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화신이 충주에 도착하니 그동안 게으름을 피우던 내가
갑자기 무엇엔가에 쫓기듯 마음과 몸이 바빠진다.
어제 대구에 갔다가 밤늦게 도착하여 뒤척이던 잠자리,
그건 바로 봄을 맞은 유경재의 텃밭이 나를 애타게 부르던 이유 때문이었다.
아침 서둘러 유경재에 도착,
동네 이웃분에게 명의를 빌리고 농협으로 가서 퇴비를 10포 사서 서둘러 밭에다 뿌렸다.
이번 주는 여기까지.
다음 주에 시간이 나면 다시 와서 밭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덮어야 하겠다.
열 포 중 한 포는 유사시?를 대비해 남겨두고 모두 아홉 포를 뿌렸는데도
땅은 그다지 흡족해하지 않는 듯 보인다.
오늘은 이상하게 일진이 좋은 날이다.
퇴비 구입도 주변 사람들이 서로 도와주어 쉽게 구입했는가 하면
산불 감시원 아저씨 한 분이 친절하게도 집 주변에 자라는 여러 야생초의 이름들을 아는대로 정성껏 가르쳐 주었는가
하면, 어디선가 포크레인 한 대가 집 마당 안으로 들어오길래 이상히 여겼더니
집 뒷편 산의 주인이 중장비를 데려와
유경재 옆에 울타리친 집의 땅의 흙을 파서 유경재 바깥 수도간 움푹한 곳에
메워준다고 한다.
오늘 왜들 이러는지.
나를 위해 약속이나 한 듯 도와주기 위해 발벗고 나서다니...
그 참 이상하고도 신기하게 기분 좋은 하루다.
게다가 내가 다른 일로 유경재를 떠나야 한다고 하는데도
일을 마무리 잘 해 놓겠다고 하고,
한 술 더 떠서 오늘 퇴비를 뿌린 텃밭에
포크레인으로 흙을 한 번 고르게 갈아엎어주겠다고 한다.
정말 어젯밤에 무슨 용꿈이라도 꾼 것일까.
어쨌든 잘 부탁하고 고맙단 인사를 남긴 채 시내로 돌아왔다.
기분이 너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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