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망종(芒種): 보리 베고 모내기하는 때

by 유경재 2022. 6. 3.

오늘은 6월 3일, 음력으로는 5월 5일 단오절이다. 음력으로 달과 날짜에 같은 홀수가 겹치는 날은 옛날부터 모두 좋은 날로 삼았으니, 1월 1일은 설날, 3월 3일은 삼짇날, 5월 5월은 단오절, 7월 7일은 칠석, 9월 9일은 중양절 등이 그 예가 된다. 그중 단오절은 중국의 혐한의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즉 강릉의 단오제를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하자, 중국이 자기들 명절인데 한국이 빼앗아 갔다고 우기면서부터 나아가 한국 사람들이 공자나 이태백도 한국 사람이었다고 한다는 등 억지를 부리며 혐한을 부추켰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홀수 달과 날이 겹치는 날은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각종 풍속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의 그날 절기 이름이 중국의 단오절과 같기에 그런 오해가 생겨난 게 아닌가 싶다. 때문에 비록 명칭은 같지만 단오절의 풍속은 전혀 다르다.

중국에서는 전국시대 초나라 충신 굴원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용선대회나 쫑즈 먹는 풍습이 있다면 우리는 창포를 넣어 삶은 물에 머리르 감거나 그네뛰기, 씨름 등이 주요 풍속으로 중국과는 전혀 다르다.

서론이 길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은 6월 6일로, 24절기 중의 망종이다. 그날은 공휴일이며, 내일 모레는 또 주말이기에 망종에 대한 소개를 오늘 블로그에 소개하고자 한다.

망종(芒種)24절기 중 아홉 번째이자, 여름 절기로는 세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서,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들며, 태양의 황경은 75도에 도달한 때인 양력으로 65-6일 무렵이다. 芒種자는 보리나 벼 같은 곡식 씨앗의 끝에 있는 까끄라기를 가리키며, ‘자는 씨앗(을 뿌림)이란 뜻으로, 까끄라기가 있는 보리를 수확하고 까끄라기가 있는 벼를 파종할 때라는 의미다. 어원은 멀리 周禮(주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澤草所生, 種之芒種.”(택초소생, 종지망종)이라 하여, “물풀이 자라는 곳에 까끄라기 곡식을 파종한다.”라고 했다. 전형적으로 농사를 반영한 절기이다.

남북의 기후 차이와 빨라진 농사철 등을 감안하면 지금과는 조금 맞지 않지만 어쨌든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다. 망종까지는 보리를 모두 베어야 빈터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다. 또 이 시기는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화가 열매 맺기 시작하는 때이다.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에는 보리농사가 많은 남쪽일수록 더욱 바쁘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일 년 중 제일 바쁜 시기이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며, 농가는 모내기 준비로 바쁘다.

중국의 옛날 문헌에서는 망종 기간을 5일씩 나누어 망종유삼후(芒種有三候)’라고 하면서 각 시기마다 차례대로 螳螂生”(당랑생: 사마귀가 나타나기 시작함), “鵙始鳴”(격시명: 때까치가 울기 시작함), “反舌無聲”(반설무성: 개똥[검은]지빠귀가 울음을 멈춤)이라고 하여 그 시기별 특징을 말했다.

[망종 관련 풍속]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5월령[음력이니 망종에 가깝다]

오월이라 중하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를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문 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 하오리라

드는 낫 베어다가 단단이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서서 짓내어 두드리니

불고 쓴 듯하던 집안 졸연히 흥성하다

담석에 남은 곡식 하마 거의 진하리니

중간에 이 곡식이 신구상계 하겠구나

이 곡식 아니려면 여름농사 어찌할꼬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망극하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뜬물에 꼴 먹이고 이슬풀 자로 뜯겨

그루갈이 모심기 제 힘을 빌리로다

보리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장마나무 준비하여 임시 걱정 없이하세

잠농을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고치를 따오리라 청명한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폭양에 말리우니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 고치 흰 고치를

