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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곡우(穀雨): 농사에 때맞춰 봄비가 내리는 때

by 유경재 2022. 4. 19.

내일 4월 20일(수)은 곡우 절기이다.

곡우(穀雨)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로서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드며, 봄 절기 여섯 중 마지막 절기에 해당한다. 곡우는 태양의 황경이 30°인 날로 대개 419일에서 21일에 든다. '곡우'는 곡식의 생장에 도움이 되는 봄비가 내리는 시기라는 뜻이다. 이때부터 강수량이 확연히 늘어나며, 곡우는 우수(雨水), 소만(小滿), 소설(小雪), 대설(大雪) 등의 절기와 마찬가지로 강수와 관련된 절기이다.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준비하며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들고, '곡우물'이라 하여 부쩍 많이 나무에 오른 수액을 받아서 먹기도 한다.

24절기의 기원을 살펴보면 대체로 황하문명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춘추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네 계절을 뜻하는 절기인 중춘(仲春), 중하(仲夏), 중추(仲秋), 중동(仲冬) 등이 있었으며, 이후 점차 확대되면서 진한(秦漢) 시기에 지금의 24절기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곡우 절기도 시작부터 다음 절기인 입하 전까지 모두 15일이 되는데, 고대의 전적에 따르면 이 기간을 삼분, ‘곡우삼후(穀雨三候)’라 하여 세 시기의 기후적 특징을 따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이들 기록에 따르면 첫 5일간인 초후에는 一候萍始生’(일후평시생)이라고 하여 물풀이 나기 시작하고, 다음 5일간인 중후에는 二候鳴鳩拂其羽’(이후명구불기우)라고 하여 뻐꾸기가 날개짓하면서 파종 시기를 알려 주며, 말후인 마지막 5일간은 三候爲戴勝降于桑’(삼후위대승강우상)이라고 하여 뽕나무 위에 후투티(여름 철새로, 주로 뽕밭 주변에 서식하기 때문에 오디새라고도 함)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에서 깨어 자란다고 보아, 이 무렵에 볍씨를 물에 담궈 못자리를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참죽나무[가죽나무]의 순을 먹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吃春’(봄을 먹음)이라고 한다.

곡우를 전후하여 차잎도 연하고 향기가 좋아 '곡우차'라고 하면서 좋은 차로 치는데, 그중에서도 곡우 전에 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고 하고, 그 후의 차를 '우후차(雨後茶)'라고 하는데, 우전차의 품질을 더 높은 것으로 여긴다. 곡우 무렵에는 조기가 서해를 타고 북상하여 충청남도 서쪽 격렬비열도 인근까지 올라와서 많이 잡혔는데, 이때 잡힌 조기가 살이 연하고 맛이 있어 따로 '곡우사리'라고 불렀다.

곡우에는 나무에 수액이 많이 오르는데, 이 수액을 '곡우물'이라고 하여 받아 먹는다. 전라남도나 경상남북도, 강원도 등지에서 사람들은 곡우물을 먹으러 깊은 산이나 명산을 찾기도 한다. 곡우물은 주로 산다래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서 거기에서 나오는 물을 말한다. 곡우물을 먹기 위해서는 곡우 전에 미리 상처를 낸 나무에 호스를 연결한 통을 달아두고 여러 날 동안 수액을 받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곡우 관련 속담]

(우리나라)

곡우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가 좋지 않다

곡우에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른다

(중국)

谷雨有雨棉花肥: 곡우에 비가 오면 면화꽃이 토실해진다

谷雨種棉家家忙: 곡우에는 목화씨를 뿌리느라 집집마다 바쁘다

谷雨麥懷胎立夏長胡須: 곡우가 되면 보리싹이 살이 들고, 입하가 되면 수염이 난다

谷雨過三天園裏看牡丹: 곡우 3일 후엔 꽃밭에 모란꽃이 보인다

谷雨前後栽地瓜最好不要過立夏: 곡우 전후로 고구마를 심는데 가장 좋기로는 입하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곡우 관련 시]

(중국)

<곡우(谷雨)>

() · 정판교(鄭板橋)

 

