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느 해 여름보다 무더울 것이란 예보와는 달리 장마 기간이 그런지 요며칠 선선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덥다 덥다 해도 내일(7.23)이 대서이니 올 여름 더위도 이제 2주 정도만 버티면? 한 고비를 넘기지 않을까...조심스럽게 예견해 본다.
대서는 24절기 가운데 열두 번째 절기이자 여름 여섯 절기 중 마지막 절기이다. 겨울 절기인 혹한의 대한(大寒)과 상대되는 절기이다. 소서와 입추(立秋) 사이에 들며, 음력 6월, 양력 7월 23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20°가 되는 때이다. 이 시기는 대개 중복(中伏) 전후에 해당하며 小暑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더우며, 1년 중 가장 더운 절기이다. ‘物極必反’(물극필반)이라는 말처럼 극도로 더운 대서 뒤에는 곧바로 입추가 오는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서일부터 입추까지의 기간을 5일씩 차례대로 나누어 “大暑三候”(대서삼후)라고 하여 세 가지 징후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즉 “첫 번째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가 생기고, 두 번째는 대지가 습하며 찜통 더위가 나타나며, 세 번째는 큰비가 수시로 내린다.”(一候腐草爲螢, 二候土潤溽暑, 三候大雨時行.) 반딧불이는 마른 풀에서 산란하는데 대서 시기가 되면 부화하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썩은 풀이 반딧불이가 되는 줄로 알았다.
이때가 되면 날씨는 매우 무덥게 변하는데, 땅의 습기가 증발하여 공기를 한증막처럼 덥게 만든다. 서(暑)자가 열(熱)자와 구분되는 의미는 바로 습하고 덥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서에 오는 비는 은이고, 대서에 오는 비는 금이다.”라는 속담처럼 이때가 되면 큰비가 자주 내리는데, 이는 수해를 떠나 농사에 보탬이 되고, 찜통더위를 식혀주는 의미도 지닌다. 여름 장마와 무더위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기이지만 농작물 등 식물들에겐 성장의 최적의 조건이 되는 모양이다. 유경재는 갈 때마다 텃밭의 오이, 고추, 가지 등은 물론이요 잡초들도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모습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대서 관련 우리나라 풍속]
대서 전후로 우리나라는 장마전선이 끝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또한 중복이 든 시기로서, 게다가 각급 학교가 여름방학을 시작하니 가족 단위로 피서를 떠나가나 보양식을 먹는다. 시골에서는 장마철에 부쩍 자란 잡초를 베어 퇴비를 장만하며, 논밭에 무성한 김매기에 여념이 없는 계절이다. 수박과 참외 등 여름 과일이 풍성한 때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丁學游1786 ~ 1855)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중 '유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7월 무렵에 해당)'에 소서, 대서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한다.
유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대우(大雨)도 시행(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구리(참개구리) 소리 난다.
늦은 콩팥 조 기장은 베기 전에 대우 들여
지력(地力)을 쉬지 말고 극진히 다스리소.
젊은이 하는 일이 기음매기(김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어(번갈아) 삼사차 돌려 맬 제
그중에 면화밭(목화밭)은 인공(人功)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밭도 북돋아 매어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坐次)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먹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운 후에
청풍에 취포(醉飽)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청태콩(푸른 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해진 후 돌아올 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애애한 저녁 내는 산촌에 잠겨 있고
월색은 몽롱하여 발길에 비취는구나.
늙은이 하는 일도 바이야 없을소냐.
이슬 아침 외(오이) 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 곁에 누역 치기, 창문 앞에 노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쉬움
북창풍에 잠이 드니 희황씨(羲皇氏)적 백성이라.
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석양을 재촉한다.
노파의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하여도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워내니
장마의 소일이요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三伏)은 속절(俗節)이요 유두(流頭)는 가일(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가묘(家廟)에 천신(薦新)하고 한때 음식 즐겨 보세.
부녀는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드리어라 유두국(流頭)을 켜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없는 이 먹여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비 오면 덮어 두고 독전을 정히 하소.
남북촌 합력하여 삼 구덩이 하여 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 길삼하고 굵은 삼 바(밧줄) 드리소.
농가에 요긴키로 곡식과 같이 치네.
산전(山田) 메밀 먼저 갈고 포전은 나중 갈소.
[대서 관련 중국 풍속]
1. 여지(荔枝) 먹기: 대서가 되면 福建省(복건성)의 푸텐(莆田)에서는 집집마다 여지를 먹는데, 이를 “대서 나기”(過大暑)라고 한다. 민간의 전설에 따르면 대서날에 먹는 여지는 그 영양이 인삼과 같다고 한다. 여지는 포도당과 여러 종류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가가 풍부하여 몸을 보양할 수 있다.
2. 쌀죽[미음] 먹기: 福建省(복건성) 푸텐(莆田) 사람들은 대서 절기에 쌀죽을 먹는 풍속이 있다.
3、파인애플 먹기: 타이완에서는 이때 파인애플 먹는 풍속이 있는데, 파인애플을 뜻하는 중국어인 “鳳梨”의 복건성 발음이 “旺來”(기운이 왕성하다, 번창하다)와 같아서, 평안하고 장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였다.
