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의 대반격: 재앙의 예고
지난 해 11월 말,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口蹄疫foot and mouth disease)이 예년과 달리 급속도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폭설과 한파에 방역도 여의치 않은데다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 (조류독감鳥類毒感, pathogenic avian influenza)(AI)까지 발생하고 있다니 설상가상, 작년부터 시작된 가축들에 의한 대재앙이 새해벽두에도 잦아들 줄 모르고 있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국가재난으로 선포하고, 예방백신 접종을 진행 중에 있지만 재앙의 기세는 도무지 꺾일 줄을 모른다. 큰일이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를 회고컨대, 70-8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는 대량으로 가축을 기르는 일이 거의 없었고, 대신에 집집마다 한두 마리의 소와 닭 몇 마리, 개 한 마리 등, 그야말로 가축의 개념으로 길렀었다.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이면 동네 꼬마들이 집집마다 자기 집 소를 끌고 야산으로 가서 풀을 먹이며 놀던 일이랑, 쇠풀을 베어 집에 와서 사랑방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쇠죽을 끓이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줄곧 양축의 개념이 가축에서 축산산업으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양축은 하나의 사업이 되어 농촌마다 거대한 축사가 들어서면서 오염 등의 온갖 문제를 낳기 시작했다. 이제 자연식을 먹는 소는 그야말로 목장이나 가야 찾을 정도가 되었고, 대부분은 인공사료를 먹여 속성으로 키우니 사료값의 인상에 따라 축산산업도 갈팡질팡 흔들리기도 하였다. 사료라는 게 생산하다보면 동물성 성분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그에 따라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지금 시골을 가보라. 고향인 경주와 지금 살고 있는 충주의 시내 인근의 시골로 가 본 경험상 동네마다 대단위 축사가 없는 곳이 없다. 어떤 마을에는 개를 대량으로 키우기 때문에 개짖는 소리 때문에 마을 전체가 조용할 날이 없기도 하고, 또 어떤 마을은 닭을 대량으로 키우기 때문에 닭똥 냄새가 바람을 타고 마을 전체를 1년 사시사철 떠날 날이 없기도 하다.
엊그제 TV를 통해 본 경기도 어느 소 축사는 대형 축사가 수십 동이나 되어, 마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생산공장을 방불케 했다. 소나 돼지, 개와 닭, 오리 등의 가축도 사실 하나하나가 고귀한 생명들이다. 그 고귀한 생명들을 인간들의 뱃대지를 채우기 위해 좁은 틀 안에 자유를 구금한 채 마치 물건을 생산해내듯 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올바른 도리라고 하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구제역에 걸렸거나 의심되는 소, 돼지를 처리하는 것은 또 어떠한가. 축산농가 소유의 땅(축사 바로 곁일 수가 많다.)에 산채로 생매장하고 있는데, 벌써 그 숫자가 백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고귀한 생명을 산채로 생매장시킨다는 것,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우리 자신이 그 대상이 된다고 상상해보자. 어떻게 함부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매장을 직접 제눈으로 본 사람, 가축의 주인이나 관련 공무원들의 심리적 충격은 또 어찌 하란 말인가. 그뿐인가. 매장 가축으로 인한 지하수와 토질의 오염은 또 누가 책임질 것이며, 누가 그 댓가를 치루게 되겠는가.
이번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하나의 예고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인간들이 동물들의 고귀한 생명을 이렇게까지 철저히 천대하고 무시하는 일이 계속될 때는 머잖은 미래에 이보다 더한 가축의 대반격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재앙이 닥치기 전에 이번 일을 계기로 가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불현듯 이 차제에 아예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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