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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기

[원주명산] 불심어린 미륵산

by 유경재 2011. 6. 5.

2006. 6. 4(일)
소재지: 원주시 귀래면 황산골
날씨: 한여름 무더운 날씨.

지친 심신, 그러나 누워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느즈막한 아침을 먹고 가까운 산에라도 다녀와야겠단 생각에
인터넷을 통해 물색하던 중 찾은 원주의 미륵산.
크게 높진 않지만 바위 타기가 괜찮다는 산.

집을 나서서 엄정, 소태를 지나 재를 하나 넘으면 바로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운 뒤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륵산 가는 방향을 물으니
모두들 친절하게 알려 준다.
강원도 인심이 후해서 그런가.
고개 하나 사이에 두고 인성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면서
가던 길에서 바로 불법 유턴하여 버스정류장 신호등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황산리 마을으로 들어섰다.

가는 도중 길가에 소복 입은 한 할머니가 차를 세우기에 태웠다.
집안에 초상이 나서 원주 병원에 갔다가 집에 가축 등을 돌보기 위해
시내 버스 시간도 못마추고 걸어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마침 황산골에 산다기에 미륵산에 대해 물어보니
일반적으로는 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황룡사로 올라가는데,
그것보다는 마을 앞 길을 계속 더 올라가서 황산사터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게 났다고 했다.

그래서 할머니를 내려 드린 후 좁아진 길을 따라 오르막으로 차를 계속 몰았다.
그러나 금방 나타날 줄 알았던 황산사터는 나타나지 않고 주변은 펜션 단지였다.
중간에서 몇 번을 더 물은 후 드디어 경순왕영정각 복원 공사터(미륵산쉼터, 황산사 삼층석탑)에 도착했다. 벌써 예닐곱 대의 차들이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복원공사터를 지나 좀 더 올라가니 키 큰 나무가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있는 호젓한 산길이 나왔다. 날씨가 무척이도 더운 날씨인데 산속이라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다.
좀더 올라가니 부도탑과 삼층석탑이 나왔고, 조금 더 기슭을 올라가니 더디어 바윗길이 나타났다. 로프를 잡고 버둥대며 능선을 오르니 그 이후부터 계속 바윗길이 이어진다.

애써 몇 굽이를 오르니 문득 하늘이 훤히 열리고 좌측에 깎은 듯한 높은 바위가 나타났다.
미륵불 바위란 안내표지판, 자세히 보니 바위 저 높은 곳에 부처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합장 배례하고 다시 바윗길을 오른다. 주변 모두가 웅장한 바위들로 봉우리가 이루어져 있다. 발아래 까마득한 숲. 멀리 아스라이 안개 속에 중첩된 산들. 속이 후련하다.
좀더 오르니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이 미륵산 정상은 아니고 미륵봉이라고 한다.

천 원에 한 줄짜리 점심을 맛나게 먹고 좀 쉬다가 하산길은 우리가 당초 산행을 시작하려던 황룡사 쪽으로 길을 잡았다. 많이 걸어야 되는 것을 감수하고.
방향은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좀 가다가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가도가도 길이 왼쪽으로 꺾이지 않고 남으로 남으로만 계속된다.
불안하다. 이러다간 영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그러면 시골이라 차도 잘 다니지 않을 텐데 어쩌나.

그런 걱정과 함께 몇 번이나 좌측으로 꺾어 내려가려 하다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계속 가 봤다. 끝내 나타나지 않자 우리는 희미한 산길을 보고 바로 왼쪽으로 꺾어 하산을 시작했다. 조금 가니 최근엔 거의 사람이 다니지 않은 옛 산길인 듯 길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억지로 그렇게 길을 개척해가면서 한참을 내려가니 드디어 정식 등산로와 합류하게 되고, 좀더 내려가니 건물이 보인다. 바로 황룡사. 아직 전체 건물은 다 완공하지 못한 듯 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절 왼켠의 샘터에서 휴식을 취한 뒤 절 앞 길을 구비 돌아 신작로로 나왔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어떻게 주차해둔 곳까지 걸어가는가.
날은 요즘 들어 가장 뜨거운 날씨. 길은 오르막길.

쉬엄쉬엄 가다보니 길 양편 수풀 속엔 빨간 산딸기가 지천이었다.
아내는 산딸기를 따느라 자꾸만 걸음이 더뎌 지고... 그러다 나는 아내를 남겨 두고 혼자 올라가서 차를 가지고 내려오기로 했다. 혼자 걷는 길은 더욱 덥고 길었다.

어쨌든 차를 몰고 내려와 아내와 합류한 후 길 옆 계곡으로 내려가 젖은 땀을 닦으며 곡수족욕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주요 일정>
경순왕영정각 복원공사 터 산행 출발(11:50) - 삼층석탑(12:15) - 미륵불(12:15) - 미륵봉 정상(12:50) - 점심 식사 후 치마바위?(13:50) - 미륵산 쉼터란 나무표지판(14:30) - 황룡사(15:15) - 황룡사 입구 신작로 합류(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