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를 블로그에 올리다 보니, 늘 느끼는 건 15일마다 오는 절기 따라가기도 너무 벅차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바로 어제 같이 경칩에 대해 소개했건만 어느새 또 내일이 춘분이다.
블로그에 절기를 소개하는 원래 의도는 계절 변하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 자신이 안타까와서 최소한 24절기의 변화만이라도 감지하면서 살자는 의도였는데, 어째 세월 가는 게 쏜살 같다는 사실만 느끼게 되는지...
그래서 일상의 삶이 더욱 바쁘게 생각되니, 그야말로 머지않아 다시 추분을 소개하고, 입동을 소개하고 하다 보면 올 한해도 또 그렇게 지나가겠지.
아, 무상한 세월이여~~~
춘분(春分)은 24절기 중 네번째로서, 경칩(驚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드는 절기이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춘분은 태양의 황경이 0°인 날로 대개 3월 19일에서 22일 사이에 드며, 그 반대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절기는 추분이다. 춘분은 천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남북반구 모두 주야가 이등분되는 시기이다. 이때부터 태양은 계속 적도에서부터 북반구로 움직이기 시작하여 북반구에 해당하는 지역은 낮 시간이 밤 시간보다 길어지기 시작한다. 춘분의 ‘분’(分)자의 의미는 추위와 더위, 음과 양, 낮과 밤이 정확히 반으로 나눠진다는 의미다. 기후상으로는 추위가 물러가고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며, 남쪽에서 제비가 날아온다.
춘분은 옛날에는 ‘일중’(日中), ‘일야분’(日夜分), ‘중춘지월’(仲春之月), ‘승분’(升分) 등으로도 불리었다. 중국의 전통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기원전 475~221)에서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춘분 기간 15일을 5일 단위로 나누어 3후(三候)로 구분하고 있는데, 즉 “一候元鳥至”(일후원조지), “二候雷乃發聲”(이후뢰내발성), “三候始電”(삼후시전)이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춘분 날부터 첫 5일은 강남 갔던 제비가 남쪽에서부터 날아오고, 그 다음 5일은 비가 내릴 때 천둥이 치며, 마지막 청명 전까지의 5일은 비가 내릴 때 번개까지 동반한다고 한다. 이때가 되면 확실히 강우량도 많아져서 농사 짓기에 좋아 농사 준비에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조선 영조 때의 유중림(柳重臨)이 펴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유중림이 추가한 내용인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에는,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며, 해가 뜰 때 동쪽에 푸른 구름이 있으면 보리 풍년이 들고, 만약 날이 맑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보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춘분에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는 것이 한해 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예측했음을 알 수 있다.
[춘분 풍속]
중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계란 세우기 놀이가 행해졌다. 방법은 낳은 지 4-5일을 넘기지 않은 윤기 있고 신선한 계란을 골라서 탁자 위에 가볍게 수직으로 세우면 되는데, 물론 실패할 경우도 많지만 성공하는 경우 또한 적잖다고 한다. 어떻게 계란이 세워질까? 과학적인 근거를 찾자면 우선 춘분이 되면 남북반구 모두 낮과 밤의 길이가 같게 되는데, 66.5도 기울기의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를 돌 때 일종의 힘의 균형상태를 이루기 때문에 계란을 세우기가 쉽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심리적인 요인으로서, 춘분을 맞으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라 사람의 기분도 즐겁고 그에 따라 사고와 동작이 민첩해지기 때문에 계란을 세우기도 쉽다고 한다.
또 하나는 기하학적인 요인으로, 계란 표면의 많은 오돌도톨한 작은 돌기들(0.03mm)이 0.5-0.8mm 간격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어느 세 돌기를 가정하면 평면에 삼각형의 기둥을 구성하기 때문에 기하학적으로 본다면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신선한 계란은 노른자가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데, 이는 계란의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게 하는 것으로 그래서 세우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달래, 냉이, 씀바귀 등 제철 봄나물을 캐서 먹기도 하고, 아이들은 연을 날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중 '이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3월 무렵에 해당)'에 경칩, 춘분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한다.
[춘분 관련 우리나라 속담]
춘분날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2월 바람에 김칫독이 깨진다.
