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점점 더 깊어간다.
해바라기는 잎이 모두 말라있고, 영근 씨앗의 무게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을 짜른 후 남은 해바라기 줄기가 흡사 목잘린 사형수를 연상케 하는 것 같아 잠시 섬뜩해진다.
들깨도 몇 포기 수확하고.
처음으로 털어본 들깨, 선별이 어렵다.
마지막 방울토마토 몇 개와 풋고추, 그리고 목화.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보니 계절이 거꾸로 가는 듯,
도리어 여름이 다가오는 줄 아는지 다 지고 없었던 달맞이꽃이 새로 피기 시작한다.
명아주대를 의지처로 삼아 지은 작은 벌집.
산수유나무도 잎이 지고 빨간 열매만이 곱게 달려있다.
손에 닿는 부분은 따고 나머지 땅에 떨어진 것은 줍고 보니 제법 양이 많다.
산수유, 남자에게 좋은데 표현은 못한다는 광고가 생각난다.
어디에 좋을까.
혹자는 산수유의 씨는 좋지 않다고 하는데, 씨를 분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씻어 말렸다가 통채로 술을 담그기로 했다.
설탕도 넣지 않은 채...
내년 이맘때 쯤 개봉할 예정인데, 맛은 과연 어떨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작년 봄에 아들녀석이 심었던 꽃일 것이다.
여름 내내 싹도 보이지 않아 많이 실망하더니,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발 서리가 좀 더 늦게 내려야 꽃들이 늦게나마 자신을 자랑할 시간을 가질텐데...
옆에는 민들레도 다시 피었다.
아니, 이것은 봄부터 있던 뱀딸기가 아닌가.
정말 오래도 간다.
어쨌거나 올해는 날씨가 평년에 비해 이상하다.
그래서 식물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토끼풀은 상록초인가.
마른 풀빛 일색의 텃밭에 오직 이놈들만 푸르름을 한껏 구가하고 있다.
아~그리고 또 이 앉은뱅이상추.
자주빛 생명이 싱그럽다.
유혹적이다.
고혹적이다.
적치커리의 왕성한 생명력도 유경재 텃밭의 자랑이다.
늦가을 유경재의 텃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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