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추분(秋分): 음과 양, 낮과 밤의 균형점

by 유경재 2022. 9. 22.

내일[2022.9.23]이 추분이다.

태극이 음양으로 분화되고 오행이 작용하여 만물이 생겨났다는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만물은 음과 양으로 구분이 된다.

하늘, 낮, 여름, 남자 등은 양이 되고, 땅, 밤, 겨울, 여자 등은 음이 된다.

계절로 보자면 춘분과 추분은 음과 양의 기운이 정확히 반반으로 균형을 이루는 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할 때 내일 이후로는 음의 기운이 양의 기운을 조금씩 압도해 나가게 되니,

낮보다 밤 시간이 점차 길어지게 되고,

아울러 더위가 우리에게 멀어지는 거리만큼 추위는 우리에게 가까와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12월 동지가 되면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하게 되고 이후 다시 조금씩 양의 기운이 불어나게 되고,

이듬해 3월 춘분이 되면 추분처럼 다시금 음과 양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게 되겠다.

추분(秋分)은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들며, 24절기 중 16번째이자, 가을 절기 중 네 번째 절기로서, 음력 8, 양력 922일에서 24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80°에 위치하며, 춘분으로부터 꼭 반년째 되는 날로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낮보다 밤이 길어지므로 계절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추분이라는 말은 가을()의 분기점()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추분점이란 천구상(天球上)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점(交點) 가운데에서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적경(赤經) · 황경(黃經) 모두 180°, 적위(赤緯) · 황위(黃緯) 모두 이며, 현재는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의 중간에 위치한다. 추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므로 이날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의식한다. 곧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추분과 춘분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은 시기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추분이 약 10도 정도가 높다. 이는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옛날 여러 문헌에서 추분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여 秋分三候’(추분삼후)라고 했는데, 그중 첫 5일간인 一候雷始收聲’(일후뢰시수성)이라고 하는 초후(初候)에는 천둥소리가 그치고, 다음 5일간인 二候蟄蟲坯戶’(이후칩충배호)라고 하는 중후(中候)에는 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입구를 막으며, 마지막 한로 전까지의 5일간인 三候水始涸’(삼후수시학)이라고 하는 말후(末候)에는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추분 관련 우리나라 풍속]

곡식 추수, 목화, 고추 등의 추수. 호박고지 · 박고지 · 깻잎 · 호박순 · 고구마순도 수확 및 묵나물로 준비한다.

이듬해 농사에 대한 점을 치거나 인간의 수명을 담당하는 노인성(老人星)에게 제사를 지낸다. 노인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고려와 조선 때 나라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때 주로 먹는 음식으로는 버섯요리, 햅쌀, 고등어, 각종 나물, 배 등이 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의 팔월령에 이 무렵 풍속이 잘 나타나 있다.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로 돌아 서천을 가리키니

선선한 조석 기운 추의가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간에서 들리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을 성실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한다

백곡이 이삭 패고 여물들어 고개숙여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이 일어난다

백설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다래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구 장만하소

면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가지요

나무군 돌아올 제 머루 다래 산과로다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아람도 말리어라 철대어 쓰게 하소

명주를 끊어 내어 추양에 마전하고

쪽 들이고 잇 들이니 청홍이 색색이라

부모님 연만하니 수의도 유의하고

그나마 마르재어 자녀의 혼수하세

집 위에 굳은 박은 요긴한 기명이라

댑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

참깨 들깨 거둔 후에 중오려 타작하고

담뱃줄 녹두 말을 아쉬워 작전하라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 젓 조기로 추석 명일 쉬어 보세

신도주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받아 본집에 근친 갈 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웃 반물 치마 장속하고 다시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금년 할일 못다하여 명년 계교 하오리라

밀대 베어 더운갈이 모맥을 추경하세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인공만 그러할까 천시도 이러하니

반각도 쉴새 없이 마치며 시작느니

[추분 관련 중국 풍속]

성묘: 청명절과 비슷한데, 이때 성묘를 秋祭’(추제)라고 한다.

연날리기: 객가족(客家族)의 풍속.

秋分祭月(추분제월): 전통적으로 추분에 달에 제사를 지냈기에 이날을 祭月節’(제월절)이라고도 했다. 옛날에는 春祭日, 秋祭月”(봄에는 해에 제사를 지내고, 가을에는 달에 제사를 지낸다)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의 中秋節(중추절)은 옛날의 祭月節에서 유래했다. 고증에 의하면 추분에 달에 제사를 지내는데, 절기가 양력으로 기준으로 하다 보니 때에 따라서 달이 없는 날도 있게 되었기 때문에 후에는 지금의 중추절로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계란 세우기[豎蛋(수단)]: 계란 세우기. 비단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이날 계란을 세우는 놀이가 있다. 방법은 고르게 윤기가 있으며 낳은 지 4, 5일을 넘기지 않은 신선한 계란을 골라 탁자에 세운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추분 관련 우리나라 속담]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

[추분 관련 중국 속담]

秋分秋分, 晝夜平分.(추분추분, 주야평분): 추분 추분, 밤낮 길이 똑 같네.

