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의미
작년 이맘때 쯤의 일로 기억된다. 세칭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교의 한 학생이 “나는 학교를 거부한다”라는 대자보를 써 붙이고 학교를 자퇴했다. 대학이 본연의 이상을 상실한 채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해버려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그것은 대학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한 계기가 되었었다.
대학의 의미가 무엇인가. 동아시아적 전통관념으로 본다면 대학이란 본래 숫자 계산과 글자 익히기란 기본적 공부인 소학을 끝낸 뒤 입문하게 되는 진리탐구 단계에 해당하는 고등학제였다. 지금의 제도로 볼 때 중등교육을 마친 후 받게 되는 고등교육인 대학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그 대학의 본래 이념은 무엇이었을까. 사서 중의 하나인 《대학》의 서두를 풀이하면 “환경에 의해 왜곡된 인성을 태어날 때 지녔던 본래의 착한 품성으로 회복시키는 개인적 수양이 첫째 목표이며, 그것을 통해 국민을 새롭게 각성시키는 사회적 효과를 거두는 게 두 번째 목표이며, 본래의 착한 인성을 돈이나 명예 등 외부 환경에 흔들림 없이 항상 견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세 번째 목표이다.” 이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 즉 진리탐구를 바탕으로 삼고,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먼저 자신의 인성을 수양하고 다음으로 그것을 가정과 사회, 국가로 확대시켜 나가, 결국은 세상을 유토피아로 만드는 것이 대학 교육의 목적이자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대학이 과연 그러한 임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취업은 돈을 버는 한 방편이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 이상, 취업이 최대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랑과 우정, 명예, 진리, 행복, 예술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고귀한 분야가 너무나 많다. 대학에서조차 이러한 가치를 외면해버린다면 장차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정치인이나 저널리스트들이 길을 잘못 드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게 또한 대학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대학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일신이나 보전하기에 급급하다. 불의와 진리의 왜곡을 보고도 침묵하는 교수, 진리탐구는 멀리한 채 학점의 노예가 된 학생, 어쩌면 우리나라 대학의 위기는 다른 데서 초래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구성원들 스스로가 초래한 것일 지도 모른다. 대학개혁이란 미명 하에 진행되고 있는 외부로부터의 종종의 압박, 국립대법인화, 학교와 그 구성원의 줄세우기, 자본에 의한 학문과 예술의 계량화 등의 반교육적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대학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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