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금요일, 깊어가는 가을의 걸음을 더욱 재촉하는 스산한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친 후, 공기는 더욱 차가와졌다.
지난 주말, 문상 가느라 찾지 못했던 유경재를 걱정 속에 찾았다.
깊어가는 조락의 계절을 유경재는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마당입구의 서슬푸르던 잡초들이 마치 제초재를 맞은 듯 죽은 듯 말라있다.
이곳만 보면 유경재는 이미 완연한 초겨울이다.
그런데 현관 입구에는 봄에 보이던 그 뱀딸기가 아직도 빠알간 열매를 맺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여기 아직도 한창 초록의 생기를 구가하고 있는 풀은 무엇이던가.
토끼풀의 생명력, 가히 상록초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부추도 푸름 속에서 한 쪽에서는 벌써 하얀 꽃을 피우면서 씨를 맺고 있다.
이것이 정녕 봄산나물인 취나물이란 말인가.
취나물이 이렇게까지 자라는 것도 처음 보았고, 또 이런 꽃을 피운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심은 후 아직 한 번도 깎지 않았던 손바닥만한 땅의 잔디.
의도하지 않은, 어쩌다 뒤늦게 자생하고 있는 콩.
작년에 비해 생명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호박 줄기들.
호박은 거름을 많이 줘야 된다는 것을 알고도 그러지 못했던 당연한 결과이리라.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렇게 탐스런 애호박이 영글어가고 있다. 고맙다.
여름에 게을렀던 것을 보충하기라도 하듯 뒤늦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느라 부산하다.
얻어온 쪽풀 줄기를 심어서 크게 기대를 안했었는데,
늦가을 조락해가는 유경재 텃밭 한 쪽을 생명이 충만하게 만들고 있다.
분홍빛 꽃들이 질경이꽃 같기도 하다.
가장 예쁘게 자라고 있는 쪽.
연두색과 분홍빛의 조화가 신비롭게 아름답다.
잡초들은 늦게 왕성했다가 일찍 시드는 게 생리인 모양.
고추밭의 잡초들도 고추보다 늦게 났다가 일찍 사라진다.
들깨. 비록 깻잎은 억세어져서 먹지 못하지만 씨가 맺히기 시작했다.
올해는 수확을 해 볼까...
심은 후 한동안 이름을 몰랐었던 "유주".
도깨비방망이 같기도 하고, 햄머의 대가리 부분 같기도 하다.
우리가 오지 않았던 사이, 벌써 익었다가 터져버린 유주.
아~익으면 저렇게 되는구나...빨간 게 씨겠지.
뒷모습.
적치커리의 왕성한 생명력.
이 쌈채는 어떻게 벌레 하나 먹지 않는지.
가을이 깊을수록 생명력은 더욱 푸르러간다.
푸르름 가운데도 제 할 일은 잊지 않고 있다.
한 쪽에서는 뻗어나온 줄기에서 보랏빛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적치커리만큼이나 왕성한 생명력의 소유자인 앉은뱅이상추.
몇 포기 되지도 않건만 올해 상추의 실패를 보상이라도 할 것처럼 중심 쌈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유경재에서 가장 일찍 자리를 잡았던 청양고추.
아직도 풋고추가 싱싱하다.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걸 보니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는 계속 열매를 맺을 기세다.
목화도 꾸준히 솜을 터뜨리고 있다.
비록 키는 작지만 무식한 주인 때문에 짝 잃은 야콘 또한 독야청청하다.
역시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쑥갓의 예쁜 꽃.
한여름에 심었던 상추.
늦었다 싶었는지 잎을 달기보다는 위로 치솟으며 씨를 맺기 바쁘다.
선플라워.
조금씩 씨가 여물어가고 있다.
가장 오래, 열매를 맺고 있는 방울토마토.
뒤꼍의 산수유나무도 빨간 열매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웃집 사과밭.
사과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시설물이 마치 공장 같다. 사과공장...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두꺼비 한 마리가 엉금엉금 절개지를 기어오른다.
잠시 가을 산 속살이 궁금해 들어갔다가 도깨비풀의 공격을 받았다.
나를 종족번식의 매개체로 삼다니...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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