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겨우내 동면했던 생명들이
두터운 대지를 뚫고 나오기 위해 그 고통스런 싸움을 벌이는,
생명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잔인한" 계절이다.
목요일, 금요일 1박 2일의 학과 엠티는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두 달에 걸쳐 거행되었었고,
나 또한 어김없이, 예외없이 인사불성의 혼돈 속에 빠졌다가 다시 소생하였었다.
그리고 맞은 토요일, 절기상으론 벌써 봄이 한창 무르익을 때건만
멀리서 바라보는 대지는 겨울의 그것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남쪽에서 연일 매화,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벗꽃의 화신이 올라오고,
주변에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일찌감치 절기에 맞춰 밭갈이에 한창이다.
그런데도 유경재는 아직도 겨울 그대로 방치 중이니,
이제부터 조금씩 봄농사 준비를 해야 할 때이리라.
동진과 송이 교체되는 혼란기를 살았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도 그의 귀향의 노래인
<귀거래사>(歸去來辭) 중에서 노래하지 않았던가.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봄이 왔다 일러 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아야 될 때라네."
밭을 일구기 전에 우선은 작년의 묵은 풀을 좀 태워야 할 것 같아
토요일 늦은 오후에 유경재를 찾았다.
예상대로 겉으로 보는 유경재는 여전히 겨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마른 풀 속을 헤집어 보면 그 아래는 이미 푸른 생명들의 아우성 소리가 시끌벅적하였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곧 눈이나 비라도 내릴 것 같은 차분한 흐린 날씨였는데,
막상 불을 태우려고 하니 바람이 제법 인다.
뉴스에는 곳곳에서 논밭두렁 태우다가 산불로 번졌다는 소식이 들려와 불 태우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른 풀을 한 곳에 끌어다가 조금씩 태웠다.
조금 지나니 바람이 자고 마른 풀의 범위도 줄어서 구간구간씩 불을 태웠다.
마지막으로 불씨를 흙으로 완전히 정리하고 봄농사 준비 1단계를 마무리하였다.
다음 주에는 퇴비를 좀 사다가 뿌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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