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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입하(立夏): 여름이 시작되는 날

by 유경재 2022. 5. 4.

내일(5월 5일)은 주중의 달콤한 휴식의 날인 어린이날이기도 하면서 올해는 24절기 중의 입하이기도 하다.

입하(立夏)는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로서, 여름철의 여섯 절기 중 첫번째 절기에 해당하며,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든다. 입하는 태양의 황경이 45°인 날로 대개 55일에서 7일 사이가 된다. '입하'라는 말은 여름이 들어섰다는 의미이다. 이 무렵은 봄빛이 완전히 물러나고 산과 들의 나뭇잎이 무성해지며, 농사일이 바빠지고 개구리와 지렁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이다. 입하 이후로는 일조량이 증가하면서 기온도 따라 점차 상승하며 강우량도 많아지면서, “春生, 夏長, 秋收, 冬藏”(봄에 나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간수함)이란 말처럼 농작물도 점차 성장해가는 단계로 접어든다.

입하가 있는 음력 4월을 초여름이라는 뜻의 '초하(初夏)''유하(維夏)', 홰나무꽃이 핀다고 하여 '괴하(槐夏)'라고도 하고, '보리가 익을 무렵'이라는 뜻으로 '맥추(麥秋)', '맥량(麥凉)이라고도 한다.

여러 문헌에 입하 이후 소만까지의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여, ‘立夏三候’(입하삼후)라고 하면서 一候螻蟈鳴(일후루괵명), 二侯蚯蚓出(이후구인출), 三候王瓜生(삼후왕과생)”라고 했는데, 즉 첫 5일인 초후(初候)에는 청개구리가 짝을 찾아 울고, 다음 5일인 중후(中候)에는 지렁이가 땅에서 나오며, 마지막 5일 말후(末候)에는 주먹참외[하늘타리?]의 싹이 튼다고 했다.

 

[풍속]

중국에서는 입하 전후에 앵두가 익고 죽순이 올라오며 새로 나온 과일과 채소들이 많아 몸을 보신하는 시절이라고 보았다. 삶은 계란을 먹으면 심장이 튼튼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죽순을 먹으면 다리가 튼튼해지고, 완두콩을 먹으면 눈이 맑아진다고 믿어, 완두콩을 넣어 찹쌀밥을 지어 먹고, 삶은 계란과 죽순을 넣은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는 입하 무렵 이미 한낮에는 여름 기운이 느껴지고, 신록이 짙어지며, 개구리가 짝을 찾아 울기 시작한다. 못자리에는 벼의 싹이 터서 쑥쑥 자라고, 보리이삭들은 익기 시작하여 추수를 기다리는 시절이다. 이 무렵 어린 쑥을 뜯어 쌀가루와 섞어서 쑥버무리를 해먹는다. 입하 전후에 수확한 차를 '두물머리'라고 하는데, 보통 우전차라고 하여 곡우 전에 첫물로 딴 차를 상품으로 치지만, 우리나라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艸衣)선사는 입하(立夏) 전후의 차가 더 상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맘때는 밭작물 가운데 보리와 밀은 곡우에 씨를 뿌려 망종 뒤에 거두고, 그 외의 밭곡식과 목화 따위는 입하에 씨를 뿌려 추석 무렵에 거둬들인다.

농촌에서는 이 무렵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오고 해충이 번지기 시작하여 농사일이 바빠지는데, 여름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 종종 있어, 농촌에서는 비를 가리기 위해 짚이나 풀로 촘촘하게 엮은 도롱이를 만들어 우비처럼 걸쳤고, 대오리나 갈대를 엮어 삿갓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사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5월 무렵에 해당)'에 입하, 소만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4월령

사월이라 맹하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펴질 때에 뻐국새 자로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잠논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읍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갈소 방적의 군본이라

수수 동부 녹두 참깨 부룩을 적게 하소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 보세

농량이 부족하니 환자 타 보태리라

한잠 자고 이는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뽕 따는 아이들아 훗그루 보아 하여

고목은 가지 찍고 햇잎은 제쳐 따소

찔레꼿 만발하니 적은 가물 없을소냐

이 때를 승시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도랑쳐 수도 내고 우루쳐 개와 하여

음우를 방비하면 훗근심 더 없나니

봄나이 필무명을 이 때에 마전하고

메 모시 형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천만이 일심하여 봉와을 옹위하니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자 분의 깨닫도다

파일에 현등함은 산촌에 불긴하니

느티떡 콩찐이는 제 때의 별미로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 보세

해 길고 잔풍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남았구나

촉고를 둘러 치고 은린 옥척 후려 내어

반석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팔진미 오후청을 이 맛과 바꿀소냐

[입하 관련 속담]

(중국)

-. 立夏不熱, 五穀不結(입하불열, 오곡불결): 입하 때 덥지 않으면 오곡이 결실을 하지 않는다.

-. 立夏小滿青蛙叫, 雨水也將到(입하소만청와규, 우수야장도): 입하, 소만 때 청개구리가 울면 곧 비가 내린다.

