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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

[당시] 시불 왕유의 산거추명

by 유경재 2017. 5. 25.

당나라 시인으로, 산수자연시의 대가인 시불(詩佛)로 불리는 왕유의 오언율시 한 수를 감상해 본다.

그는 중국문인화, 즉 남종화의 시조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림도 잘 그렸으며,

음악에도 밝았다.

불가적 삶을 살면서 장안 남쪽 교외인, 지금의 남전현에다 망천별장을 지어놓고,

틈이 날 때 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반쯤은 세속에, 반쯤에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을 살았다.

이 작품은 바로 망천별장에서의 가을저녁 나절의 풍경을 묘사한 시다.

山居秋暝

shān jū qiū míng

空山新雨后⑵,天气晚来秋

kōng shān xīn yǔ hòu , tiān qì wǎn lái qiū

明月松间照清泉石上流⑶。

míng yuè sōng jiān zhào, qīng quán shí shàng liú

竹喧归浣女⑷,莲动下渔舟

zhú xuān guī huàn nǚ, lián dòng xià yú zhōu

随意春芳歇⑸,王孙自可留⑹。

suí yì chūn fāng xiē, wáng sūn zì kě liú

 

 

山居秋暝

산 속의 가을 저녁

空山新雨后⑵,天气晚来秋

빈 산엔 새로 비 온 후라 , 저녁이 되자 날씨는 완연한 가을이네

明月松间照清泉石上流⑶。

밝은 달이 솔숲 사이를 비추고 맑은 샘 돌 위를 흐르네

竹喧归浣女⑷,莲动下渔舟

대숲이 떠들썩한 건 빨래하던 여인 돌아가는 것이고, 연잎 흔들리는 건 고깃배 내려가는 것이라네

随意春芳歇⑸,王孙自可留⑹。

자연의 섭리 따라 향기로운 봄꽃 없다 해도, 왕손도 응당 머무를 만하네

 

해제

míng):해가 지다날이 저물어간다(땅거미가 지다)

空山광활하다조용하고 쓸쓸한 산과 들(적막한 산야)지금 막

清泉石上流묘사한 것은 바로 비가 온 후의 풍경

竹喧대숲에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하다. 떠들썩하다. huàn빨래하는 아가씨옷을 세탁하다

随意마음대로, 제멋대로자연의 섭리에 따라. 春芳봄날의 화초소산하다자취를 감추다, 사라지다

王孙원래는 양반 자제나중에는 일반적으로 은거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머무르다. 이 구는 淮南小山의 초사인 招隐士를 반대로 적용시킨 것인데귀족의 자손이 돌아오네산속에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네의 의미왕손은 실재로는 작가 자신을 가리킨다.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심정을 반영하고 있다.

 

창작배경

이 시는 음력 7월 계절 쯤 산 거처에서 비온 후 황혼의 풍경을 묘사한 것인데, 당연히 왕유가 종남산 아래 망천별장에 있을 때 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