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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기

새들도 쉬어가는 새재 끝자락의 신선봉과 마패봉

by 유경재 2010. 10. 13.

★목적지: 조령산(신선봉과 마패봉)
★일시: 2003년 5월 24일(토) 09:20 - 15:00

지난 주 한국중국어문학회(유성) 때문에 못간 산행을 이번 주에는 반드시 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학진의 번역중간보고서 작성 때문에 이번 주가 비록 축제기간이라 수업이 없었지만 정신없이 바빴었다. 그래서 아내도 이번 주말은 쉬거나 번역일을 하라고 간곡히 권유했다. 어제는 번역 작업하는 틈틈히 등산 사이트를 열고 산행지를 골라 보았지만 적당한 산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원주의 치악산은 좀 힘들어 보였고, 제천의 금수산은 초봄에 그 앞 가은산을 다녀왔기 때문에 나중에 갔었면 했고, 단양의 도락산은 바위산이라 나중에 세민이와 함께 가도록 남겨두고 싶었고, 문경의 주흘산은 좀 밋밋한 것 같아 흥미가 일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아침을 맞게 되었다. 아내는 아예 하루 쉴 요량이었다. 그러나 나는 문득 가까운 조령산이라도 갔다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를 다그쳐 준비하여 물, 카메라, 쌍안경만 준비해 집을 나섰다.


날씨는 희뿌연 안개가 해를 가리고 있었다. 수안보를 지나 소조령고개마루에서 왼쪽 이화여대수련원으로 틀어 좀 들어가니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를 시켜 놓고 3-5분 큰길을 따라 올라가니 매표소가 나왔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바로 그곳에서 신선봉으로 길을 잡아 산행을 시작했다. 주말인데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산길을 들어서자마자 정상적인 길은 없고, 대신에 홍수에 떠내려온 크고작은 바위들이 늘려있는 계곡(물이 없었다)을 따라 올라갔다. 보기 드문 산길이었다.

 

삐죽삐죽한 돌들 위를 또는 사이로 끊임없이 오르막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내는 작년인가 여성회관 동기들과 신선봉까지 간 적이 있으며, 그때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색다른 산길이라 호기심은 있어 크게 지루하고 힘들지는 않았지만 주위에 계곡물이 흐르지 않아 좀 삭막한 산행이었다. 한참을 가니 길가에 자라던 키큰 소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게 나타났다. 다행히 누군가 줄기 부분에 돌을 바쳐 놓았고 뿌리도 그대로 박혀 있어 죽지는 않았다. 그러한 팍팍한 산길을 우린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면서 사진도 찍어가며 호젓한 산행을 1시간 동안 했을까 하는데, 갑자기 앞쪽이 훤해졌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오른쪽으로 10분만 더 가니 신선봉이 나왔다. 전체가 바위로 된 봉우리였다. 해발 970미터. 충북 괴산군 소재.

사진도 찍고 좀 쉬었다가 계속 동남쪽으로 능선을 타고 마패봉으로 향했다. 비록 능선길이었지만 날씨도 햇빛이 거의 안개에 가려진대다 적당한 크기의 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어 마치 시원한 산림욕을 하는 것 같았다. 워낙 사람이 없는 길이어서 우린 가면서 서로 가벼운 터치도 해가며 짖궂은 농담도 하고, 또 가족들에 관해 특히 세민이가 중고등학생일 때는 등산반에 가입하여 한 달에 2번 정도 등산을 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바위도 가끔씩 나타나고, 좌우로는 백두대간의 한복판인양 온통 크고작은 산악들이 펼쳐져 있어 능선길 산행으로는 이만한 데를 잘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사도도 지난번 속리산 문장대에서 신선대까지의 능선길보다 훨씬 완만하여 편했다. 1시간 정도 가니 신선봉이 나타났는데, 마침 그곳에서 아가씨 두 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내는 그곳에서 뱀을 발견했다. 연노랑색에 가까운 3-40cm정도의 뱀이었다. 뱀은 나에게 특별히 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왜 보기만해도 무섭고 징그러울까?

그 곳에서 계속 능선을 따라 가면 주흘산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조령제삼관문쪽이었다. 우린 삼관문쪽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 역시 산림욕장을 방불케하는 편한 길이었다. 역시 물은 거의 없었고 하산 끝 쯤에 겨우 마실 정도의 분량의 물이 새나오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큰길에서 왼쪽으로 200미터 가량 가니 삼관문이 나왔다. 입장료가 개인 1900원이어서 그 앞 선비상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오려다 관리자에게 관문 앞에서 사진만 찍고 나오겠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 두세 장을 찍고 매표소쪽으로 내려왔다. 선비상 앞의 설명으론 옛날 영남의 선비들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갈 때 추풍령을 통해 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거쳐 가면 미끄러진다는 소문 때문에 이곳을 넘었다고 했다. 그럴 듯 설명이다. 나도 지난 번 충주대지원 때 매번 이길을 통해 왔기 때문에 합격한 것인가... 산행이 끝난 것이었다. 바로 그 아래에 휴게소 식당에서 약간 늦은 점심을 산채비빔밥(짰지만 맛은 있었고, 5천원)으로 때웠다.

♡ 자세한 등산일정: 집 출발(09:20) - 휴양림입구매표소(신선봉등산객은 7백원, 관문가는 사람은 무료) 출발(10:15) - 신선봉0.6km표지석도착(10:30, 부근 약간의 물) - 길을 가로막고 쓰러져 있는 소나무(10:50) - 능선표지석도착(11:10) - 신선봉(970m. 11:20) - 마패봉도착(927m. 12:40)(능선계속타면 지릅제2.1km,80분소요. 삼관문은 8백미터) - 삼관문과 휴양림갈림길 도착(13:05. 물약간 있음) - 삼관문관람후 휴게소에서 식사(13:20)

♡ 등산팁: 요즘은 지자체마다 수익올리기에 급급해 주차비와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조령산은 주차비를 안내려면 입구에서 위의 식당에 간다고 하면서 통과하고(매표소 역시 마찬가지임. 다만 매표소는 삼관문가는 사람은 입장료를 받지 않음), 삼관문앞 임산물판매장식당에 주차시켜 놓고 등산후에 식사한다고 얘기한 후 다시 걸어서 매표소 가까이 내려오다 등산로가 보이면 일단 올라가서 신선봉등산로와 합류함.

♡ 등산 소감: 충주에서 가까와 일단 접근하기가 용이하며, 전체 4-5시간(휴식 및 식사 포함)의 적당한 시간, 그리고 아기자기한 등산코스 등등을 고려할 때, 우연히 발견한 괜찮은 코스라고 생각되며, 혹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접대용으로 등산할 코스로는 무난할 듯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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