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가는 대신 혼자 중국 상하이 여행을 계획하다가
결국엔 가족을 무시한 개인주의에다 특별한 목적 없이 비싼 경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에 해마다 가족들과 함께 하던 피서를 떠나기로 하였는데,
올해는 여름 내내 그 지긋지긋한 비 때문에 피서다운 피서를 하지 못할 것 같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마침 시골 아버님 생신이 8월 중순이라 겸사겸사 8월 10일부터 길게 4박5일을 잡았다.
이틀은 고향에서 지내고, 나머지 이틀은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아 캠핑을 하기로 하고 8월 10일(수) 오후에 집을 출발했다.
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김천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에 합류, 다시 대구 도동분기점에서 대구포항고속도로로 갈아탔다.
차가 영천을 지날 무렵 해는 이미 진 것 같은 시각에 가는 방향 동녘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파노라마로 촬영했으나 높이까지 다 담지는 못했다.
영천휴게소에 들렀다.
피서철 성수기이건만 휴게소는 그지없이 한가하다.
그런데 휴게소의 환경은 여느 휴게소 못잖게 아름답게 정성을 다해 꾸며 놓았다.
방에 앉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이런 방도 마련해 놓았다.
서편 하늘의 노을이 장엄하게 아름답다.
내 고향, 경주시 강동면 국당.
포항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다시 경주쪽으로 10여 분 올라오면 되는 곳.
옛부터 행정구역은 경주에 속하지만 실재 생활권은 포항이 더 가까운 곳.
다음날 아침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다.
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태양의 열기에 체중을 줄이고 있고.
집 옆 벽쪽에는 수세미와 박들이 뒤엉켜 왕성하게 줄을 뻗어가고 있고.
담장을 타고 호박들도 줄기를 힘차게 뻗어가고 있다.
축축 늘어진 수세미.
지붕 위가 아니라 힘겹게 매달려 있는 박.
집 옆 텃밭도 푸른 생명들이 부르는 한여름의 찬가로 오감이 풍성하다.
마굿간엔 황소 한 마리.
지난 번에 왔을 때 못 보던 귀여운 강아지는 내 걸음을 옮길 적마다 발에 엉겨붙어 걷기가 어려울 정도.
무슨 품종인지는 모르는데, 즉석에서 지어준 이름, 숫놈은 마이클잭슨, 암놈은 레이디가가.
처마 아래엔 작년까지 보이던 제비집 대신 땡벌집이 자리를 잡고 있고,
심지어는 부엌 다락방 안에까지 말벌이 침입하여 집을 짓고 있다.
말벌집 짓는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 것. 신기하다.
가로로 하얀 것을 기준으로, 위에서부터 역피라미드 형태로 지어나가는데,
바깥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가리기 위해 몇 놈은 부지런히 입에서 실을 뿜어내어 커튼을 치고 있다.
거의 다 가려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독을 가진 벌들이 집안과 바깥에서 동서로 포진하고 있으니
두 분 노인네가 심히 걱정이 된다...
8월 11일(목) 아버님 생신이다.
포항에 계신 종숙부모, 숙부모 및 고향에 계신 종숙모 두 분 등을 함께 모시고 경주의 한 뷔페 식당에서 조촐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경주포항 인근에서 값싸고 메뉴가 다양한 뷔페로 소문이 자자한 곳, 경주한식뷔페.
위치는 경포국도의 경주 시발점인 용강동 삼거리.
길가에 있어 찾기가 쉽다.
몇 년 전 처음 갔을 때의 가격이 6,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새 가격이 조금 올랐다.
그래도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점심은 대략 11시 정도부터 가능한데, 돌잔치나 생일잔치는 미리 예약하면 한 켠에 이런 장소를 마련해 준다.
구체적인 음식 하나하나를 사진에 담기는 좀...
어쨌든 가격 대비 훌륭한 차림이란 건 확실하다.
11시 30분 정도 지나자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심지어 관광버스까지 이곳을 찾아 이내 길게 장사진을 친다.
일찌감치 한 곳에 마련해드린 어르신들의 자리.
커피(100원)와 아이스크림(무료)으로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초저녁 동녘 하늘에 떠 오른 음력 7월 열이틀 달이 푸른 하늘에 허옇다.
그렇게 시골에서의 이틀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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