-. 清明麻, 穀雨花, 立夏前後栽地瓜(청명마, 곡우화, 입하전후재지과): 청명 전후로는 마를 심고, 곡우 전후로는 목화를 심으며, 입하 전후로는 고구마를 심는다.

-. 立夏汗濕身, 當日大雨淋(힙하한습신, 당일대우림): 입하에 온몸이 땀에 젖으면 그날 큰비가 내린다.

-. 立夏後冷生風, 熱必有暴雨(입하후냉생풍, 열필유폭우): 입하 뒤에 찬바람이 불면, 더울 때는 반드시 폭우가 내린다.

-. 立夏種綠豆(입하종녹두): 입하에는 녹두를 파종한다.

(입하 관련 우리나라 속담)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못자리에 바람이 불면 채 착근하지 못한 볍씨가 한쪽으로 몰리게 된다.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 모내기 준비를 할 때다.

입하 일진이 털 있는 짐승날이면 그해 목화가 풍년 든다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 비가 잦아서 거름 성분의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입하 관련 시]

(중국)

[] 陆游(육유1125-1210)

立夏(입하)

赤幟插城扉,(적치삽성비) 붉은 깃발 성안 모든 대문에 꽂으며 적제(赤帝: 여름)를 맞이하자

東君整駕歸.(동군정가귀) 태양신은 수레 정비하고 청제(靑帝: )를 데리고 떠난다네

泥新巢燕鬧,(니신소연뇨) 진흙은 새로운데 둥지 속의 제비들 소란하고

花盡蜜蜂稀.(화진밀봉희) 봄꽃이 다 져버려 꿀벌도 드무네

槐柳陰初密,(괴류음초밀) 회화나무 버드나무 그늘은 이제 막 짙어지고

簾櫳暑尚微.(렴롱서상미) 창문에 드리운 주렴으로 더위도 오히려 가볍네

日斜湯沐罷,(일사탕목파) 해가 기울자 목욕을 끝내고

熟練試單衣.(숙련시단의) 누인 천의 여름 홑옷을 처음으로 입어보네

 

[주석]

-. 赤幟(적치): 붉은 깃발. 불의 붉은 색을 통해 여름을 가리킨다.

-. 城扉(성비): 성안 민가의 창문이나 대문.

-. 東君(동군): 전설상의 태양신. 봄을 가리킨다.

-. 整駕(정가): 거마를 준비해 출발하고자 한다.

-. 泥新(니신): 새로운 진흙.

-. 簾櫳(렴롱): “簾籠”(렴롱)으로도 쓴다. 창문에 드리우는 발과 창문. 창문에 드리우는 발을 가리킨다.

-. 湯沐(탕목): 목욕하다.

-. 單衣(단의): 안감()을 대지 않은 홑옷.

 

[작가]

작가인 육유(1125-1210)는 송나라 때의 애국시인으로, 자는 務觀(무관), 越州(월주)山陰(산음: 지금의 浙江省 紹興) 사람이다. 소년 시절에 여러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으며, 무술과 검술을 익혀 적을 없애고 나라에 충성하려고 했다. 남송高宗 紹興(소흥) 23(1153)에 예부의 과거시험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는데, 등수가 秦檜(진회)의 앞이어서 진회를 화나게 했다. 다음해 다시 예부의 시험에도 장원급제했는데, 중원 수복을 주장했다고 해서 진회에 의해 낙방당했다.

진회가 죽은 후 福州(복주)寧德縣(영부현) 主簿(주부)로 나갔다. 소흥 31(1161)孝宗이 불러들여 진사 출신을 하사하였다. 鎭江通判(진강통판), 隆興府通判(융흥부통판), 冀州通判(기주통판)등을 역임했다. 乾道(건도)8(1172)四川宣撫使(선무사)王炎에 의해 干辦公事(간판공사)가 되었는데, 육유는 갑옷을 걸치고 몸소 변경을 지켰다. 이러한 군대에서의 생애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시집을 劍南詩稿(검남시고)라고 했으며, 문집을 渭南文集(위남문집)이라고 지었다.

육유는 중국문학사에 있어서 가장 풍부한 저작을 남긴 시인으로서, 약 일만 수 정도가 전해오며, ‘중흥의 최고’(쇠퇴에서 다시 흥성함)라고 일컬어진다.

[입하 관련 우리나라 현대시]

입하/윤보영

 

오늘부터 여름이다

봄꽃이 너무 많아

아직 다 데려오지 못해

아침기온이 서늘한 여름이다

내안에

마중나와 데려온

네 생각이 무성하게 들어찬

여름이다

꽃 보다

네가 더 보고싶을

여름이다

벌써 24절기 중에 일곱번 째 절기의 포스팅을 마친다.

그러고 보니 날짜로 따져봐도 1년 중에 이미 3분의 1이 지나간 시점이다.

새해 다진 각오들 아직도 채 시행에 옮기지 못한 게 태반이건만 어찌 세월은 이렇게 한 치의 어김없이 잘도 흐르는지...

지금부터 일찌감치 다음 절기인 소만(5월 21일)을 맞을 준비를 하여야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