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절기상으로 소서(小暑)이다. 작년(2021)에는 중국 달력을 보니 7월 6일이 소서라고 되어 있어서 여러 곳을 다 확인해봐도 우리나라와 중국이 달랐는데 결국 그 이유를 모르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올해는 한중 모두 7월 7일이다. 소서는 24절기 중 11번째이자 여름 절기로는 5번째로서, 태양의 황경(黃經)이 105°인 때로, 양력으로는 보통 7월 6일에서 8일 사이에 든다.
전후 절기로 볼 때 하지와 대서 사이의 절기에 해당하며, 절기의 이름으로 볼 때 ‘暑’는 덥다, 뜨겁다의 뜻으로 소서는 ‘작은 더위’란 뜻이 되며, 겨울로 치면 소한(小寒)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때이자, 한국은 이때 장마전선이 걸쳐 있어 습도가 높고 비도 많이 온다.(참고로 중국 학교는 여름방학을 暑假수쟈, 겨울방학을 寒假한쟈라고 하여 더위와 추위의 의미를 살렸다) 간지(干支)상으로는 오월(午月)이 끝나고 미월(未月)이 시작되는 때이다. 또한 소서 때부터 삼복(三伏) 더위가 시작되는데, 초복, 중복, 말복인 삼복은 보통 소서와 처서(處暑) 사이에 오게 되니 이때가 1년 중 가장 더운 때라고 할 수 있다. 농작물 등 식물의 입장에서 볼 때 비와 더위가 동시에 진행되는 때라서 성장에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 갖춰진 때라고 할 수 있다.
[소서삼후]
고대 문헌에 따르면, ‘小暑三候’(소서삼후)라고 하여, 소서 기간을 5일 단위로 나누어 3후로 기록하고 있는데, 기록에 따르면 초후(初候)인 첫 5일간은 ‘一候溫風至’(일후온풍지)라고 하여,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다음 5일간인 중후(中候)에는 ‘二候蟋蟀居宇’(이후실솔거우)라 하여, 들판에 있던 귀뚜라미가 더위를 피해 집의 벽을 타고 다니며, 마지막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三候鷹始鷙’(삼후응시지)라고 하여 매가 사나워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말후에 대해 좀더 보충 설명하면 ‘鷙’(지)자는 여기에서 형용사로 쓰여, 사납다, 포악하다 등의 뜻인데, 그렇다면 매는 왜 이 때 사나와지는가? 그것은 바로 이때는 만물이 후대를 양육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인데, 특히 동물들이 새끼를 낳아 기를 때는 새끼를 지키기 위해 보통 때보다 사나와지기 때문이다.
[소서 관련 풍속]
(우리나라)
논매기인 피사리를 해주며, 논둑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해야 하는 일로 바쁜 시기이다.
시절음식은 밀가루 음식으로, 국수나 수제비를 해 먹는다. 채소류로는 호박,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는 포를 떠서 먹기도 하고, 회를 떠서 먹기도 하며, 매운탕도 끓여 먹는데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 띄워 먹는 맛은 입맛 없는 계절의 별미였다.
(중국)
- 새로운 곡식 먹기: 새로 수확한 보리나 밀 등으로 만든 가루로 떡, 빵 등을 만들어서 이웃과 함께 나눠 먹으면서 풍년을 기원하였다.
- 만두 먹기: 중국 북방 지역에서는 초복에는 만두(교자)를 먹고, 중복에는 국수를 먹고, 말복에는 계란으로 구운 전(라오빙)을 먹었다. 복날 더위에는 식욕이 떨어져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만두를 먹으면서 식욕을 돋우웠다.
[소서 관련 속담]
(우리나라)
소서 때는 지나가는 사람도 달려든다: 농삿일로 바쁜 시기라는 말.
소서가 지나면 새각시도 모를 심는다: 보통은 소서 전에 모심기를 마쳐야 하는데 사정상 늦어지면 모든 일손을 다 동원해 모심기를 한다는 말.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 주고 간다: 위와 같다.
(중국)
小暑不栽薯,栽薯白受苦。(소서부재서, 재서백수고) 소서 때까지도 고구마를 심지 않으면, 고구마를 심는다 해도 다 헛수고.
小暑種芝麻,當頭一枝花。(소서종지마, 당두일지화) 소서 때 참깨씨를 뿌리면 한 가지에만 꽃이 피리라: 참깨는 소서 때가 되면 이미 가지나 잎이 무성하여 마디마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때인데, 이 때 비로소 씨를 뿌린다면 성장 시기가 짧아서 겨우 가지 끝에만 꽃이 필 정도이니 그 이전에 미리미리 심어야 한다.
小暑交大暑,熱得無處躲。(소서교대서, 열득무처두) 소서와 대서 사이에는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小暑熱,果定結;小暑不熱,五穀不結。(소서열, 과정결. 소서불열, 오곡불결) 소서 때 더우면 열매가 확실히 맺히고, 소서 때 덥지 않으면 오곡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
小暑南風,大暑旱。(소서남풍, 대서한) 소서 때 남풍 불면 대서 때 가뭄이 든다.