색색이 분별하여 일이분 씨로 두고

그나마 켜오리라 자애를 차려놓고

왕채에 올려내니 빙설 같은 실오리라

사랑홉다 자애소리 금슬을 고루는 듯

부녀들 적공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오월오일 단옷날 물색이 생신하다

외밭에 첫물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눈부시다

목맺힌 영계 소리 익힘벌로 자로 운다

향촌의 아녀들아 추천을 말려니와

청홍상 창포비녀 가절을 허송마라

노는 틈에 하올 일이 약쑥이나 베어두소

상천이 지인하사 유연히 작운하니

때맞게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후에

밤 들어 오는 소리 패연히 드리운다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제

뒷논은 뉘 심고 앞밭은 뉘가 갈고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는 자네 하소 논 삶기는 내가 함세

들깨모 담배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지모 고추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선화는 네 사천 너무 마라

아기어멈 방아찧어 들 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밭 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샐 때에 문에 나니 개울에 물 넘는다

메나리 화답하니 격양가가 아니던가

[망종 관련 중국 풍속]

送花神: 봄꽃이 끝나는 시기로서 망종날에 꽃신에게 제사를 올리며 전송하면서 다음해 봄을 기약한다.(홍루몽에 나오는 꽃무덤도 그러한 예가 될 듯)

安苗(안묘): 볍씨를 뿌린 후 안착되기를 기원하는 제사 활동이다.

煮梅(자매): 매실을 삶는 등 가공해서 이용한다.

端午節(단오절): 이 시기는 음력으로 단오절 시기로, 단오절과 관련된 풍속이 있다.

[망종 관련 한국 속담]

- 보리는 망종 3일 전까지 베라: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

-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

-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 ‘망종보기라 해서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어 빨리 거두어 들일 수 있으나, 5월에 들면 그해 보리농사가 늦게 되어 망종 내에 보리농사를 할 수 없게 된다. ,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의 보리 수확이 늦고 빠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망종 관련 중국 속담]

芒種不種再種了無用.(망종부종, 재종료무용): 망종에 씨 뿌리지 않으면 다시 뿌려도 모두 소용 없다.

芒種插秧穀滿尖, 夏至插的結半邊.(망종삽앙곡만첨, 하지삽적결반변): 망종에 심은 모는 알갱이가 가득 차고, 하지에 심은 모는 반쯤 쭉정이다.

栽秧割麥兩頭忙, 芒種打火夜插秧.(재앙할맥양두망, 망종타화야삽앙): 모내기와 보리 베기 둘 다 바쁘니, 망종에는 밤중에도 불을 켜고 모내기한다.

[망종 관련 중국 한시]

詠廿四氣詩·芒種五月節(영이십사기시·망종오월절<이십사절기-음력 5월 절기인 망종>

唐 元稹(원진779-831)

 

芒種看今日,(망종간금일) 망종 절기에 오늘을 살펴보니

螳螂應節生.(당랑응절생) 사마귀는 절기에 응하여 출현하네

彤雲高下影,(동운고하영) 붉은 구름은 위아래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鴳鳥往來聲.(안조왕래성) 매추라기는 날아 오가면서 소리를 내네

渌沼蓮花放,(녹조연화방) 맑은 연못에는 연꽃이 꽃잎을 피우고

炎風暑雨情.(염풍서우정) 뜨거운 바람에는 여름비의 조짐이 느껴지네

相逢問蠶麥,(상봉문잠맥) 서로 만나면 누에와 보리 농사에 대해 물으며

幸得稱人情.(행득칭인정) 다행히도 인심은 더없이 좋다네

 

<주석>

- 芒種: ‘忙種이라고도 함.

- 螳螂: 학명이 螳螂(당랑), 刀螂(도랑)이라고 하며, 육식성 곤충. 螳螂拒轍(당랑거철).

