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금). 부모님과 함께 하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고향집을 떠나 동해안으로 달려간다.
자꾸만 규모가 커가는 포항을 지나, 흥해, 칠포, 월포, 화진을 지나간다.
푸른 하늘, 간간히 눈에 들어오는 푸른 바다...
1년만에 떠나는 바캉스, 프랑스인들은 바캉스를 위해 일한다고 하였던가.
정신을 최대한 이완시켜 본다.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도 지나간다.
벌써 피서의 끝자락, 아마도 이번 주말과 광복절 연휴가 마지막 또 한 차례의 피크가 되리라.
울진군 후포항을 지나 대략 10km를 더 가다보면 우리 가족이 작년에도 찾았던 단골 해수욕장인 구산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작년에는 몰랐었는데, 국토해양부라는 국가부서가 선정한 명품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이 해수욕장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백사장 옆 송림 속에 텐트를 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동해안에서 보기 드문 넓은 백사장까지.
송림과 넓은 백사장의 어울림! 그 점이 바로 이 구산해수욕장의 매력이다.
하루 5,000원의 야영장 이용료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해수욕장은 자연조건은 물론이요, 편의시설 하나하나가 모두 세심하게 피서객들을 배려하고 있다.
넓은 백사장.
덩그렇게 모여있는 튜브, 드문드문한 사람들, 피서철이 끝나감을 알리는 듯 한적하다.
물이 너무 차다.
들어가기 겁 날 정도다.
그리고 이 해수욕장의 또하나의 장점, 조개가 많다는 것이다.
물 속에 서서 발가락으로 모래를 조금만 헤집으면 조개를 잡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조개잡는 도구까지 동원해서 조개를 잡아가는데, 글쎄...?
방파제가 모레 휩쓸려 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듯...
송림 속의 야영장.
아직은 자리의 여유가 많다.
8월 13일 오후가 되면서부터 텐트로 빈자리가 차곡차곡 메꿔져 간다.
작년의 수돗간 자리에는 야외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 새로 생긴 수돗간.
그릇 씻기가 아주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왜 이런 구조를 했을까?
아~항. 사람들이 샤워장 대신에 몸 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래도 일부 물을 그릇에 받아서 몸을 씻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개수대 주변에는 쓰레기분리수거자루, 음식쓰레기 버리는 곳 등이 마련되어 있다.
중앙 양편 야영장 앞의 상가.
음식들이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다.
치킨 한 마리 15,000원. 맛이나 양도 괜찮았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집에서 모든 먹거리를 준비해오다 보니
식당들이 영 한산한 것 같아 아무 관련 없는 내가 걱정할 정도다.
작년보다 더 늘어난 세심한 편의시설인 어린이전용해수풀장.
바닷물을 모터로 끌어넣어 파도가 없는 안전한 시설로 만들었다.
배구장(족구장)도 갖춰져 있다.
야영장 남북 방향에 각각 하나씩 샤워장이 갖춰져 있다.
(이용료 2,000원)
야영장의 요지에 자리를 잡은 초록 우리집..
이틀 연속 밤에 비를 맞았다.
우리 텐트에 비해 주변의 다른 텐트를 보면 아예 집 자체를 옮겨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늘막, 의자와 테이블은 기본. 거기에 아이스박스, 벽걸이형 찬장, 해먹, 심지어는 소형 선풍기까지 가져온 집도 있었다. 지나가다 본 어느 텐트의 모습.
손님 없는 상가를 위해 우리가 희생하기로 한다.
그래, 오늘 저녁은 회를 먹자.
손님 없는 상가에 종업원들은 기타를 치거나 화투를 친다.
어느새 열나흘 달이 떠올라 있다.
매운탕 포함 5만원 짜리 모듬회.(광어와 오징어가 전부인 듯)
모처럼 찾아온 손님에게 내 놓은 상차림이 너무 빈약해보였던 것일까. 이어서 맛보시라고 성게를 서비스로 내어왔다.
그렇게 이틀 동안 아무 생각없이 먹고, 마시고, 놀고, 자고...
간밤에 내리던 비, 그러나 아침이면 일출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들기 전에 5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잤었는데,
알람 소리에 일어나 보니 동녘 하늘이 온통 허옇게 안개로 가려져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어느새 해는 바다 한참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간밤, 한바탕 피서객의 열기가 휩쓸고 지나간 이른 아침의 해변.
구산해수욕장, 모든 게 마음에 드는 해수욕장이다.
다만 굳이 개선할 점을 말하라면 차를 송림 안으로까지 들이지는 못하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
이틀 동안의 해수욕에 아이들이 지쳤는가 보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짐을 정리하여 집으로 향한다.
아침은 외식.
후포항을 찾았다.
후포항 이면도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얼큰한 대구탕으로 아침을 먹고 후포를 떠나 백암, 영양, 봉화, 영주, 제천, 충주라는 여정을 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양군 문암리 계곡에서 잠시 천렵 체험.
물살이 너무 세다보니 족대질 하기기 어렵다.
그리고 고기 자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문외한인 나에게는 이름 모를 어린 치어 몇 마리가 족대에 걸렸다.
그래도 생전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에게는 그게 신기한 모양이다.
한참을 신기해하다가.
한 마리씩 다시 물에 놓아준다.
그리고는 곧바로 영주로 와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까지 와서 제천에서 충주로 돌아왔다.
긴 여름휴가가 끝이 났다. 아쉽지만 어쩌랴.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그리고 아직 휴일이 하루 더 남았다는 위안으로 2011년 4박5일 여름 휴가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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