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을 마치고 13일 귀국, 한 주를 보내고
처음으로 맞은 휴일인 토요일.
무엇보다도 유경재가 걱정이 되어 고2이라는 바쁜 신분의
딸을 겨우겨우 꼬드겨서 유경재를 찾았다.
집을 나와서 먼저
시장에 들러 모종을 몇 포기 더 사서 가고자 했다.
아직도 많은 모종들이 땅에 이식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아직은 그렇게 늦은 편이 아닌 모양이다.
쑥갓이랑 쌈채를 몇 종류 더 사서 유경재로 향했다.
2주 넘게 찾지 않았던 유경재는 확실히 초록이 짙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잡초의 세력이 왕성해져 있었고.
여러 잡초들 중에서
개망초와 크로버가 단연 으뜸 세력이다.
잔디밭은 봄이 끝날 무렵 불세례를 받은 후로 다행히 다소곳하다.
크로버[토끼풀]의 세력은 대단하다.
여기저기 어디 세력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여기에도.
어릴 때 한때, 저 흰꽃으로 반지나 팔찌를 만들던 낭만은 도무지 기억도 하기 싫을 지경이다.
우선 오늘 새로 사온 이 모종들을 옮겨 심어야지.
모종으로 심어놓은 호박 앞으로 버리다시피 뿌려놓은 작년 호박씨들이
용케도 모두 싹을 틔우고 있다.
가만 보니 크로버가 잔디밭으로도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한담?
버리듯한 해바라기씨들도 새로운 생명으로 군락을 지어 탄생하고 있다.
주인이 잘 찾지 않는 유경재 현관은 사람의 흔적 대신 초목들이 무성하게 저희들 세상을 구가하고 있다.
몇 차례나 김을 매었던 화단에도 그 노력을 무색하게 하듯 잡초들이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발을 디디는 현관에도...
파와 부추가 어렵사리 영역을 구축한 곳에도 여지없이 잡초들이 침범하여 저희들 세상인 양 하고 있다.
딸기는 아직 익기 전.
별로 쓸모가 없는 머위는 때가 되면 사라졌다가 또 때가 되면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취나물도 마찬가지.
척박한 땅에 돌나물도 한창이다.
미국 가기 전에 심었던 상추가 이제는 따 먹을 정도로 자랐다.
주키니호박도 꽃을 피우고 있고.
그 사이 오이도 제법 자랐다.
방울토마토 역시 조금 더 키가 커 보인다.
가지도 마찬가지.
청양고추도 잘 자라고 있다.
당귀는 어째 심을 때와 큰 변화가 없는 듯.
참외도 조금은 더 자란 듯 보인다.
지줏대를 세우고 오이가 줄을 타고 오르도록 도와준다.
갓난아이 새끼손가락만한 오이가 맺혀 있다.
한참 땀을 흘린 후 연못가에 새참상을 차린다.
사가지고 온 건빵 부스러기를 던지니 어디선가 잉어들이 나타나 낼럼낼럼 삼킨다.
나는 막걸리, 고2는 막걸리색을 닮은 음료수...
노동 후에 갖는 부녀의 달콤한 휴식시간.
바로 이 맛에 유경재를 자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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