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즉 봄농사 시작 무렵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었던 같은데,
올해는 왠일인지 시간이 잘 나지 않아 늘 쫓기듯 유경재를 찾게 된다.
토요일에도 뭐가 그리 바쁜지 오지 못하고,
일요일도 오후 늦게 4시가 다 되어 유경재를 찾았다.
남들은 이미 파종을 시작했는데,
우린 아직 이랑도 일구지 못했으니 조바심이 났다.
오늘은 밤에 불을 켜고서라도 이랑 만들기는 끝내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주 일요일 왔을 때 집 뒷쪽 땅 주인이 바깥 수돗간 주변의 움푹한 곳을
포크레인으로 메우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떠났었는데,
오늘 와보니 이렇게 변해 있다.
공간이 그만큼 넓어진 것 같아 좋은데, 이왕이면 조금더 높고 넓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텃밭은 일주일이 다르게 초록색이 번져간다.
여기도 그렇고.
지난 겨울, 그 모진 한파에도 견디고 이렇게 다시 싹을 틔우는 채소, 파와 부추.
그리고 그 주변의 쑥과 같은 야생초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이곳엔 지난 해 봄 늦게 딸기 세 포기를 심었던 자리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제법 줄기가 여기저기로 번져나간 듯 하다.
머위 구역.
다 죽은 듯 보였지만 다시 이렇게 아기 손바닥보다 더 작은 앙증맞은 새잎들이 돋아나고 있다.
화단에 자그맣게 만들어 놓은 취나물 구역.
지난 봄 산에 갔을 때 몇 포기 뿌리채 캐와서 심었던 취나물이
작년 한 해 착근의 힘든 시기를 넘긴 후 이제 이렇게 제터처럼 당당히 자라나고 있다.
척박한 땅에 심어놓은 잔디.
마른 잎 속으로 새로운 초록잎이 보일락말락 움트고 있다.
지난 주 왔을 때 퇴비를 사서 뿌려놓았는데,
수돗간 터 메우던 포크레인이 일 마치고 고맙게도 이렇게 밭에도 평토 작업까지 해 주고 갔다.
이제 이곳에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는 일이 오늘의 과제다.
괭이로 일단 고랑을 만들고, 삽으로 이랑을 만들기로 한다.
몇 평 되지도 않은 땅이지만 모처럼 하는 육체노동이라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온몸이 쑤셔온다.
이 정도 쯤 만들어 놓고.
다시 이랑 윗부분을 고르는 작업을 한다.
바람이 불기는 하나 두 사람이 심한 바람이 아니라서 비닐 씌우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비닐을 씌운 후 가장자리를 흙으로 덮는 작업은 여간 힘들지가 않다.
초보 농사꾼이지만 두번째 해를 맞으니 일의 속도와 품질이 작년에 비해 많이 향상된 듯 스스로 느껴진다.
주위에서 산불감시하던 분의 칭찬까지 받으니 올해 농사는 분명 풍작일 것이라 기대된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시장에 들러 모종이나 씨앗을 구입해 적당한 자리에다 뿌리고 심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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