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는 등산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지역이다.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에 전국의 거의 모든 산들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주에 입성한 후로 몇 년간 부지런히 산을 찾아다녔었다.
그러나 성격 탓인지 한 번 올랐던 산은 왠지 다시 가고 싶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일순한 후로는 산 찾는 것이 뜸해지게 되었다.
그즈음 유경재도 장만한 바람에 주말에 시간 내기가 어려워 더욱 산을 멀리하게 되었었다.
그러다가 요즘들어 체중 불어나는 게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면서 위기감에서 다시 산이 떠올랐고,
그래도 두 번씩 가기는 그렇다고 해서 주변에 가 보지 않았던 산들, 즉 유명하지 않은 산이라도 가 보기로 했다.
여러 차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서 결론을 내린 목적지는 바로 제천과 원주의 한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벼락바위봉"
높이는 939m, 원주~제천 간 5번국도상의 백운산 줄기에 있으며, 중앙고속도로를 경계로 치악산과 남북으로 마주보고 있다.
서쪽으로 수리봉~보름갈이봉~백운산~십자봉 능선으로 이어지고, 북쪽 가파른 계곡에는 치악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산세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편이지만, 정상부는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치악산쪽 전망이 좋고 비로봉 등도 관망할 수 있다.
자연휴양림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칠성바위,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을 볼 수 있고,
지름이 50cm 되는 삼각형의 좁은 바위구멍이 있는 구멍바위(산파바위)를 빠져나와야 정상에 이른다.
구멍바위를 지나 오른쪽 급경사 바위로 10m 올라가면 전망대인 벼락바위가 있다.(이상은 원주 방향에서 오를 경우임)
10월의 첫 주말이다.
일기예보는 줄곧 오후의 비를 예고하고 있었기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길을 나섰다.
산행 시작은 집에서 접근하기가 편한 제천 백운면 차도리 마을로 잡았다.
백운 들녘이 황금빛으로 변한 모습이다.
지난 여름 가족들과 함께 잠시 더위를 피했던 곳, 덕동계곡 반대 방향의 계곡이다.
갈림길에서 한참을 가니 앞이 병풍처럼 산들로 가로막힌 마을이 나타난다. 바로 차도리.
마을회관 옆에 등산 안내도가 있다.
차도리 버스 정류장. 버스가 돌아나갈 수 있도록 넓게 공터를 두고 있다.
공터의 가장자리에 주차를 시켜 두고...
그 한켠에 이렇게 이정표가 있다.
저렇게도 먼가?
조금 더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비가 온다고 하니 당연히 오른쪽길을 택할 수밖에...
마을 전체에 이렇게 신축한 조립식 건물들이 많다.
대부분 현지 주민들인 것 같지는 않고, 외부인들이 지어 놓은 별장용으로 지은 전원주택으로 보인다.
주말인데 아직 주인이 내려오지 않았는 모양인지 조용하다.
집 앞으로는 이렇게 적당한 개울도 있다.
마지막 전원주택을 지나자 마자 만나는 삼거리, 감각적으로 오른쪽 조금 좁은 길을 택했다.
그리고 한참을 가니 밭이 끝나는 곳에 길도 끊어지고 말았다.
이 일을 어쩐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가나, 아니면...
결국 다시 내려가기 싫다는 이유로 막힌 길의 옆 능선으로 치고 올랐다.
많지는 않았지만 한두 사람 지나간 흔적이 보이고, 조금 가니 마치 버섯을 캐 간 자리처럼 뽕뽕 뚫린 자리도 나타난다.
그래서 길은 험했지만 조금은 안심하고 없는 길을 내면서 능선을 타고 계속 올랐다.
오르는 도중 주변에는 이런저런 버섯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도대체 뭐가 식용이고 뭐가 독버섯인지를 알 수 없으니 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버섯 공부를 좀 해야 되겠다.
마치 계란 흰자의 일부 껍질을 벗겨놓은 듯하게 자라는 버섯.
자라면 이렇게 갓도 생기게 되고,
무리를 지어 자기들 영역을 만든다.
모양을 보니 운지버섯(?)
죽은 나무 가지 전체를 저희들 세상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지금이 가을도 저물어가는 시기이건만 이렇게 취나물이 도처에 펼쳐져 있다.
어떤 것은 대가 길게 올라가 그 끝에 꽃을 피우고 있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많이 경과했건만 정상은 보이지 않고 방향조차도 가늠할 수 없게 되자,
그제사 곧 내리게 될 비까지 감안하니 길을 잃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래, 정상은 다음에 날씨 좋을 때 정상적인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주차시켜 놓은 곳까지 가능한 빨리 하산하자.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길은 나오지 않고, 아래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절벽이 길을 막는다.
길이 있는 듯 하여 따라가다 보면 금새 길이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문득 멀리 임도가 보인다.
그러나 방향상 저 길은 원주로 가는 길이니 반갑지도 않았다.
가끔씩, 정말 가끔씩 발견하는 등산로 표시 리본.
길 잃은 등산객에겐 반갑기가 그지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 전에 것인 듯 조금 가면 또 길이 사라지고.
그렇게 종일 헤매다가 우여곡절 끝에 하산하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까운 산 얕보다가 큰코 다친 하루였다.
유명하지 않은 산이다 보니 찾는 등산객이 드물고, 그렇다 보니 등산로가 점점 희미해진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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