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2006년 5월 14일(일)
* 실제 산행시간 : 대략 5시간
* 산행 코스 : 숙소 한화콘도 출발(10:24) → 태백백암온천장 옆쪽 입산통제소(10:47) → 백암폭포 갈림길(11:13) → 한화콘도 삼거리(11:40) → 능선길 → 정상2.7키로 표지석(12:00) → 갈림길 정상1.2키로 표지판(12:45) → 일진 정상 도착(13:11) → 식사 후 하산 개시(13:49) → 정상 1.2키로 표지판(14:14) → 계곡(14:37) → 온천장 쪽 입산통제소(15:30)
5월 중순, 계절은 1년 중 가장 좋은 신록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데, 이즈음은 학기가 시작되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지칠대로 지친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중간고사 준비 때문에 거의 한 달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고, 아내는 아내대로 세 아이의 학부모 노릇 한다고 세 학교를 번갈며 뛰어다니느라 심신이 지쳤을 것이고, 나는 나대로 예전 대학과는 달리 휴강 한 번 없는 학기(식목일 공휴일도 없어졌다) 때문에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이다.
그런데 계절의 여왕 5월의 둘째주 토요일은 놀토인데다, 마침 아이들 셋의 학교 모두 스승의 날인 월요일도 학교재량으로 휴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잘 하면 학기 중에 흔치 않는 2박3일의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 주 내내 인터넷을 뒤지면서 여행지를 물색했다. 그러다가 옛날 아내와 연애시절 함께 간 적이 있던 울진, 백암, 불영계곡, 불영사, 성류굴, 망양정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내와 나에게는 추억 여행이 되는 셈이고,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생명의 시원을 찾을 수 있는 여행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올해 졸업한 야간학생들의 요청으로 금요일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한 탓에 막상 출발일에는 계획보다 늦게 일어났다. 집 부근 공판장에서 간단히 장을 본 후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경유 노선은 제천 → 중앙고속도로 → 풍기 인터체인지 → 활주로 겸 도로 → 영주시내 → 36번 국도 → 봉화(현동 쪽으로 갈 것) → 법전 → 녹동 → 31번 국도 타고 영양군 일월산과 용화를 거쳐 → 수비면 → 울진 백암 온정면 → 숙소 한화콘도 였다.
풍기 인터제인지를 나와 영주시내로 가는 길이 약간 헷갈렸으나 나머지 길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어쨌거나 차에 gps를 장착하면 편리할 것 같았다. 활주로를 겸한 넓은 도로가 편도 일차로로 차단시켜 놓았는데, 신나게 달리다 보니 중간 쯤 도로 옆 길바닥에 나즈막히 눈에도 잘 띄지 않게 갑자기 속도감시 카메라가 나타났다. 발견 후 즉시 브레이크, 그러나 늦었다. 아마도 7만원의 범칙금이 조만간 나오리라. 비싼 여행 하는 셈이다.
영주 시내를 빠져 나와 봉화를 지날 쯤에 점심 식사를 위해 휴게소를 찾던 중 마침 식당이 여러 곳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주차를 시켜 놓고 휴식 겸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우연히 들른 곳이 마침 약수터 단지였다. 이름은 다덕 약수터. 호젓한 곳에 줄 서는 사람도 거의 없고, 물 맛도 청송 약수나 초정 탄산약수와 거의 비슷했으며, 식당들의 음식 값도 크게 비싸지 않았다. 모두 돌솥비빔밥으로 식사를 한 후 약수 한 바가지씩 들이킨 후 다시 출발했다. 나중에라도 이 길을 지나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었다.
36분 국도를 한참 타고 가다가 임기 쯤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타며 영양군으로 접어들었다. 일월산을 조금 지나 용화라는 곳에 이르니 야생화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잠시 휴식, 그곳은 또 마침 일제시대 때부터 각종 광석을 제련하던 곳으로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각설하고 콘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모두들 무거운 몸으로 아침을 맞았다. 등산을 한다고 하니까 모두들 싫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러나 이곳까지 와서 백암산에 오르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억지로 독려하여 산행길에 나섰다.
