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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2012.4.22] 1차 모종 심기

by 유경재 2012. 4. 22.

일요일이다.

하지만 모두들 바쁘다.

중간고사를 얼마 앞 둔 세아,

중년에 뭔가를 해보겠다고 나보다 더 바쁜 정별,

왠지 모르게 유경재 텃밭에 빚을 지고 있는 듯한 나,

그 세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다.

8시에 집을 나와 세아 도서관에 바래다 주고,

정별 시험 치는 곳에 데려다 주고,

잠시 볼 일을 본 후 시험 마친 정별과 다시 만나 지난 주에 퇴비를 주고 비닐을 씌운 유경재 텃밭에 채소를 심기 위해 우선 시장에 모종을 사러 갔다.

 

시간이 점심 때가 다 되어 가니 모종을 사기 전에 우선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공설시장 내 김치만두와 순대 전문 골목.

 

매운 김치만두가 특히 유명하여 시장에 들를 때면 가끔씩 여기에서 김치만두를 사 먹곤 한다.

김치만두뿐만 아니라 순대나 순대국도 유명한데,

나의 식성과는 잘 맞지 않는 듯...

 

김치만두 7개 천 원.

저 아주머니에게서 샀는데, 간판은 명함과 영 다르다.

 

몇 개는 그 자리에서 먹고 몇 개는 세아를 위해 포장해 간다.

 

김치만두를 파는 집이 꽤 많은데 그 동안 여기저기서 먹어봤지만

모양은 조금씩 달라도 맛의 차이는 잘 느끼지 못했던 듯 하다.

 

간단한 요기를 끝내고 모종을 사기 위해 시장 입구쪽 모종가게에 들렀다.

이렇게 씨앗을 전시해놓기도 하고.

 

한쪽에는 온갖 종류의 야채 모종들이 펼쳐져 있다.

어제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 뒷날의 비가 예보된 잔뜩 찌푸린 흐린 날씨,

쌀쌀한 바람마저 제법 강하게 부는 날,

모종심기에는 그다지 좋은 날이 아니지만 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이들 찾고 있다.

 

 

공설시장 입구의 모종가게.

호박, 오이, 가지, 상추, 샐러리, 겨자채, 당귀 등 대략 40여 포기를 물경 13,000원에 사서 차에 싣고 유경재로 달려간다.

모종가게 사장님의 말씀을 따르면,

개별모종컵에 키운 것은 모종판에 키운 것보다 품질이 더 우량하며,

그래서 조금 비싸다고 한다.

대부분 하나에 500원 정도. 상추는 3개에 1000원, 당귀는 좀 비싼 편이라 2000원.

 

심은 이래 몇 년 동안 한번도 깎지 않은 잔디밭을 넘보는 토끼풀의 생명력.

그에 질세라 잔디들도 부지런히 영역을 넓혀나간다.

드디어 잔디와 토끼풀이 만났다,

과연 누가 승리할 지 궁금하다.

잔디를 위해 토끼풀의 세력을 좀 꺾어주려고 벽돌로 토끼풀을 눌러놓았건만 토끼풀도 전혀 굴하지 않는 듯... 

 

여기에도 한 무리의 토끼풀이 잔디밭을 기웃거리며 싸움을 걸고 있다.

 

그렇게 귀한 몸이 되었다는 하얀민들레가 텃밭 한 켠 소나무 자리 옆에서 식구를 늘여가고 있다.

작년에 분명 두 포기 옮겨 심었었는데, 두 배로 늘어났다.

특히 당뇨에 좋고, 항암작용이 뛰어나다고 하여 재래종 하얀민들레는 씨가 마를 정도라고 한다.

 

퇴비 무더기 북쪽에 마디호박 한 포기를 심었다.

 

바로 이 자리에.

 

텃밭 중앙에 휴지 태운 자리에도 한 포기 심었다.

 

이 자리에.

 

잎은 쌈채로 먹고, 뿌리는 차로 먹는 귀한 당귀는

작년 쪽풀 자리 옆에 세 포기 심었다.

 

이렇게 세 포기.

 

작년 방울토마토 심었던 자리, 가장 동쪽 짧은 이랑에는 청량고추 12포기를 심었다.

 

이렇게 한 줄 전체를 고추로 채웠다.

 

고추이랑부터 서쪽으로 가면서 그 다음 이랑 첫머리에는 가지 두 포기를 심었다.

 

요렇게.

남은 자리는 시차를 두고 나중에 조금씩 채워나가리라.

 

또 그 다음 이랑에는 방울토마토 두 포기를 심었다.

 

키가 오늘 모종 중 제일 큰데, 봄바람에 잘 견딜지 걱정이다.

 

잎 가장자리가 까칠한 톱니같은 오이를 그 옆에 심었다.

 

역시 두 포기.

 

줄기가 뻗어나가지 않는 주키니호박 한 포기도 처음으로 심었다.

 

서쪽 끝에서 두번째 줄에는 상추를 위주로 각종 쌈채를 심었다.

상추도 종류별로 몇 포기씩.

적상추. 지금 먹어도 될 정도로 자란 모종.

 

적상추의 일종.

 

청상추.

 

쑥갓.

 

향기가 진한 샐러리.

 

적겨자.

 

청겨자.

 

이렇게 한 줄을 심었다.

 

마지막 줄 끝자락엔 어린 들깨 두 포기를 심었다.

 

바로 이 자리에 요렇게.

 

참외도 심었다.

작년 고추 심었던 자리에 세 포기 심었다.

 

참외 세 포기.

 

연못가의 앵두나무에 예쁘고 귀여운 앵두꽃이 피었다.

 

북쪽 화단 취나물 자리에도 어린 취나물 순이 돋아나고 있다.

 

몇 년 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머위.

아직 수확해본 적이 없어 차라리 좀더 유용한 종류로 대치하든가 아니면 잔디밭으로 바꿀까 고려 중이다.

 

비록 작년보다 늦게 시작한 유경재 텃밭의 봄농사건만

조금 부지런을 떨면서 가족들을 괴롭힌 까닭에

지금은 다른 집이나 예년에 비해 시기적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내 자신이 봐도 이제는 이랑들이 제법 틀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해진다.

이제는 오늘 심은 모종들이 튼튼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뿐.

 

집에 돌아오니 오후 새참을 먹을 시간 정도.

만두 몇 개로 때운 점심이라 농사일로 금방 배가 허전해

정별의 특기로 순식간에 김치볶음밥을 차려내온다.

 

멸치육수에 김치가 들어간 수제비까지.

 

김치가 주인공인 유경과 정별의 늦은 점심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