- 應節: 절기에 맞게 응하다.

- 彤雲: 붉은 구름. 오색 구름.

- 鴳鳥: 매추라기의 일종.

- 渌沼zhǎo: 물이 맑은 연못.

- 炎風: 뜨거운[더운] 바람.

- 暑雨: 한여름에 내리는 비.

- 蠶麥: 누에와 보리.

- 幸得: 다행히, 요행히. 마지막 구는 망종 시기 보리 베기와 모내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서로 만나면 순박하게 농사에 관한 이야기를 정답게 나누게 된다는 뜻. 도연명의 <귀원전거> 시에서 서로 만나도 잡스런 말은 하지 않고, 단지 뽕나무와 삼이 자라는 것만 말하네”(相見無雜言但道桑麻長.)와 의미가 통한다고 하겠다.

 

<작가 소개>

원진은 微之(미지)이며, 하남성 洛陽(낙양) 사람이다. 당나라의 大臣(대신)이자 문학가로서,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었다. 貞元 9(793)에 명경과에 급제하여 左拾遺(좌습유) 벼슬을 받았으며, 校書郎(교서랑)으로 발탁되었다가 監察御史(감찰어사)로 옮겼다. 한 차례 재상에 임명되었다가 李逢吉(이봉길)의 획책으로 同州刺史(동주자사)로 좌천되었다가 다시 조정에 들어와 尙書右丞(상서우승)이 되었다. 太和(태화) 4(830)에는 다시 武昌軍節度使(무창군절도사)로 나갔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으며, 尙書右僕射(상서우복야) 벼슬이 추증되었다.

원진은 白居易(백거이)와 동과에 급제하여 평생토록 詩友로 지내면서 함께 신악부운동을 제창하기도 했다. 세상에서는 元白’(원백)이라 병칭하였으며, ‘元和体’(원화체)의 중심 인물이었다.그의 악부시 창작은 후대 張籍(장적), 王建(왕건) 등에게 영향을 끼쳤으며,李紳(이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존 시는 830여 수이며, 문집인 元氏長慶集이 현존한다.

[망종 관련 우리나라 시]

망종(芒種)

ㅡ정희정

 

구석진 곳에 촘촘한 모기장을 짓는 거미

푸른 곡선(曲線)이 조금씩 솟아오르는 산과 들

초록 물결이 높은 파도로 일어나고

탱글탱글하게 물이 오른 매실이

단지로 시집갈 준비를 한다.

 

보리는 누런 수염을 바람결에 흩날리고

, 밭에는 까끄라기 달린

곡식이 파랗게 넘실넘실 춤을 춘다.

나뭇가지에 앉은 이파리

우주 창을 열고 푸른 손을 길게 뻗는다.

 

짙푸른 녹색을 허공에 가득 메우는

풍성함을 사치라 여기지 않고

삶의 법칙(法則)에 순응하는 절기

눈이 시린 빛은 허공으로 마중을 나가

신록이란 신록을 몽땅 데불고 왔다.

[망종 관련 영화]

<망종>: 장률(1962년 중국 연길생 조선족) 감독. 2006년에 3월에 국내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ACID, 페사로영화제 뉴시네마상,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는 중국 변방에서 망종 시기에 최순희라는 조선족 여자가 아들 창호와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단한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 김치를 팔면서 생계를 잇는데, 노점상을 하다 보니 단속반에 걸리기도 하고,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치사한 일도 겪게 된다.

일생 전체를 통해 볼 때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감이 빨라진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는데, 1년만 두고 볼 때도 1월, 2월, 이렇게 달이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고 느끼는 건 유독 나만 그런지...이제 또 보름 후면 1년 중 낮 시간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된다. 그 말인 즉 하지 이후로는 낮이 짧아지면서 다시 겨울로 향해 달려간다는 말이 되니 한 해가 짧아도 너~~~~무 짧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