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묵은 풀을 태우다

by 유경재 2011. 4. 4.

4월이다.

겨우내 동면했던 생명들이

두터운 대지를 뚫고 나오기 위해 그 고통스런 싸움을 벌이는,

생명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잔인한" 계절이다.

 

목요일, 금요일 1박 2일의 학과 엠티는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두 달에 걸쳐 거행되었었고,

나 또한 어김없이, 예외없이 인사불성의 혼돈 속에 빠졌다가 다시 소생하였었다.

 

그리고 맞은 토요일, 절기상으론 벌써 봄이 한창 무르익을 때건만

멀리서 바라보는 대지는 겨울의 그것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남쪽에서 연일 매화,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벗꽃의 화신이 올라오고,

주변에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일찌감치 절기에 맞춰 밭갈이에 한창이다.

 

그런데도 유경재는 아직도 겨울 그대로 방치 중이니,

이제부터 조금씩 봄농사 준비를 해야 할 때이리라.

 

동진과 송이 교체되는 혼란기를 살았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도 그의 귀향의 노래인

<귀거래사>(歸去來辭) 중에서 노래하지 않았던가.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봄이 왔다 일러 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아야 될 때라네."

 

밭을 일구기 전에 우선은 작년의 묵은 풀을 좀 태워야 할 것 같아

토요일 늦은 오후에 유경재를 찾았다.

예상대로 겉으로 보는 유경재는 여전히 겨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마른 풀 속을 헤집어 보면 그 아래는 이미 푸른 생명들의 아우성 소리가 시끌벅적하였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곧 눈이나 비라도 내릴 것 같은 차분한 흐린 날씨였는데,

막상 불을 태우려고 하니 바람이 제법 인다.

뉴스에는 곳곳에서 논밭두렁 태우다가 산불로 번졌다는 소식이 들려와 불 태우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른 풀을 한 곳에 끌어다가 조금씩 태웠다.

조금 지나니 바람이 자고 마른 풀의 범위도 줄어서 구간구간씩 불을 태웠다.

 

 

마지막으로 불씨를 흙으로 완전히 정리하고 봄농사 준비 1단계를 마무리하였다.

다음 주에는 퇴비를 좀 사다가 뿌릴 작정이다.

'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경재의 야생초  (0) 2011.04.10
퇴비 뿌리기  (0) 2011.04.10
봄 기지개 켜는 유경재  (0) 2011.03.13
유경재의 새봄  (0) 2011.03.06
수도계량기 교체하다  (0) 201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