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시인으로, 산수자연시의 대가인 시불(詩佛)로 불리는 왕유의 오언율시 한 수를 감상해 본다.
그는 중국문인화, 즉 남종화의 시조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림도 잘 그렸으며,
음악에도 밝았다.
불가적 삶을 살면서 장안 남쪽 교외인, 지금의 남전현에다 망천별장을 지어놓고,
틈이 날 때 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반쯤은 세속에, 반쯤에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을 살았다.
이 작품은 바로 망천별장에서의 가을저녁 나절의 풍경을 묘사한 시다.
山居秋暝⑴
shān jū qiū míng
空山新雨后⑵,天气晚来秋。
kōng shān xīn yǔ hòu , tiān qì wǎn lái qiū
明月松间照,清泉石上流⑶。
míng yuè sōng jiān zhào, qīng quán shí shàng liú
竹喧归浣女⑷,莲动下渔舟。
zhú xuān guī huàn nǚ, lián dòng xià yú zhōu
随意春芳歇⑸,王孙自可留⑹。
suí yì chūn fāng xiē, wáng sūn zì kě liú
山居秋暝⑴
산 속의 가을 저녁
空山新雨后⑵,天气晚来秋。
빈 산엔 새로 비 온 후라 , 저녁이 되자 날씨는 완연한 가을이네
明月松间照,清泉石上流⑶。
밝은 달이 솔숲 사이를 비추고 맑은 샘 돌 위를 흐르네
竹喧归浣女⑷,莲动下渔舟。
대숲이 떠들썩한 건 빨래하던 여인 돌아가는 것이고, 연잎 흔들리는 건 고깃배 내려가는 것이라네
随意春芳歇⑸,王孙自可留⑹。
자연의 섭리 따라 향기로운 봄꽃 없다 해도, 왕손도 응당 머무를 만하네
해제
⑴暝(míng):해가 지다,날이 저물어간다(땅거미가 지다)。
⑵空山:광활하다,조용하고 쓸쓸한 산과 들(적막한 산야)。新:지금 막。
⑶清泉石上流:묘사한 것은 바로 비가 온 후의 풍경。
⑷竹喧:대숲에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하다. 喧:떠들썩하다. 浣(huàn)女:빨래하는 아가씨。浣:옷을 세탁하다。
⑸随意:마음대로, 제멋대로。자연의 섭리에 따라. 春芳:봄날의 화초。歇:소산하다,자취를 감추다, 사라지다。
⑹王孙:원래는 양반 자제,나중에는 일반적으로 은거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留:머무르다. 이 구는 淮南小山의 초사인 《招隐士》를 반대로 적용시킨 것인데:“귀족의 자손이 돌아오네,산속에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네”의 의미, 왕손은 실재로는 작가 자신을 가리킨다.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심정을 반영하고 있다.
창작배경
이 시는 음력 7월 계절 쯤 산 거처에서 비온 후 황혼의 풍경을 묘사한 것인데, 당연히 왕유가 종남산 아래 망천별장에 있을 때 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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