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구에 갔다가 차 안 온도계 숫자 표시 17도를 보고 신기해하며 봄이 오긴 온 모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오늘, 충주도 오전 흐리던 날씨가 낮이 되자 봄햇살이 대기에 가득 퍼지게 시작했다.
햇살의 한량없는 유혹 때문에 연일 알콜로 찌든 몸을 일으켜 유경재로 향했다.
가는 길 도로 양 옆 자연의 풍경은 겨울이나 진배없이 마른풀색 일색이건만
눈에 아른거리는 햇살은 봄아지랭이가 분명하였다.
사람들이 온통 모두 집 밖으로 쏟아져 나온 듯,
차량도 꼬리를 물고, 부지런한 농부들은 일찌감치 묵은 밭을 일구느라 여념이 없었다.
유경재 주변에는 냉이를 캐는 도시 사람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떼를 지어 허리를 숙인 채
뭔가를 열심히 캐고 있었다.
아차! 지난 주 꽃샘 추위에 떨다가 미쳐 봄을 느끼지 못한 사이
봄이 어느새 유경재 깊숙히 차지하고 있었다니.
오늘은 온 김에 올해 농사 준비를 좀 하기로 하였다.
작년 농사 흔적인 검은 비닐과 지줏대를 치우고 조만간 퇴비를 넣고 밭을 일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작년 가을 서리가 내린 이래로 참으로 무심하기도 했었던 것 같아
땅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조심스럽게 비닐을 걷어서 흙을 털어낸다.
한 조각이라도 땅에 버려진 게 없도록 정말 조심스럽게.
길가에 이제 막 초록잎을 선보이는 냉이를 캐 보기도 한다.
여기저기 쓰레기도 치우고, 걷어낸 비닐과 작년 사용했던 퇴비 빈 포대를 한 아름 안고서
동네 중간 개울가에 마련된 비닐수거장에 갇다 버리고 나니
유경재도 이제 제법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올 때는 퇴비를 사다가 밭에 골고루 뿌리고,
또 그 다음에는 괭이와 호미로 밭을 일구고, 고랑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올해 농사도 서서히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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