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선이 보름 남짓 남았다.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도 일방적이라기보다는 변동이 심하다. 물론 여론조사의 특성상 어쩔 수는 없겠지만 각 후보진영마다의 자생적인 여러 요인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제는 공중파와 종편 합동 4자토론회가 열렸다. 이 또한 여론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되기에 후보마다 철저한 준비로 임했을 것이며, 토론을 보아하니 후보들마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이요,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면서 자신의 우위를 점하려는 게 눈에 확연하였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 간에 자칫 감정싸움으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항간에는 이번 선거를 진영 간의 싸움에 개인의 생각이 힘을 쓰지 못하는 선거라고 하기도 하고,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게이트성 사건들로 인해 최선의 인물을 뽑는 게 아니라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번에 뽑히는 후보는 대한민국호를 향후 5년간 이끌고 갈 인물이기에 그 직책상의 중요성이 막중하다. 물론 국정 전반에 걸친 세부적인 일이야 각 부서마다 책임자들이 성의를 다해 하겠지만 전체를 리드해나가는 대통령 한 사람의 역할에 따라 5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이 달라지게 될 것이니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지 어떻게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선거에 곧바로 이어 6월 1일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있으니, 이 또한 각 지방의 구성원들로서는 그 지방을 향후 4년 이끌어갈 단체장 선거가 대통령 선거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양대 선거에 있어서 우리 유권자들에겐 후보 선택의 기준이란 게 있다면 고민을 조금 줄일 수도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나 내 고장의 단체장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평가기준이 있다면 우리 유권자들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기준이란 게 있을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역사를 통해 과거의 사람들이 제시한 기준 비슷한 것이 있어서 후보 선택에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여기에 소개해 본다.
신 사마광이 아뢰옵니다. “지백이 망한 것은, 재주가 덕보다 많았기 때문입니다. 무릇 재주와 덕은 다른 것이지만, 세속 사람은 구별하지 못하고 통틀어서 현명하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람을 잃게 되는 이유입니다. 무릇 똑똑하게 사리를 잘 살피고 의지가 굳건한 것을 재주라고 하고, 정직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공평한 마음씀을 덕이라고 합니다. 재주란 것은 덕을 보조하는 것이고, 덕이란 것은 재주를 통솔하는 것입니다. 운몽(雲夢)에서 나오는 대나무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단단한 것이지만, 굽은 것을 바로잡지 않거나 깃털을 끼우지 않는다면 단단한 것을 뚫을 화살이 될 수가 없습니다. 당계(棠溪)에서 나는 쇠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예리한 것이지만, 용광로에 넣어 주조하지 않거나 갈지 않는다면, 강하 것을 뚫을 칼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재주와 덕을 온전히 다 갖춘 사람을 ‘성인’이라고 하고, 재주와 덕, 두 가지가 모두 없는 사람을 ‘바보’라고 하며, 덕이 재주를 능가하는 사람을 ‘군자’라고 하고, 재주가 덕을 능가하는 사람을 ‘소인’이라고 합니다.”(臣光曰, “智伯之亡也, 才勝德也. 夫才與德異, 而世俗莫之能辨, 通謂之賢, 此其所以失人也. 夫聰察強毅之謂才, 正直中和之謂德. 才者, 德之資也, 德者, 才之帥也. 雲夢之竹, 天下之勁也. 然而不矯揉, 不羽括, 則不能以入堅. 棠溪之金, 天下之利也. 然而不熔范, 不砥礪, 則不能以擊強. 是故才德全盡謂之聖人. 才德兼亡謂之愚人, 德勝才謂之君子, 才勝德謂之小人.”)