[소서 관련 중국시]
《小暑六月節》(소서유월절) 소서 유월 절기
元稹(원진Yuán Zhěn 唐889-831)
倏忽温風至(숙홀온풍지), 갑작스레 따뜻한 바람 닥친 것은
因循小暑來(인순소서래). 소서 절기 따라 오는 것
竹喧先覺雨(죽훤선각우), 시끄러운 댓잎 소리에 비가 올 줄 먼저 알았고
山暗已聞雷(산암이문뢰). 산색 어둑해지기 전 이미 천둥소리 들었다네
户牖深青靄(호유심청애), 사립문과 창문 밖으로는 푸른 안개 자욱하고
階庭長綠苔(계정장록태). 섬돌과 마당에는 푸른 이끼 가득하네
鷹鸇新習學(응전신습학), 매들은 날기를 새로이 연습하는데
蟋蟀莫相催(실솔막상최). 귀뚜라미야 시간을 재촉하지 말기를
[주석]
- 倏忽(숙홀shūhū): 짧은 시간에, 갑자기.
- 因循(인순yīnxún): 답습하다, 관례에 따르다.
- 户牖(호유hùyǒu): 문과 창문.
- 青靄(청애qīngǎi): 운무의 색채.
- 鷹鸇(응전yīngzhān): 매와 송골매.
24절기와 관련된 시를 가장 체계적으로 많이 지은 원진의 소서 절기 관련 시다. 소서 때의 더위와 비 등에 관해 노래하고 있다. 아직은 한여름이건만 벌써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더위마저 아쉬운 느낌이 드는 때다. 더워도 좋으니 가을아 가능하면 늦게늦게 오려무나. 함련 “竹喧~~” 두 구는 왕유(王維701? - 761?)의 오율인 <山居秋暝>(산거추명: 산속의 가을 저녁)의 경련인 “竹喧歸浣女, 蓮動下漁舟”(죽훤귀완녀, 연동하어주: 대숲이 시끄러운 건 빨래하던 여인네 집으로 돌아가는 것, 연잎이 흔들리는 건 고기잡이배 내려가는 것.)의 환골탈태로 볼 수 있다.
[작가]
원진은 字가 微之(미지)이며, 하남성 洛陽(낙양) 사람이다. 당나라의 大臣(대신)이자 문학가로서,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었다. 貞元(정원) 9년(793)에 명경과에 급제하여 左拾遺(좌습유) 벼슬을 받았으며, 校書郎(교서랑)으로 발탁되었다가 監察御史(감찰어사)로 옮겼다. 한 차례 재상에 임명되었다가 李逢吉(이봉길)의 획책으로 同州刺史(동주자사)로 좌천되었다가 다시 조정에 들어와 尙書右丞(상서우승)이 되었다. 太和(태화) 4년(830)에는 다시 武昌軍節度使(무창군절도사)로 나갔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으며, 尙書右僕射(상서우복야) 벼슬이 추증되었다.
원진은 白居易(백거이)와 동과에 급제하여 평생토록 詩友로 지내면서 함께 신악부운동을 제창하기도 했다. 세상에서는 ‘元白’(원백)이라 병칭하였으며, ‘元和体’(원화체)의 중심 인물이었다.그의 악부시 창작은 후대 張籍(장적), 王建(왕건) 등에게 영향을 끼쳤으며,李紳(이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존 시는 830여 수이며, 문집인 《元氏長慶集》(원씨장경집)이 현존한다.
[소서 관련 우리나라 시]
<소서>...박성훈
더운 때는
길을 떠나야 하는 때
흐르는 내물처럼
조리조리 졸졸
꽃같은 열망을 찾아
떠나야 하는 때
마음의 그림자를 저당잡히고
흐르는 열풍따라
우리의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지
삶의 지팽이 잡고
아리랑 굽이굽이
인생 열두고개
사색으로 넘어야 하는때
마중하는 이 없는
자국자국에는
일매진 풀향기...
이름 모를 벌레가
우짓는 여울소리___
바야흐로 이제 겨울의 소한, 대한 추위의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서, 대서와 거기에 불쾌지수 높이는 장마에 초복, 중복까지 함께 하는 올여름 더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더위 속에 언제 어떤 규모로 얼마나 닥칠지 모를 태풍에다 잠시소강상태를 맞은 역병까지 호시탐탐 재창궐을 노리고 있으니, 이번 여름은 이래저래 힘든 시간이 될 듯 하다. 모두들 시원하고 건강하게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절기] 입추(立秋): 무더위 속에서 가을을 알리다 (0) | 2022.08.05 |
---|---|
[24절기] 대서(大暑): 무더위의 절정, 여름의 마지막 절기 (0) | 2022.07.22 |
[24절기] 하지(夏至): 낮 시간이 가장 긴 날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 (0) | 2022.06.20 |
[24절기] 망종(芒種): 보리 베고 모내기하는 때 (0) | 2022.06.03 |
[24절기] 소만(小滿): 밀, 보리가 부지런히 이싹을 채워가는 시기 (0) | 2022.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