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由敬管見

공익광고와 쇄뇌

by 유경재 2022. 1. 18.

 

요즘 들어 티비나 라디오 등에서는 공익광고가 홍수를 이루다시피 넘쳐나고 있다. 프로그램 사이에 틈만 나면 헤집고 들어오는 공익광고가 상당히 귀에 거슬린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맞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익광고는 투표와 백신접종 독려에서부터 환경보전, 교통안전, 이웃사랑, 부모자식 간의 소통 문제까지 분야와 종류를 가리지 않으며, 미디어뿐만 아니라 지하철 등 교통수단, 도시 곳곳의 현수막 등의 모습으로 가히 전방위적으로 국민들을 공격하고 있다.

문제는 공익광고라는 게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주입시켜 아예 귀나 눈에 익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은 일방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주입식 공익광고는 일종의 쇄뇌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도록 공익광고에 노출된 국민들은 처음의 짜증에서 점차 자신도 모르게 쇄뇌되어 가고 있는데, 그 사실조차도 모른다는 게 문제다. 생각하지 말고 거저 나라에서 주입해주는 대로 따르라는 것, 국가는 순종하는 국민이 우선은 통치에 편하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할 줄 모르는, 자율에 둔감한 국민, 우민으로 만드는 게 과연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일인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공익광고의 내용이 모두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그 주제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스스로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 생각해서 행동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쇄뇌시키 듯 부지불식간에 국민들로 하여금 어떤 방향, 어떤 목적에 부합되어 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왕이면 공익광고도 국민들 스스로의 사고와 판단 능력을 일깨우고 배양하는 광고 위주로 하면 어떨까. 

나아가 공익광고는 최소화하고, 대신에 거기에 투입되는 재정을 국민들의 사고를 개발하는 일에 투자하면 어떨까? 도서관의 확충이라든지 세계적 명사들의 강의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든지 공익광고에 쏟은 정력을 조금만 할애해도 그 방법들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깊은 나라, 타율보다 자율에 익숙한 국민의 나라, 그게 바로 선진국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국가는 공익광고를 조금씩 줄여 나가며 그 역량을 국민의 사고력과 자율성 진작을 위한 것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