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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처서(處暑): 여름이여 안녕, 가을철 두번째 절기

by 유경재 2022. 8. 22.

입추가 엊그제 같건만 내일이 벌써 처서이다.

처서(處暑)24절기의 하나로 열네번째 절기이자, 가을 절기의 두 번째에 해당하며,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든다. 태양의 황경이 150°에 위치할 때이며, 양력으로 823일 내지 824일경이다. ‘處暑자는 멈추다, 물러나다의 뜻이며, ‘는 더위를 뜻하므로, 이 때가 되면 더위가 물러난다는 의미이며, 기후변화를 나타내는 절기 명칭이다. 그러나 아직은 더위가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간의 장단의 차이는 있지만 이 시기에도 秋老虎’(추로호)라고 하는 가을더위도 제법 맹렬하다.

처서의 15일 간을 5일씩 3분하여 처서삼후(處暑三候)라고 하는데, ‘一候鷹乃祭鳥’(일후응내제조)인 첫 5일간인 초후(初候)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二候天地始肅’(이후천지시숙)인 둘째 5일간인 차후(次候)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자는 시들다, 위축되다의 의미로서, 초목들이 시들기 시작한다는 의미) ‘三候禾乃登’(삼후화내등)인 셋째 5일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자는 벼. 기장, 조 등의 곡식의 총칭이며, 자는 성숙, 익음의 뜻) 라고 하였다.

대서랑 입추 전후로만 하더라도 더위의 절정이지만 처서에 접어들면 폭염과 열대야가 사라지고, 푹푹 찌는 더위의 주 원흉인 습도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매미소리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름 내내 계속되던 우중충한 먹구름이 걷히면서 맑은 날씨가 다시 찾아온다. 체감적 의미로 본다면 진정한 입추라고 할 만하다. 처서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으로, 예전에 여인들은 이때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 말리면 '포쇄(曝曬)'라 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

이 시기에는 눈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에서 벌초를 한다. 또 처서에는 호미씻기도 끝나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다.

[처서 관련 우리나라 속담]

처서가 지나면 참외맛이 없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도 삐뚤어진다.(모기도 점차 사라짐)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곡식이 익어갈 때 비가 오면 안된다)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처서에 벼가 쑥쑥 익어가듯, 무엇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비유)

어정칠월 건들팔월.(농한기)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가을이 옴)

처서 날 비가 오면 큰 아기들이 울고 간다.(전북 부안과 청산 지방에서 대추가 익기 시작하는 처서 전후로 비가 내리면 혼사를 앞둔 큰애기 혼수장만 걱정이 커짐)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식물의 성장이 멈추고 시들기 시작함)

[처서 관련 중국 속담]

處暑天還暑好似秋老虎(처서천환서, 호사추로호): 처서에 날씨가 여전히 더우면 흡사 가을 호랑이 같다.

處暑雨粒粒皆是米)。(처서우, 립립개시미-): 처서에 비가 오면 알알이 모두 쌀[]이다.

處暑高粱遍地紅(처서고량편지홍): 처서에 수수가 천지에 붉다.

[처서 관련 음식]

복숭아

애호박(칼국수)

추어탕

전어

오리고기[중국]

[처서 관련 중국 시]

詠廿四氣詩·處暑七月中(영이십사기시·처서칠월중) 24절기시: 칠월 중의 처서

, 元稹(원진)

 

向來鷹祭鳥,(향래응제조) 매들은 새를 잡아 제사 지내기 시작하고

漸覺白藏深.(점각백장심) 가을 기운이 깊어져 가는 게 점점 더 느껴지네

葉下空驚吹,(엽하공경취) 나뭇잎이 떨어지니 공연히 가을바람에 놀라고

天高不見心.(천고불견심) 하늘은 높아지는데 초목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보이지 않네

氣收禾黍熟,(기수화서숙) 공기 중에 습기가 줄어드니 곡식이 익어가고

風靜草蟲吟.(풍정추충음) 바람은 고요한데 풀벌레 소리 내어 우네

緩酌樽中酒,(환작전중주) 천천히 술병 속 술을 잔에 따르며

容調膝上琴.(용조슬상금) 거문고 무릎 위에 두고 줄을 고르네

 

<주석>

1. 向來: 이전에, 과거, 원래.

2. 응제조(鷹祭鳥): 逸周書(일주서時訓(시훈), “처서 때는 매가 새를 잡아 제사지낸다”(處暑之日, 鷹乃祭鳥.)라고 했으며, 처서삼후 중의 초후인 鷹乃祭鳥를 가리킨다.

3. 백장(白藏): 가을 기운은 색으로는 흰색이며 거두어들이는 성격을 띤다. 때문에 여기에서는 가을 기운을 가리킨다. 옛 사람들은 네 계절과 색을 연결시켜 봄은 푸른색, 여름은 붉은색, 가을은 흰색, 겨울은 검은색”(春爲青陽, 夏爲朱明, 秋爲白藏, 冬爲玄英)이라고 했다.

4. 불견심(不見心): 가을바람이 소슬하고 만물이 시드는 것을 보니, 하늘에게 만물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처서삼후 중 차후인 天地始肅을 가리킨다.

5. 화서숙(禾黍熟): 농작물이 익어감을 뜻하며, 처서삼후 중 말후인 禾乃登을 가리킨다.

6. 준중주(樽中酒): 술통[술잔] 속의 술.

<작가>

원진(779-831): 자는 미지(微之)이며,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 사람. 당나라 때 대신이자 문학가. 북위(北魏)의 종실인 선비척발부(鲜卑拓跋部)의 후손이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었으며, 정원(貞元) 9(793)에 명경과(明經科)에 급제하여 좌습유(左拾遺) 벼슬을 받았다. 하중(河中)의 막부에 들어가 교서랑(校書郎)으로 발탁되었으며, 감찰어사(監察御史)로 옮겼다. 재상에 임명되었으나 이봉길(李逢吉)의 획책으로 동주자사(同州刺史)로 나가게 되었으며, 후에 조정으로 들어와 상서우승(尙書右丞)이 되었다. 태화(太和) 4(830)에 무창군절도사(武昌軍節度使)로 나갔다. 태화 5(831)에 죽었으며, 상서우복야(尙書右僕射)가 추증되었다. 원진은 백거이(白居易)와 동과에 급제하여 평생 시우로 지냈으며, 함께 신악부운동을 제창하기도 하여, 세상에서는 그 두 사람을 원백’(元白)이라고 병칭했다. 현존 시는 830여 수가 되며, 元氏長慶集이 현존한다.

 

 

[처서 관련 우리나라 시]

처서/윤보영

 

처서다

더위가 사라진 자리

시원한 풀벌레 소리가

대신 들어온다.

 

그리움을 긁어

보고 싶은 사람

더 보고 싶게 만들면서.

처서 소묘(素描)/박인걸

 

낮 달 선명한 하늘에

햇살도 기가 꺾이고

느티나무 짙은 그늘에는

엷은 한기가 맴돈다.

 

귀뚜라미 처량하고

풀벌레 울음 애절한데

곱게 분장한 코스모스는

그리움을 가득물고 있다.

 

거칠게 부대끼며

생존의 몸부림으로

치열한 계절을 넘어온

野草들이 숭고하지만

이미 끝난 게임

점점 기우는 분위기

白露가 저만치서 기다린다.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라.

처서 다음 절기는 가을 세번째 절기인 백로인데, 바로 추석연휴 전날인 9월 8일이니, 위 시의 마지막에서 말한 것처럼
여름이 우리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백로가 저만치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