2011. 8. 24.

지난 일요일, 가지 못했던 유경재가 못내 궁금하다.

그런데 어제는 누가 쪽염색 하다가 잎을 따낸 줄기를 주었기에

생명이 다하기 전에 심기 위해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 유경재로 달려갔다.

 

달맞이꽃인가?

집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잦은 비로 다른 채소들은 모두 제대로 자라지 못하건만

유일하게 이 해바라기만큼은 튼실하게 잘도 자라고 있다.

마치 유경재의 파수꾼처럼...

 

역시 이름을 아직 모른다.

작년 경주 부모님 댁에서 캐어다 심은 꽃인데, 여름 내내 피어있다. 

 

남쪽 벽 화단에도 자생한 달맞이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완전히 풀밭이다.

뻗어나가는 호박줄기가 잡풀 속에 묻혀 희미하다.

 

이건 또 무엇인가.

얼핏 보기에는 콩 같은데.

심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아직은 기세가 꺾이지 않은 잡초의 생명력.

그러나 어제가 처서이니 저들도 머잖아 색이 바래질 것이다.

"한래서왕"(寒來暑往), 그게 자연의 이치이지 않은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면 텃밭 주인이 많이 게으르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들러서 열심히 김을 매었었다.

 

쑥갓도 잡초의 생명력 못잖아 보인다.

 

목화, 심었으되 거두는 시기를 모르니 어쩌랴!

 

영 부실하기 그지없던 고추들도 때가 되니 알차게 열매를 영글어간다.

빨간고추는 따야할 텐데, 따도 건조시킬 자신이 없다.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날에는...

그래서 날씨 좋아지기만 기다린다.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뒤엉킨 참외덩쿨.

작년에 비해 훨씬 공을 더 들였건만 수확은 작년에 미치지 못한다.

잦은 비로 벌나비의 수분 활동이 저조했기 때문이리라.

 

쪽풀은 마디마디로 뿌리를 내리며 뻗어나간다.

염색을 위해 잎을 다 따뻐린 줄기만을 얻어다 대충 심어놓았다.

그런데 지금 심어서 언제 씨를 받나.

일년생이라는데...

 

"쪽"이라? 초록색 풀이 옷감에 염색을 하면 파란색이 되는 게 신기한 쪽풀이다.

그래서

"靑出於藍, 靑於藍"(청출어람, 청어람)(파란색은 쪽풀에서 나왔지만 쪽풀보다 더 파랗다)란 말이 나왔으리라.

 

 

가운데 두 포기는 그래도 뿌리째 얻어다 심었다.

저 두 포기만이라도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름 모를 빨간꽃.

 

이름 모를 파란꽃.

 

 

호박꽃에 벌들이 열심히 꿀을 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