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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본능

[포항]귀향길, 그리고 죽도시장의 이모저모

by 유경재 2011. 7. 17.

기력이 쇠잔할 때면 꼭 고향 생각이 난다.

주말,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달려간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 피서철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이다.

상하행선 고속도로가 차량들로 가득하다.

 

금방 부딪힌듯 한 추월선의 사고 차량도 보인다.

 

저들은 다 누구와 어디로 무엇하러 가던 길이었던가.

 

집에 가기 전에 들렀던 포항 죽도시장.

펄펄 뛰는 숭어의 생명력.

 

가을전어라고 했던가.

동해안의 전어는 일년 사시사철 보인다.

저렇게 해서 단돈 만 원.

 

머리가 짤려 나가고 지느러미까지 다듬어진 전어가 한번씩 펄떡인다.

 

자연산 숭어 한 마리 13,000원.

 

나는 도마 위의 생선.

 

우리를 위해 처참하게 생명이 죽어간다.

 

차마 눈을 감지 못하는 고기의 영혼들이 쓰레기처럼 바구니에 모여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희생당하기 위해 대기 중인 우럭과 광어.

 

난도질 당한 저 육신들.

 

어느 바다속을 헤엄쳤었던가.

 

올해는 해삼이 예년에 비해 좀 싼 느낌이다.

해삼과 멍게도 좀 사고.

 

박제된 복어? 건어물전을 지나면서. 

 

건어물전 골목.

 

집으로 돌아와 상을 펴고 부모님, 나와 아내, 막내, 이렇게 3대가 푸짐한 저녁식탁에 둘러 앉는다. 

 

옥상에 올라보니 음력 6월 16일(기망) 둥근 달이 동산 위에 떠오르고 있다.

카메라로 저 밝고 둥근 모습을 제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is0를 최고로 설정했더니 찍히는 시간이 길어서 삼각대 없이는 이렇게 된다.

 

아무리 손을 고정시키려 해도 또 이렇게 되고.

 

야간 장면 모드로 변환하니 조금은 낫다.

 

실재로는 없는 분홍 달무리가 사진에 들어왔다.

 

 

 

 

가장 잘 찍은 사진.

 

 

밤새 열대야 같은 남부지방의 더위에 시달리다 깨어나니 정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듯한 아침이다.

황소 한 마리.

 

얼마 전 새끼를 낳은 암소.

황소와 격리되어 있다.

 

제 닮은 송아지가 사람을 피해 멀찍이서 얌전히 앉아 있다.

저녁에 갔다가 아침에 떠나오니 생기를 충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나 어쩌랴. 미약한 생기나마 아껴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