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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기

기기묘묘한 도락산

by 유경재 2010. 12. 3.

일시: 2003년 6월 15일
산이름: 단양 도락산(964.4m)

지난 달 24일 조령산을 다녀온 뒤 연속 2주 동안 산행을 하지 못했다. 5월 31일은 초등학교 모임을 수안보에서 개최하느라 가지 못했고, 6월 7일은 학과 교수들의 보길도 여행 때문에 가지 못했다. 모두 나의 사정 때문이라 생각하니 적잖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 산행은 본래 어제 가야되는 것이었으나, 오랫만에 가족들 전원이 함께 산행을 가기 위해 일요일로 잡았었다. 그리고 평소 아껴두었던 바위산 도락산을 탐사하기로 하고 어제 저녁부터 계획을 짰다. 그러나 두 딸이 계속적으로 가기 싫다는 의사를 여러모로 나타내었다. 아침이 되니 아예 잠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린 아들 세민이만 데리고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세민이는 일찍 일어난 때문인지 계속 잠만 자려고 하였다. 약 1시간 30분 쯤 충주호반을 달려 상선암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특별히 마련된 공영 주차장은 없고 식당 앞에 조금씩 있는 공간을 이용하면 되었다. 우린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도락산휴게소]란 식당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초입에 조그만 절이 하나 있었고, 그 절 오른쪽을 돌아 산길은 시작되었다. 처음 산길은 매우 좁은데다 2-3m정도되는 잡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마치 어릴 적 언제 걸어본 적이 있는 오솔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출발한 지 채 10분도 안되어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날씨는 마치 비가 올 것처럼 우중충한데 바람이 불지 않아 후텁지근하였다. 아내도 나도 오늘은 여느 산행 때보다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부터 여러 형태의 바위가 나타났고 세민이와 나는 흥이 나서 바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세민이는 나를 닮아서 그런지 바위산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밋밋한 산길이 나오면 산이 뭐 이러냐고 불평을 하다가도 앞에 로프가 메어져 있는 험한 바윗길이 나타나면 그만 신이 나서 제먼저 올라간다. 나는 계속 까불지 말고,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그냥 계속 그렇게 앞서 나갔다. 우리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단체 산행팀들도 여럿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산행은 토요일이 좋은 것 같다.
출발한 지 대략 50분 쯤 되어서 첫째 오르막 정상에 올랐다. 편의상 1부능선정상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바윗길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땀으로 온몸을 푹 적셔가며 30여 분을 더 가서 제봉에 올랐다. 아래로 계속 내려보이는 부분은 상선암 맞은 편의 마을과 산들이었으며, 반대편에도 산, 산, 산들 뿐인 것 같았다. 기기묘묘한 바위들, 벌건 피부에 희한한 형태의 여러 개 가지를 가진 소나무, 말라 죽은 고사목들,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산길, 정상이 가까와올수록 아쉬움은 자꾸 더 커져 갔다. 마치 어린애가 맛있는 과자를 아껴가면서 먹다가 결국엔 봉지에 몇 개 남지 않게 되고, 그마저도 다 먹어버리게 되면 느끼게 되는 그런 아쉬움이랄까...

그렇게 대략 2시간을 오르니 그제서야 그토록 무겁던 몸도 제법 가벼워졌다. 그리고 정상이 가까와오는지 시원한 바람끼도 느껴졌다. [도락산0.7km]란 이정표가 있는 고인돌 형태의 바위를 지나 10여 분만에 갑자기 앞에 넓은 바위 봉우리가 나타났는데, 신성봉이라고 하였다. 공간은 사람 100명 정도를 수용할 것 같았다. 시원한 바람을 쇤 후 우린 계속하여 도락산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신선봉에 비하면 좀 실망스러운 정상이었다. 잡목들로 주위의 전망이 다 가려져 있고, 공간도 너무 협소하였다. 그래서 우린 신선봉에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추쌈을 먹는 게 참 특이한 광경이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우린 하산길에 들어섰다. 내려오는 길은 더욱 바위가 많았고 경사도 심하였다. 그래서 두 딸들이 오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졌다. 흔들바위도 지나고, 바윗길이 사라졌다 싶었는데 갑자기 앞에 병풍같은 큰 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이름하여 큰선바위였다. 그 뒤로 평범한 산길을 내려오니 또 하나의 바위가 나타났는데 이름은 작은선바위였다. 선바위가 무슨 뜻일까? 이 동네는 선자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신선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소선암, 큰선바위, 작은선바위...

이 산의 특징은 계곡에 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게 마련인데, 이 산은 전체가 바위산이라서 그런지 계곡엔 허연 살을 드러낸 바위뿐, 물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거의 하산이 끝날 무렵 구름다리 아래 약간의 물이 보여 우리는 내려가 얼굴도 씻고 물도 좀 마셨다.

다시 내려오니 곳곳에 개간을 하여 고추 등을 심은 밭이 보였다. 계곡물은 검은 호스로 모두 농작물과 식당 쪽으로 끌어가버려 더욱 계곡이 마른 것 같다. 드디어 산행은 끝났다. 세민이는 마지막 얼마를 남기고 조금 힘들어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대견하였다. 어린이라곤 세민이를 포함해 1명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데 세민이는 어른 못지 않게 날렵하게 산행을 잘 마쳤다. 다음에도 좋은 산은 아껴두었다가 세민이나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작정해본다.

등산여정
집출발(8;10)-청풍휴게소(8:50)-상선암매표소(9;30)-도락산입구도락산휴게소주차장(9:35)-상선암봉도착(10;20)-제봉도착(10;54)-도락산0.7km이정표고인돌바위(11;20)-신선봉도착(11;35)-도락산정상(11;50)-신선봉에서 점심 식사 후 출발(12;26)-흔들바위(1;05)-계곡구름다리(1;50)-주차장(2;08)-집 도착(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