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由敬管見

연명할 만큼만

by 유경재 2011. 3. 15.

근래 연초마다 시작되는 그 한 해 동안 특별히 신경쓰면서 살아야 될 것을,

한자 한 글자로 써서 책상 맡에 붙여두고 한 해의 좌우명처럼 여기고 있다.

작년에는 조금 마음을 넓게 가지자는 의미에서 넓다는 의미인 "관(寬)"자를 택했는데,

올 초에는 모든 것을 비우자는 "허(虛)"자와

검소한 삶을 의미하는 절약과 절제의 뜻인 "節(절)"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후자를 가지고 전자의 의미도 겸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고 보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분수에 넘는 과소비와 낭비 투성이란 걸

알게 되었다.

물자가 풍족한 시대에 살다보니 먹는 것, 입는 것, 사용하는 것 모두가 과도하기 그지 없다.

우연한 기회로 방학이 끝나기 전 마침 막내와 단 둘이서 한 열흘 정도를 살게 되었는데,

직접 살림을 살아보니 사람은 어쩌면 매일같이 쓰레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사는 것 같이 느껴졌었다.

그래서 먹는 것을 확 줄이고, 일상에서의 소비를 대폭 줄이니 우선은 버려지는 것이 거의 없어 좋았으며,

적당히 규칙적으로 하는 식사로 인해 뱃속까지 편안해졌으며, 나아가 마음도 편안해짐을 느꼈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입적한 성철 스님이 이승에 계실 때 조촐하기 그지없는 공양과 누더기 가사, 더욱 나무 이치개도 사용한 후

씻었다가 다시 썼다고 하는 이야기가.

그런데 막상 내 블로그의 주된 게시판 충주맛집이라는 것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것이니, 사실 절제, 검소와는 좀 거리가 있는 듯하여 부끄럽다.

그러나 사실 블로그에 포스팅된 맛집들을 보면 그렇게 맛을 즐기는 식도락가를 위한 게 아니란 걸

금새 발견할 것인데,

이는 바로 내가 다녀본 저렴한 식당 위주의 웬만히 가기 싫은 정도가 아닌 집들을 모두 올리다 보니 그런 것이다.

 

요며칠 학기 초의 술자리에 감기까지 겹쳐 심신이 말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우리가 매일 먹는 것도 어쩌면 노동에 비해 너무 과한 것이라는 것.

그러다 보니 비만을 걱정하고,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또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것.

그래서 마침내 나 자신에게 극단적인 조치를  강구하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되, 그 식사는 항상 목숨을 부지할 정도만큼만 하자는 것.

며칠은 잘 지키고 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상황에 부딪혀 어떻게 변화될 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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