八月, 晝夜平.(이팔월, 주야평): 음력 2월 춘분, 8월 추분, 밤낮의 길이가 같네.

白露早, 寒露遲, 秋分種麥正當時.(백로조, 한로지, 추분종맥정당시): 백로는 빠르고, 한로는 늦고, 추분에 보리 파종이 딱 맞을 때.

夏忙半個月, 秋忙四十天.(하망반개월, 추망사십천): 여름에는 보름 동안 바쁘고, 가을에는 40일 바쁘다.

八月十五雲遮月, 正月十五雪打燈.(팔월십오운차월, 정월십오설타등): 추석[음력 815]에 구름이 달을 가리면, 정월 대보름[음력 정월 15]에 눈발이 등불을 때린다.

[추분 관련 중국 시]

<詠廿四氣詩 · 秋分八月中>(영이십사기시 · 추분팔월중) 24절기 시, 8월의 추분

(), 元稹(원진)

 

琴彈南呂調,(금탄남려조) 거문고로 남려조를 연주하니

風色已高清.(풍색이고청) 바람빛은 벌써 높고 맑다네

雲散飄颻影,(운산표요영) 하늘 떠가는 조각 구름 그림자 흩어지고

雷收振怒聲.(뢰수진노성) 진노한 듯한 천둥소리 그쳤네

乾坤能靜肅,(건곤능정숙) 천지는 모두 고요해지고

寒暑喜均平.(한서희균평) 추위와 더위는 반갑게도 균형을 이루네

忽見新來雁,(홀견신래안) 문득 새로 날아오는 기러기 보이니

人心敢不驚?(인심감불경) 우리들 마음 어찌 놀라지 않으리오

 

<주석>

南呂: 음력 8월의 이칭. 옛 사람들은 12()을 열두 달에 배치시켰는데, 남려는 8월에 해당하며, 그래서 8월을 대신하여 쓰였다.

飄颻(표요): 흩날리다. 나부끼다.

 

<설명>

가을, 추분을 맞아 가을철에 맞는 곡조를 한가롭게 연주해 보는데,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어느덧 청명한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바람이 불자 흩어지고, 여름 내내 사람을 놀라게 하던 천둥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온 천지가 조용하고 소슬하게 가을로 접어들었고,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중간, 생활하기에 좋은데,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북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떼들. , 벌써 또 한 해도 끝자락으로 향해 간다고 생각하니 무심한 세월에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게 없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작가>

원진(779-831): 자는 미지(微之)이며,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 사람. 당나라 때 대신이자 문학가. 북위(北魏)의 종실인 선비척발부(鲜卑拓跋部)의 후손이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었으며, 정원(貞元) 9(793)에 명경과(明經科)에 급제하여 좌습유(左拾遺) 벼슬을 받았다. 하중(河中)의 막부에 들어가 교서랑(校書郎)으로 발탁되었으며, 감찰어사(監察御史)로 옮겼다. 재상에 임명되었으나 이봉길(李逢吉)의 획책으로 동주자사(同州刺史)로 나가게 되었으며, 후에 조정으로 들어와 상서우승(尙書右丞)이 되었다. 태화(太和) 4(830)에 무창군절도사(武昌軍節度使)로 나갔다. 태화 5(831)에 죽었으며, 상서우복야(尙書右僕射)가 추증되었다. 원진은 백거이(白居易)와 동과에 급제하여 평생 시우로 지냈으며, 함께 신악부운동을 제창하기도 하여, 세상에서는 그 두 사람을 원백’(元白)이라고 병칭했다. 현존 시는 830여 수가 되며, 元氏長慶集(원씨장경집)이 현존한다.

[추분 관련 우리나라 시]

추분(秋分)/나유성

 

오랜만에

당신이 아름답게 보이는 걸 보니

몹시 외로운가 봅니다

 

저울에

당신을 향한

마음을 얹어보니

사랑과 미움이 수평입니다

 

이 밤이 지나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마음은

한 쪽으로 기울어지겠지요

음양의 균형을 이성을 향한 감정 중의 사랑과 미움의 균형으로 본 시인의 생각이 기발하다.

사랑과 미움도 계절의 음양처럼 한치의 오차 없이 돌고도는 것이 아닐까.

미움의 끝에 사랑이 있고

사랑의 끝에 미움이 있을 테니

밉다고 영원히 내치지 말고

사랑한다고 늘 곁에 두려고는 말지어다.

무엇보다도

내일 이후로는 겨울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겠지

그리고 어, 어 하는 사이에 올 한 해도 끝나고 또 새해를 맞이하게 되겠지.

아~~~~~~~~~~~~세월의 무상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