4. 대서선(大暑船)을 떠나보내다: 대서 때에는 절강성(浙江) 태주(台州) 연해에는 ‘대서선’ 보내기 활동이 있다. 어민들이 ‘대서선’이란 배를 메고 거리를 행진하면서 폭죽을 울리면 길 양쪽에 구경하는 인파는 모두 복을 빈다. ‘대서선’이 부두에 이르면 일련의 기복의식을 치룬 뒤, 이 배는 어선에 의해 어항으로 끌어내어져 불을 붙여 바다로 떠나가게 된다. 이런 행사를 통해 오곡이 풍성하고 생활이 평화롭기를 기원하였다.
[대서 관련 우리나라 속담]
대서에는 큰비가 내리고 백일 후에는 서리가 나타난다.
소서대서에는 쥐도 물에 잠겨 죽는다.
대서에 무더위가 없으면 곡식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소서대서가 덥지 않으면 소한대한도 춥지 않다.
[대서 관련 중국 속담]
大暑熱不透, 大熱在秋後.(대서열불투, 대열재추후): 대서 때 더위가 철저하지 않으면 큰 더위가 가을이 된 후에 온다.
大暑展秋風, 秋後熱到狂.(대서전추풍, 추후열도광): 대서에 가을바람 같이 시원한 바람이 불면, 가을이 된 뒤에 미친 듯한 더위가 있다.
大暑不暑, 五穀不鼓.(대서불서, 오곡불고): 대서 때 덥지 않으면 오곡이 살찌지 않는다.
大暑無酷熱, 五穀多不結.(대서무혹열, 오곡다불결): 대서 때 혹심한 더위가 없으면 오곡이 대부분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
小暑大暑不熱, 小寒大寒不冷.(소서대서불열, 소한대한불랭): 소서 대서 때 덥지 않으면 소한 대한 때 춥지 않다.
[대서 절기 건강 관리]
이 무렵 찜통더위의 건강관리는 제습과 강온이 핵심이기 때문에 주거환경이나 수면 등 생활태도, 운동, 음식 등도 이를 감안해서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생활공간과 그 주변이 다습하여 모기 등 해충들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으니 해충방제에 신경을 쓰고, 아울러 과다한 땀 배출로 인한 탈수증, 강렬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병과 일사병, 지나친 강온으로 인한 냉방병이나 감기 등도 조심해야 한다. 식사의 경우 냉면 대신에 삼계탕을 먹는 것처럼 이열치열식의 반대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대서 관련 한시(중국시)]
<消暑詩>(더위 해소시)
: 당(唐) 백거이(白居易)
何以消煩暑(하이소번서), 어떻게 이 찜통 더위를 해소할까
端坐一院中.(단좌일원중). 안마당에 단정히 앉아 있다네
眼前無長物,(안전무장물), 눈앞에는 쓸데없는 사물 하나도 없고
窗下有清風(창하유청풍). 창 아래로는 맑은 바람 지나가네
散熱由心静,(산열유심정), 마음이 고요해지니 열기가 흩어지고
凉生爲室空.(량생위실공). 방안이 텅 빈 듯하니 시원함이 생기네
此時身自保,(차시신자보), 이때 몸은 저절로 쾌적하게 되니
難更與人同.(난갱여인동). 더욱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는 어렵다네.
[주석]
- 원중(院中): 사합원 같은 곳의 건물 가운데의 공간.
- 장물(長物): 불교 용어. 과도한[불필요한] 물건.
[요지]
혹서기를 넘기는 시인 나름의 방법이 시에 잘 표현되어 있다.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 제45장에 “떠들썩한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고요히 있으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躁勝寒, 靜勝熱.)(조승한, 정승열)라고 했다.
[작가]
白居易(백거이772-846), 자(字)가 낙천(樂天), 호(號)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또는 취음선생(醉吟先生). 본관은 산서 태원(山西太原)이나 증조부 때 이사하여 하남성 신정(河南新鄭)에서 출생했다. 백거이는 당대 위대한 현실주의 시인이자,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함께 당대 3대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백거이는 원진(元稹)과 함께 신악부운동을 제창하여 세상에서 그들을 “元白”(원백)이라 병칭하였으며, 유우석(劉禹錫)과도 “劉白”(유백)이라 병칭했다. 백거이의 시가의 제재는 광범위하고 형식도 다양하며, 언어는 평이하고 통속적이어서, 그를 “詩魔”(시마), “詩王”(시왕)이라고 불렀다. 관직은 태자소부(太子少傅), 형부상서(刑部尚書)에까지 이르렀으며, 풍상현후(馮翊縣侯)에 봉해졌다. 846년 백거이는 낙양(洛陽)에서 죽었으며 향산(香山)에 묻혔다. 《白氏長慶集》(백씨장경집)이 세상에 전하며, 대표시로는 《長恨歌》(장한가), 《賣炭翁》(매탄옹), 《琵琶行》(비파행) 등이 있다.
[대서 관련 우리나라 현대시]
대서(大暑)/강웅순
염소뿔도 녹는다는
소서와 입추 사이의 대서
황경(黃經)이 120에 이르면
물은 흙이 되고
흙은 물이 되며
풀은 삭아서 반딧불이 된다
장마에 돌도 자란다는
애호박과 햇보리 사이의 대오리
토용(土用)이 중복(中伏)에 이르면
씨앗은 꽃이 되고
꽃은 씨앗이 되며
태반은 삭아서 거름이 된다
붉은 배롱나무가
원추형 태양으로 타오르고
벼가 익는 하늘이
파랗게 맨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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