不風不雨正晴和,(불풍불우정청화) 바람도 없고 비도 없으며 한창 맑고 따뜻한 때

翠竹亭亭好節柯.(취죽정정호절가) 푸른 대나무 꼿꼿하게 마디마다 멋지다네

最愛晚涼佳客至,(최애만량가객지) 가장 좋은 건 시원한 저녁 때 귀한 손님 찾아온 것

一壺新茗泡松蘿.(일호신명포송라) 한 주전자 새 송라차를 우려낸다네

幾枝新葉蕭蕭竹,(기지신엽소소죽) 몇 가지 새로 돋은 대나무 잎 쓸쓸한데

數筆橫皴淡淡山.(수필횡준담담산) 몇 번 붓을 대며 가로로 주름을 그린 옅은 색의 산

正好清明連谷雨,(정호청명연곡우) 청명부터 곡우까지는 연중 가장 좋은 시절

一杯香茗坐其間.(일배향명좌기간) 한 잔 향기로운 차 마시며 이런 풍경 속에 앉아 있네

(주석)

1. 晴和: 날씨가 맑고 온화하다.

2. 亭亭: 높이 꼿꼿이 서 있는 모양.

3. 節柯: 대나무 마디.

4. 晚涼: 저녁 무렵 시원하고 산뜻한 날씨.

5. 佳客: 귀빈, 가빈(嘉賓).

6. 新茗: 새론 난 차의 잎.

7. 松蘿: 송라차를 가리킴. 중국의 경우 황산(黃山)가 유명하며, 녹차에 속하며, 지금의 안휘성 황산시(黃山市) 휴녕현(休甯縣)의 송라산(松蘿山)에 난다.

8. 蕭蕭: 쓸쓸한 모양.

9. 橫皴(횡준): 산수화에 자주 쓰이는 기법의 하나로, 가로로 주름을 주는 기법.

10. 香茗: 향기로운 차.

(요지) 곡우 때가 되면 새로 나는 차잎, 즉 곡우차를 마시며, 날씨도 맑고 바람도 잔잔하다. 정원의 대나무도 푸르름을 더하며 꼿꼿하게 자라 멋을 더한다. 곡우차의 향기 속에서 붓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작품은 작가가 좋아하는 식물인 대나무가 등장하고 있으며, 미련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실제로도 청명 이후 요즘 날씨가 더없이 좋다는 것으로 증명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작가)

鄭板橋(16931766): 본명은 정섭(鄭燮), 자는 극유(克柔), 호는 이암(理庵) 또는 판교(板橋)이며, 사람들은 주로 판교선생(板橋先生)이라 불렀다. 강소성(江蘇省) 흥화(興化) 사람이며, 청나라 때 서화가이자 문학가이다. 관직이 산동성(山東省) 범현(範縣)과 유현(濰縣)의 현령(縣令)을 역임했으며, 치적이 뚜렷했다. 나중에 양주(揚州)로 이사가서 그림을 그려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며, “揚州八怪”(양주팔괴)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평생 단지 난초, 대나무, 바위 등을 그렸는데, 스스로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 난초, 백 개의 마디에 오래 푸른 대나무, 만고에 망가지지 않는 바위, 천추의 세월에도 변함 없는 사람”(四時不謝之蘭百節長青之竹萬古不敗之石千秋不變之人)라고 했다. 그의 시와 글씨, 그림을 세상에서는 三絕”(삼절: 세 가지 뛰어난 것)이라고 했으며, 청대의 대표적인 문인이자 화가였다. 대표 작품으로는 修竹新篁圖)(수죽신황도), 清光留照圖(청광류조도), 蘭竹芳馨圖(난죽방형도), 甘谷菊泉圖(감곡국천도), 叢蘭荊棘圖(총란형극도)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鄭板橋集(정판교집)이 있다.

[곡우 관련 우리나라 현대시]

 

곡우 단비 / 김용화

 

하늘이 때를 알아 비를 내리십니다

달팽이는 긴 뿔대를 세우고

가재는 바위를 굴리며

청개구리는 연잎 위에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물새는 수면을 차고 날아가며

잉어는 못 위로 뛰어올라

농부는 땅에 엎드려 온몸으로 비를 맞습니다

내 감각상으로는 일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때가 바로 청명에서 곡우 무렵인 것 같다. 실제로도 올해는 이 무렵의 봄날이 나로서는 너무나 상쾌한 날씨의 연속이라 생각되었는데, 곡우마저 지나가 버리면... 아, 점점 대지는 더워지고 또 그만큼 더위가 우리의 일상을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얼마 남지 않은 좋은 계절을 마음껏 누려야 할 것 같은데, 바쁜 일상을 그걸 허락하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