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우수(雨水): 얼었던 대동강도 풀린다는데

by 유경재 2022. 2. 18.

[이하 " " 안의 내용은 작년 2021년 우수 때 글인데, 갑자기 닥친 한파가 올해와 흡사함을 알 수 있다. 다음 절기 경칩이 35일이라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간격이 보름이나 되는 24절기 따라잡기도 힘겨울 정도로 세월이 빨리 지나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입춘이 지난 지 보름, 설을 쇤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일이 벌써 우수 절기다.

한래서왕(寒來暑往)이라 했던가, 코로나가 전세계를 팬데믹으로 몰고 가든, 사람마다 다들 어떤 사연들을 가지든 관계 없이 시간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입춘 때 입춘 한파라고 할 정도로 추웠었는데,

내일 우수를 앞두고 바라는 비 대신에 어제는 눈까지 내렸고,

그로 인해 오늘 제법 추위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수(雨水)는 입춘과 경칩(驚蟄)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로서, 입춘 입기일(入氣日) 15일 후인 양력 218일 전후에 든다. 태양의 황경이 330°의 위치에 올 때이다. 아울러 태양이 점차 적도와 가까워지면서 우리나라 같은 북반구에서는 일조량이 증가하면서 기온이 비교적 빠르게 올라 봄기운이 점점 무르익어 가게 된다.

 

雨水라는 의미는 이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뜻이며, 비의 양은 많지 않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라 하여 매서운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이미 우수 무렵이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튼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날이니, 곧 날씨가 풀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수 ·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도 생겨났다. 우수는 곡우(穀雨), 소만(小滿), 소설(小雪), 대설(大雪) 등의 절기와 마찬가지로 모두 강수와 관련된 절기인데, 이는 고대 농경문화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우수'라는 말은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BC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우수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 ‘雨水三候’(우수삼후)라고 하여, 각 시기마다 기후적 특징을 나타내었다. , 5일간인 초후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獺祭魚달제어), 다음 5일간이니 중후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오며(鴻雁來), 마지막 5일간인 말후에는 초목에 싹이 튼다(草木萌動)고 하였다. 실제로 우수 무렵이 되면 수달은 그동안 얼었던 강이 풀림과 동시에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한다. 그리고 원래 추운 지방의 새인 기러기는 겨우내 혹한을 피해 남쪽으로 갔다가 이 무렵 봄기운을 피하여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온다[간다]. 그렇게 되면 봄은 어느새 완연하여 마지막 5일간, 즉 말후(末候)에는 풀과 나무에 싹이 튼다. 하지만 이 기간에는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기보다는 들쭉날쭉한 날씨를 보여 종종 꽃샘추위[春寒춘한]가 찾아오기도 한다.

봄에 잎과 꽃이 필 무렵 겨울 동장군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데, 그래서 "꽃샘, 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풍속]

중국 사천 지방에서는 우수에 자녀들의 성장을 도와줄 대부와 대모를 찾는 풍습이 있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사위가 장인 장모에게 딸을 잘 키워주어 고맙다는 뜻으로 항아리 고기절임과 같은 선물을 하는 풍습이 있다. 이런 풍습은 모두 추위가 지나고 생명이 소생하는 절기인 우수를 맞아 자녀의 탈 없는 성장을 기원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우수가 되면 농부들은 논둑과 밭두렁을 태워 풀숲에서 겨울을 지낸 해충을 없애곤 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정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2월 무렵에 해당)'에 입춘 우수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한다.

 

[속담](우리나라)

- 우수 뒤에 얼음 같이: 슬슬 녹아 없어진다는 의미.

-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

[속담](중국)

- 雨水日下雨預兆成豐收: 우수에 내리는 비는 풍년의 조짐이다.

- 雨水節雨水代替雪: 우수 절기에는 빗물이 눈을 대신한다.

- 雨水有雨一年多水: 우수에 비가 오면 일년 내내 비가 많다.

- 雨水非降雨還是降雪期: 우수에 비가 오지 않으면 아직도 눈 내리는 추운 겨울.

- 冷雨水暖驚蟄, 暖雨水冷驚蟄: 우수 때 추우면 경칩 때 따뜻하고, 우수 때 따뜻하면 경칩 때 춥다.