“무릇 사람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만약 성인이나 군자를 찾아서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면, 소인을 선택하느니보다 차라리 어리석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군자는 재주를 지니고서 착한 행동을 하지만, 소인은 재주를 지니고서 나쁜 짓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쁜 짓을 하려고 해도 자신의 지혜가 미치지를 못하고 힘이 감당해내지를 못합니다. 비유하자면 강아지가 사람을 물려고 해도 사람이 이를 막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소인은 지혜가 간교한 짓을 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고, 용기가 난폭한 짓을 결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데, 이는 사나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니, 그 해로움이 어찌 많지 않겠습니까!”(“凡取人之術, 苟不得聖人君子而與之, 與其得小人, 不若得愚人. 何則君子挾才以爲善, 小人挾才以爲惡. 挾才以爲善者, 善無不至矣, 挾才以惡者, 惡亦無不至矣. 愚者雖欲爲不善, 智不能周, 力不能勝. 譬如乳狗搏人, 人得而制之. 小人智足以遂其姦, 勇足以決其暴, 是虎而翼者也. 其爲害, 豈不多哉!”)【출처】《資治通鑒》<周紀>卷1(威烈王23년)
이 글은 사마광이 임금에게 사람 등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 것인데, 현대에 와서도 나라와 지자체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사람을 선발할 때 참고해 봄직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마광의 관점에서 사람을 판단할 때 크게 재주와 덕이란 두 가지 요소를 판단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재주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나 지혜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적 관점에서는 머리가 좋은 것을 가리킨다. 반면에 덕이란 것은 성선설에 입각해서 말하자면 사람의 타고난 본성, 즉 성장하면서 사회나 외부환경에 오염되지 않은 착한 본성을 말한다. 이는 쉽게 말하자면 마음이 착한 것을 가리킨다. 재주와 덕, 이 두 가지는 겸비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사마광도 이 두 가지를 겸비하면 성인이라고 한 것이다. 재덕을 겸비하지 못하는 경우, 덕이 재주를 능가하는 사람, 즉 머리가 좋기보다는 마음이 착한 사람은 군자라고 하고, 마음이 착하기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소인이라고 하고, 재주와 덕 모두가 턱없이 모자라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상 네 가지 사람을 사마광의 관점이자, 단순히 재주와 덕의 유무라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순위를 매기면 성인 → 군자 → 소인 → 바보 순이 된다. 다만 현대적 의미에서 재주와 덕 중에 덕을 우위에 둔 것이 타당한지는 이론의 여지도 있을 수 있겠다. 그것보다도 사마광은 과거 임금의 관점에서 선발하게 되는 신하의 순서를 매길 때 재주가 뛰어난 소인을 오히려 바보보다 더 아래에 두었다는 게 특이하다. 현대적 의미에서 말하자면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뿐만 아니라 공공을 위해 일하는 각 단위의 책임자, 기업체의 간부 등이 모두 거기에 해당된다고 할 때, 우리는 사람 보는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기야 머리 좋은 사람이 나쁜 짓 하면 막을 길이 없다는 게 진리 아닌 진리 아니겠는가.
《자치통감》은 중국 송(宋)나라 사마광(司馬光1019-1086)이 편찬한 편년체 역사서로서, 모두 294권이며, 19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BC403년 주나라 위열왕(威烈王)으로부터 959년 오대(五代) 후주(後周)의 세종(世宗)에 이르기까지 총 16왕조, 1362년의 역사를 범위로 하고 있다. 신종(神宗)이 이 책이 “지난 역사를 귀감으로 삼고,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이 책명이 붙게 되었다. 사마광은 북송 시기 정치가, 사학가, 문학가로서, 인종(仁宗) 때 과거에 급제하였으며, 신종 때는 왕안석(王安石)의 변법(變法)에 반대하다가 15년 동안이나 좌천되었다. 역대로 인종, 영종(英宗), 신종, 철종(哲宗) 등 네 왕조에서 벼슬을 했으며, 관직은 상서좌복야(尙書左僕射) 겸 문하시랑(門下侍郞)에까지 이르렀다. 죽은 후 태사(太師), 온국공(溫國公)이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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