콘도 옆에 등산 표지판이 있길래 그쪽으로 길을 잡아 5분쯤 가니 통제소가 나오는데, 통제소 안의 직원이 이쪽은 입산이 통제되어 있으니, 다시 콘도로 내려갔다가 태백온천장 쪽의 길을 선택하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다시 내려와 차를 몰고 태백온천장 옆의 길을 따라 가서 공터에 차를 세워 두고 산행을 시작했다. 역시 통제소에서 직원들이 인적사항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 후에 입산을 허락하였다. 산불 때문이라고 한다. 정상까지는 몇 시간 걸리느냐고 물으니 왕복 5시간이라면서 아이들을 보더니 걱정된다는 눈빛이었다.
날씨는 그야말로 화창하였다. 낮은 지대의 소나무는 벌써 송화가루를 날리고 있었다. 길은 마치 산책길 같이 완만하면서 적당히 오르내리는 사람이 피해갈 정도의 넓이를 지니고 있었다.
좀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오는데 표지판을 보니 왼쪽으로 가면 백암폭포 쪽으로 해서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그쪽은 내려올 때 가보기로 하고 직진하였다. 조금 올라가니 많지는 않지만 만개한 철쭉도 가끔씩 나타났다. 날씨도 좋고 산길도 평탄하고 등산객도 거의 없어 그야말로 오랫만에 쾌적한 산행을 맛보는 것 같았다. 길바닥도 평탄하였다. 그와 동시에 백암산은 나에게 꾸준히 편안한 산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세비와 혜림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폭포 삼거리부터 처지기 시작하더니 나와 세민이는 앞서 가고 세 모녀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처져 버렸다. 기다렸다가 합류해서 다시 가고, 그리고 다시 처지고, 또 기다리다가 합류해서 다시 가고를 반복하는 산행길이었다. 사실 어느 산이나 이와 비슷하긴 하다.
한참을 올라가니 앞서 출발했던 등산객 몇몇이 보이기도 했다. 얼마 후 물이 방울방울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그야말로 작은 계곡이 길 옆에 숨어 있듯 나타났다. 물과 오이도 준비했지만 아끼기 위해 계곡물을 손바닥에 받아 마셨다.
휴식 후 다시 출발, 이 산은 마치 전에 단양의 황정산 정상 부근에 많이 보이던 붉은 줄기의 키큰 아름드리 소나무(춘양목인가?)가 많이 보였다. 소나무! 언제나 편안하면서도 운치를 주는 나무. 미래 그 언젠가 전원주택을 꾸미게 된다면 반드시 소나무 한두 그루 쯤은 심으리라.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에는 제법 큰 계곡이 나타났으며 수량도 좀전의 것보다 좀 더 많아 세수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좀 쉬었다가 또 등산. 비록 완만하지만 끊임없는 오르막이었다. 정상이 가까와질수록 등산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세민이와 나는 그 사람들에게 뒤처지기 싫어서 세 여인을 기다렸다가 함께 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때부터 걸음을 재촉했다. 정상 1.2키로, 한화콘도3.6키로 팻말을 만나고부터는 더욱 힘을 내어 정상을 향했다. 능선길에는 철쭉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아직 채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채 흩어져 있었고, 다른 나무들도 이제 겨우 조그만 새순이 연초록 빛을 띠운 채 마치 겨울 풍경을 연상시킬 정도로 회색을 띠고 있었다. 이곳은 지금이라도 산불이 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 400미터(?) 눈 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드디어 정상(해발 1004m)! 주변 모든 산들이 발아래, 눈아래로 보였다. 아쉽게도 멀리 동쪽으로 바다는 희미한 구름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정상에는 두 팀 정도가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고 하고 있었다. 나는 세민이를 남겨 둔 채 세 여인을 맞으려 다시 오던 길로 내려갔다. 얼마 후 세비가 나타났고, 또 얼마 후 아내와 혜림이가 나타나 함께 올라왔다. 서둘러 준비해온 물, 빵, 오이를 가지고 점심을 대신했다. 그리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좔영. 이어 하산 시작.
하산길은 세비와 세민이가 출발부터 앞장을 서더니 이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가버렸다. 나머지 세 사람은 경치도 구경할 겸 사진도 찍을 겸 해서 천천히 산행의 기분을 만끽하며 하산했다. 입구 통제소에 도착하니 두 아이가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족은 천 미터가 넘는 산을 또 하나 정복했다. 모두 백암산의 정기를 가득 품고 1학기 끝까지 힘차게 진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산행 후 콘도 지하의 온천탕에서 여독을 풀고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 날은 부근 월송정, 망양정, 내수면물고기전시관 등을 둘러본 후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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