 

[우수 관련 한시]

七絶 · 雨水時節칠언절구: 우수 시절에

, 劉辰翁(류진옹1232-1297)

 

郊嶺風追殘雪去(교령풍추잔설거), 교외 고개마루에는 봄바람이 잔설을 내몰고

坳溪水送破冰來(요계수송파빙래). 움푹한 계곡에는 물이 깨진 얼음 내려보내네

頑童指問雲中雁(완동지문운중안),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구름 속 기러기를 가리키며

這裏山花那日開(저리산화나일개)? 여기 산꽃은 언제 피느냐고 묻네

 

우수가 되면 봄바람이 잔설을 녹이고 따뜻해진 봄물은 얼음장을 녹인다.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봄의 상징인 꽃은 아직 보이지 않으니 순진한 아이들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에 봄꽃이 언제 피느냐고 물어본다. 이상은 이 시의 표면적 의미다. 작가론적 관점에서 좀 더 심층적으로 시를 음미하면 또 다른 시가 된다. , 유진옹은 자호가 須溪居士(수계거사), 제자들은 그를 須溪先生(수계선생)이라고 불렀으며, 남송 말의 애국 시인이었다.

景定(경정) 3(1262)에 진사에 급제했는데, 권신 賈似道(가사도)와 맞지 않아서 노모를 구실로 관계에서 물러나 濂溪書院(염계서원)의 학자가 되기를 청했다. 나중에 度宗(도종) 咸淳(함순) 원년(1265)臨安府(임안부)의 교수가 되었다. 송나라가 망한 후에는 관계를 떠나 귀향하여 은거하면서 저술에 몰두하면서 일생을 마감했다. 이러한 그의 일생을 감안할 때 후반 두 구는 망한 송나라에 언제 봄소식이 들려오는가 라는 탄식일 수도 있으니, 이것이 바로 이 시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다. 문득 우리나라 일제강점기 시대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춘설>(春雪) -정지용(鄭芝溶1902-1950)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먼 산의 눈이 이마에 닿는 것처럼 느껴져 차다)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봄비가 내린다는 우수 절기 아침에)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눈 덮인 산이 이마에 닿을 듯 가깝게 보여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름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봄을 맞아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 봄을 맞는 즐거움)

 

웅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끔 같기에 설어라.

(추위에 웅크리다 봄을 맞아 살아난 생명, 추위를 이기고 다시 찾아온 봄, 꿈 같기에 서럽다[낯설다])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움직이지 않던 물고기가 입을 오물거림)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겨울이 가는 아쉬움과 봄기운을 느끼고 싶은 설렘의 이중적 태도)

 

- [문장] 3(1939. 4) -

 

멧부리: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서늘옵고: 서느렇고

이마받이: 이마를 부딪침. 두 물체가 몹시 가깝게 맞붙음.

웅숭그리고: 춥거나 두려워 몸을 궁상스럽게 움츠려 작게 하고.

아니긔던: 아니하던.

핫옷: 솜을 두어 지은 겨울옷.

시인 정지용은 충북 옥천 출생. 섬세한 이미지와 세련된 시어를 특징으로 하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초기에는 이미지즘 계열의 작품을 썼으나, 후기에는 동양적 관조의 세계를 주로 형상화하였다. 시집으로는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등이 있다.

 

이 시는 초봄에 내린 눈을 통해 봄이 오는 기운을 생동감 있게 노래한 작품이다. 보통 눈은 차가운 속성 때문에 주로 겨울의 이미지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데, 이 시에서는 초봄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시인의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13연은 화자가 초봄에 눈 덮인 산봉우리를 본 놀람을 영탄적 표현과 공감각적 표현을 통해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46연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생명이 깨어나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에 대한 감탄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화자가 두꺼운 겨울옷을 벗고 도로 춥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차가운 눈 속이지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 보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드러낸 표현이다.(다음 백과사전)

<우수를 보내며>

오정방(1941~ )

 

날씨도 땅도 풀리고

강도 호수도 풀리고

 

사상도 이념도 풀리고

미움도 갈등도 풀리고

 

원한도 증오도 풀리고

복수도 전쟁도 풀리면

 

봄도 봄 같은 계절을

맞을 수 있을 터인데

 

낙원 같은 세상이

건설될 수 있을 터인데

 

평화론 지구촌이

이룩될 수 있을 터인데

 

오늘은 우수(憂愁) 가운데

우수(雨水)를 보낸다

 

오정방: 경북 울진 출생. 1987년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로 이민, 재미(在美) 시인. 서북 미문학인협회 회장,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 오레곤 문인협회 회장.

 

★ 이제 곧 대선이다. 진영을 나누어 서로 물고 뜯으며 죽기살기로 선거운동을 하게 될 듯 하다. 어서 선거가 끝나고 시인의 말처럼 모두가 하나되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