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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

[당시 감상] 유우석(劉禹錫)의 죽지사(竹枝詞1): 사랑하는 듯 않는 듯

by 유경재 2021. 7. 13.

음 사진은 21년 7월 4일 아파트 앞뒤 베란다에서 바라본 충주시내 풍경이다.

뒷편 어둡게 보이는 산이 바로 남산.

마치 뽀샵을 한 것처럼 신기하게도 산쪽과 시가지를 빛과 그늘, 음과 양으로 확연히 나누고 있다.

 

이 사진은 앞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보이는 산은 계명산 자락이다.

이런 사진을 보고 있자니 문득 중당시기 유우석의 시 구절 하나가 떠오른다.

"东边日出西边雨"(동변일출서변우): 동쪽에는 해가 비치고 서쪽은 비가 오네

칠언절구 형태를 띠고 있는 민가풍의 <죽지사> 제1수의 세번째 구이다.

다음 구절은 무엇일까?

"道是无晴却有晴"(도시무청각유청): 흐리다 말하는데 오히려 맑다네

이 시는 구두로 전승되는 민가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데, 즉 문자보다 발음이 중요시되다 보니

어떤 한 글자를 가지고 이면에서는 그 글자와 발음이 같거나 유사한 다른 글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쌍관어(雙關語) 수법을 사용하는데, 이 시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맑다는 의미의 청(晴)자를 썼지만, 이면에서는 중국어로 발음이 같은 정(情)자의 사랑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 내포된 의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사랑하는 듯 하다"는 뜻이 된다.

전체 시를 소개한다.

杨柳青青江水平(양류청청강수평) 수양버들 푸르디 푸르고 강물은 잔잔한데

闻郎江上唱歌声(문랑강상창가성) 강가에서 부르는 님의 노래 들리네

东边日出西边雨(동변일출서변우) 동쪽은 해가 나고 서쪽은 비가 내리니

道是无晴却有晴(도시무청각유청) 흐리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맑다네

유우석은 당 목종 장경(長慶) 2년(822)부터 장경 4년(824)까지 기주에서 자사로 있으면서 '죽지사' 11곡을 지었다.

11수의 '죽지사'는 두 개의 조로 나뉘는데, 이 작품이 포한된 두 수의 한 세트와 또다른 아홉 수 한 세트가 있다.

이 시는 두 수 중의 첫 번째 시로서, 첫사랑에 빠진 한 소녀의 마음을 썼다.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아직 상대의 태도를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의구심을 품기도 하며, 기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시인은 작품 속 여주인공의 말투로 이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를 성공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시는 현대 중국인들도 애송하는 시인데, 2011년 출판된 <唐詩排行榜>(중화서국 출판)에 의하면, 89위에 랭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