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5)은 24절기 중 23번째이자 겨울절기 여섯 개 중의 5번째인 소한이다.
통상적인 관념상 小자가 大자에 비해 작다는 거 당연한데, 절기만큼은 오히려 소한 때가 대한 때에 비해 더 추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 라는 속담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1년을 양력을 기준으로 한 24절기로 구분하니, 절기와 절기 사이가 대략 15일 정도 되면서
15일마다 계절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지는데, 아무리 삶에 쫓기더라도 최소한 절기마다의 이러한 계절의 변화를 통한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는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올 한 해는 나 자신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한부터 시작해서 12월의 동지까지 24개의 각 절기의 내용과 의미를 블로그에 정리해 올리고자 스스로 약속해본다.
어쩌면 점점 빨라져가는 세월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춰보고자 하는 욕심에서 나온 시도인지도 모르겠다.
소한은 스물세 번째 절기이자 겨울철의 다섯 번째 절기로서, 동지와 대한 사이에 있으며 1월 5일-7일경이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양력 날짜와 연동된다.
태양의 길인 黃經(황경)이 285도에 위치하며, 절기 명칭으로만 보면 다음 절기인 대한보다는 덜 추울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때가 가장 춥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또는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나온 것이다.
옛날의 중국인들은 소한으로부터 대한까지의 15일간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소한삼후(小寒三候)라고 하고, 각각 일후안북향(一候雁北鄉),이후작시소(二候鵲始巢),삼후치시구(三候雉始鴝)라고 설명했는데, 의미는 초후(初候) 5일 동안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그 다음 중후(中候) 5일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마지막으로 대한 전 5일 간인 말후(末候)에는 꿩이 운다고 하였다.
추위를 나타내는 이러한 소한, 대한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더위를 나타내는 여름철 절기로는 소서와 대서이다.
소한 관련 속담을 보자.
먼저 중국의 경우
소한 대한에 눈이 오지 않으면 소서 대서에 논밭이 가뭄으로 갈라진다(小寒大寒不下雪,小暑大暑田開裂)
소한 대한에 철저히 추워야 이듬해 봄 날씨가 따뜻하다(小寒大寒寒得透,來年春天天暖和)
소한 대한 때 설 쇨 준비를 한다(小寒大寒,準備過年)
소한 추위가 대한 추위 이기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小寒勝大寒,常見不稀罕)
사람은 소한이 되면 옷이 온몸 가득(人到小寒衣滿身)
소한 절기에 안개가 끼면 내년 농사 오곡이 풍년(小寒節日霧,來年五谷富)
소한에 따뜻하면 입춘에 눈 온다(小寒暖,立春雪) 등이 있다.
한국 속담으로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등이 있다.
소한 관련 시를 보자.
먼저 중국의 시 중에는 백거이(白居易)와 함께 활동했던 당나라 중기의 대표 시인 원진의 작품을 들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小寒》 元稹(779-831)
小寒連大呂(소한련대려), 소한 절기는 12율 중 대려와 연결되고
歡鵲壘新巢(환작루신소). 즐거운 까치는 새로운 둥지를 짓는데
拾食尋河曲,(습식심하곡), 먹을 거 주우러 구비진 강을 찾아다니다가
銜紫繞樹梢(함자요수초). 보라색 나뭇가지 물고 와 나무 꼭대기를 맴도네
霜鷹近北首(상안근북수), 서릿바람 속에서 나는 매는 북쪽으로 향해 날아가고
雊雉隱叢茅(구치은총모). 꿩은 풀덤불 속에 숨어서 꾸꾸 거리며 우네
莫怪嚴凝切(막괴엄응절), 엄동한파 절박하다 이상하게 생각 말라
春冬正月交(춘동정월교). 봄과 겨울은 정월이 되면 서로 교체가 될지니
★大呂: ‘黃鍾’(황종)과 ‘大呂’(대려)는 중국 고대 12율 중의 두 음률로서, 황종은 子月, 즉 11월에 대응하고, 대려는 丑月, 즉 12월에 대응한다. 이후 다섯 구는 고대 소한을 삼후로 나눈 것을 말한 것으로, 모두 양기가 발동하여 조류가 활동하기 시작함을 말한 것이다. 즉 기러기는 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까치는 둥지를 짓기 시작하고 꿩은 울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두 구는 “비록 엄동설한의 날씨이지만 봄날 정월은 이미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현대시는 꽤 많은데 그 중 두 수 정도를 감상해 보자.
소한/ 최서림
겨울 소나타로 두드리는 눈발
악보 같이 펼쳐진 들판
재두루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4분음표 모양 외발로 서 있다.
긴 부리로 서로 부비며
한기를 털어주고 있다.
비올라 소리가 난다.
고사리 같이 움추러든 마음들
도르르 퍼진다.
얼음장 밑 동미나리
머리를 디밀고 있다.
소한(小寒) /김경
창에 가득 눈보라 치는 소리
휘돌아 첩, 첩, 산, 산,
수북수북 눈 쌓이는 소리
낯선 아름다움이
흰 가슴 드러내는 소리
세상 밖으로
웃길 아랫길 다 끊어진 소리
켜켜이 적막 묻히는 시간
아-평화가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 길을 내는
수안보 물 향기소리
그리고
내 영혼의 바람소리
지난 2년 간은 지긋지긋한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속에서 답답하기 그지없는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제 2022년 새해에는 어쩌면 캄캄한 터널을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추위도 이제 대한 절기까지 보름 남짓 지나면 한풀 꺾일 터이고,
그러면 봄도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이니 희망을 가져봄직하지 않겠는가.
'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절기] 경칩(驚蟄):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날 (0) | 2022.03.04 |
---|---|
[24절기] 우수(雨水): 얼었던 대동강도 풀린다는데 (0) | 2022.02.18 |
방아쇠수지증후군 수술 후기: 화성 희망찬병원 김진균 선생님 (11) | 2021.10.18 |
[24절기] 백로(白露): 일교차가 크니 수증기가 엉켜 이슬이 맺히네 (0) | 2021.09.07 |
[24절기] 대한(大寒):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 (0) | 2021.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