2월 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라진다.(2월은 음력 2월)
[춘분 관련 중국 속담]
“春分雨不歇,清明前後有好天”: 춘분에 비가 계속 내리면 청명 전후로는 날씨가 좋다
“春分陰雨天,春季雨不歇”: 춘분에 흐리거나 비가 오면 봄철 내내 비가 그치지 않는다
“春分有雨是豐年”: 춘분에 비가 내리면 그 해는 풍년이다
“春分不暖,秋分不涼”: 춘분에 따뜻하지 않으면 추분에 시원하지 않다
“春分不冷清明冷”: 춘분에 춥지 않으면 청명에 춥다
[춘분 관련 중국 한시]
《村行》 시골을 가다
唐代:杜牧(두목 803-853)
春半南陽西,(춘반남양서) 남양의 서쪽에는 봄이 반쯤 지나가고
柔桑過村塢。(유상과촌오) 부드러운 뽕잎은 마을 울타리 넘게 자라나 있네
娉娉垂柳風,(빙빙수류풍) 아리땁게 드리워진 버드나무 바람에 일렁이고
點點回塘雨。(점점회당우) 방울방울 구비진 연못 위로 비가 내리네
蓑唱牧牛兒,(사창목우아) 도롱이 쓴 목동이 노래를 하는데
籬窺茜裙女。(리규천군녀) 붉은 치마 아가씨 사립문 밖을 엿보네
半濕解征衫,(반습해정삼) (농가로 들어가) 반쯤 젖은 나그네의 적삼 벗어 드는데
主人饋雞黍。(주인궤계서) 주인이 닭 잡고 기장밥 지어 나를 대접하네
[주석]
⑴春半:음력 2월. 南陽:지명. 옛날의 宛(완)이며, 지금은 하남성(河南省) 남양시(南陽市).
⑵村塢:시골 마을. 塢(오)는 사방으로 화초와 나무들이 병풍처럼 가려진 곳. 또는 사방으로 바람을 막은 건축물.
⑶娉娉:자태가 아름다운 모양.
⑷回塘:구비진 연못.
⑸蓑:띠풀로 엮어만든 우의. 도롱이.
⑹茜裙:꼭두서니로 만든 붉은 색 염료로 물들인 치마. 茜은 천초(茜草), 즉 꼭두서니를 말하며 다년생식물로, 뿌리가 황적색을 띠며 염료로 이용된다.
⑺征衫:여행 중에 입는 옷.
⑻饋:초대하다. 雞黍: 시골 사람들이 준비한 풍성한 음식.
[요지]
음력 2월 중춘(仲春)의 계절에 남양(南陽)의 서쪽 지역은 봄빛이 완연하다. 목동은 즐겁게 노래하고 농가의 여인네는 울타리 너머로 그것을 엿본다. 주인이 풍성한 음식을 마련해 나그네를 초대한다. 봄날 여행길에서 만난 어느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작가]
杜牧(두목)은 당대 시인으로, 자가 牧之(목지)이며, 京兆(경조) 萬年(만년)(지금의 섬서성 서안)사람으로, 재상 杜佑(두우)의 손자이다. 大和(대화) 2년(828)에 진사에 급제하여 弘文館校書郎(홍문관교서랑) 벼슬을 받았다. 여러 해 외지에서 막료에 있었으며, 나중에 감찰어사에 올랐다. 黄州(황주)、池州(지주)、睦州(목주) 등의 자사(刺史)를 역임했다. 관직이 중서사인(中書舍人)에까지 올랐다. 칠언절구를 잘 지었다. 사람들은 두보와 비교하여 소두(小杜)라고 하였고, 이상은(李商隐)과 병칭하여 “小李杜”(소이두)라고 했다. 《樊川文集》(번천문집) 20권이 전해오며, 《全唐诗》(전당시)에 그의 시 8권이 수록되어 있다.
[창작배경]
두목이 개성 4년(839) 봄에 지은 작품으로, 작가가 宣州(선주)에서 長安(장안)으로 관직에 임러 가는 길에 南陽(남양)을 지날 때 지었다. 남양성의 서쪽 농촌마을을 지날 때 비를 만나 비를 피하기 위해 한 농가에 들렀는데, 당시의 그 지역 풍경과 따뜻한 인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시]
춘분 일기 /이해인
바람이 불듯 말듯
꽃이 필듯 말듯
해마다 3월21일
파발의 흙 줌 찍어다가
내가 처음으로
시를 쓰는 날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고요?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햇살 엄마가 되고싶다
춘분처럼
밤낮 길이 똑같이서 공평한
세상의 누이가되고 싶다고
일기에 써습니다
아직 겨울이 숨어있는
꽃샘바람에
설레며 피어나는
내마음이 춘란 한 송이
오늘따라
은은하고
어여쁩니다
4계절을 크게 음양의 두 계절로 본다면, 지금부터는 양의 기운이 더 성해가는 양의 계절, 즉 여름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성해가는 양의 기운도 머잖아, 정말 멀지 않아 추분 때가 되면 다시 음의 기운에 압도되기 시작할 지니, 정말이지 세월의 흐름, 계절의 변화가 무서우리만치 빠르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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