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静女〉(邶風)1
静女其姝2,俟我于城隅3。爱而不见4,搔首踟蹰5。 静女其娈6,贻我彤管7。彤管有炜8,说怿女美9。 自牧归荑10,洵美且异11。匪女之为美12,美人之贻 [역문] 〈얌전한 아가씨〉(패 지방의 민요)
, 참한 아가씨 저토록 아름다운데
. 성 모퉁이에서 만나기로 하였다네
, 숨어서 나타나지 않으니
. 머리 긁적이며 서성인다네
, 참한 아가씨 저토록 어여쁜데
. 내게 붉은대롱풀을 주었네
, 붉은대롱풀 윤기가 자르르
. 그 아름다움을 좋아한다네
, 교외로부터 삘기싹을 보내오니
. 정말로 아름다고도 신기하네
, 그게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 미인이 준 것이기 때문이라네
1) 「邶風」: 15국풍 중의 하나. 지금의 하남성 일부에 해당한다. 2) 「静女」(정녀): 정숙한[얌전한] 여인. 「其」(기): 부사. 이처럼. 그렇게. 「姝」(주): 아름답다. 3) 「俟」(사): 기다리다. 「城隅」(성우): 성 모퉁이의 인적이 드문 곳. 4) 「爱」(애): 「薆」(애)의 가차자(仮借字)로 숨다는 뜻. 5) 「搔」(소): (가려운 데를) 긁다. 「踟躕」(지주): 서성이다. 배회하다. 6) 「娈」(련luán): 예쁘다. 「姝」와 같은 뜻이다. 7) 「贻」(이): 증여하다. 선물로 주다. 「彤管」(동관): ① 붉은 관, 즉 붉은 색 대롱의 붓을 가리킨다고도 하며, ② 붉은 색 대롱 모양의 풀 이름으로 보기도 하며, ③ 악기로도 보는데, 여기에서는 다음 구 「荑」(제tí)와 호응한다고 보아 풀로 해석하였다. 8) 「煒」(위): 선명한 모양 또는 (붉은) 윤기가 나는 모양. 9) 「說」(열): 「悦」(열yuè: 기쁘다)자와 같은 글자로 쓰였다. 「說怿」(열역): 좋아하고 기뻐하다. 「女」(녀): 2인칭 대명사인 「汝」(녀rŭ)자와 같은 글자로 쓰였는데, 여기에서는 붉은대롱풀을 가리킨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여인도 아울러 가리키는 쌍관어(双关语)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10) 「自」(자): 「···로부터」라는 뜻. 「牧」(목): 교외, 야외의 방목하는 곳. 「归」(귀): 「饋」(궤kuì)자와 같은 글자로 쓰여 음식 따위를 선물로 주는 것을 뜻한다. 「荑」(제tí): 갓자란 띠풀. 백모(白茅). 즉 띠 · 삘기라는 풀의 어린 싹을 가리키는데 날것으로 먹을 수 있다. 11) 「洵」(순): 정말. 확실히. 「异」(이): 기이하다. 신기하다. 12) 「匪」(비): 「非」(비: 아니다)자와 같은 뜻으로 쓰였으며, 「女」는 2인칭대명사 「汝」자로 쓰였는데, 여기에서는 「荑」(이)를 가리킨다. 이하 두 구는 삘기싹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결코 그 자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이 보내준 것이기 때문이다 라는 뜻이다.
□ 설명
이 작품은 남녀밀회의 장면을 그린 애정시다. 남자는 약속대로 약속 장소에 왔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보이지 않자 머리를 긁적이며 배회하면서 조급해한다. 본래는 여자가 숨어서 그와 장난하려 했거나 어쩌면 애인의 인내심과 충성도를 시험해보고자 했을 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데이트 과정은 아름다운데, 남자는 여자가 보내온 선물을 받고서 서로에게 끌리는 사랑을 나타내었으며, 또 바람의 결과가 매우 기쁘고 흥분됨을 나타내고 있다. 분위기가 <관저>와는 뚜렷하게 대비되는데, 이 시의 격조는 가볍고 유쾌하며, 아울러 약간의 장난끼마저 띠고 있으며, 남녀 애인 사이의 끊임없는 사랑과 즐거움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데이트 과정에서 여자는 마침내 주도권을 장악하고 남자는 선택되기를 기다리게 된다. 이 점은 이후 남존여비 사회에서는 매우 드물게 보인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고 싶을 때 나는 이미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특히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만족시켜주는 것, 즉 먹을꺼리를 보면 함께 먹고 싶거나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의 애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원초적인 사랑으로, 초기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대중가요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럴 수 있어. 이해할 수도 있어. 오죽하면 나에게 그런 말했겠니? 내가 준 선물 모두 가져와. 새로 생긴 내 애인 다 줄 꺼다. 가지가지 많은 나무처럼, 바람 잘 날 없는 나인데, 굳이굳이 니가 아니라도 나뭇가진 아직 많은데... 생각해보니 별로 준 것도 없어. 반지 하나 빽 하나 달랑 구두 두 개. 내가 받은 건 그냥 내가 가질게. 니가 준 게 어떤 건지 헷갈리니까. 지지배배 우는 저 새들도 내 마음을 알고 우는데... 우지 마라 그깟 사랑 땜에. 쓰러져버릴 내가 아냐. 가라가라 다신 남자한테 사랑 갖고 장난치지 마.」
○ 《诗经》: 중국 최초의 시가집으로, 《시》, 《시삼백》 등으로도 불리는데, 한대부터 유가의 경전으로 숭상되면서부터 비로소 《시경》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작품은 서주 초기(BC1122)에서 춘추 중기(BC570)까지의 대략 500년 간 주 왕실의 세력이 미치던 지역의 작품 305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부 귀족문인들의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민간가요이다. 작품은 음악과 내용에 따라 风(15国风. 각 지방의 토속적 민요), 雅(서울경기 지방의 음악으로, 王政과 관련됨. 小雅: 향연용, 大雅: 朝会용), 颂(종묘제사용 무곡으로, 농후한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음. 周頌, 魯頌, 商頌 등으로 나뉨)으로 나뉘며, 표현수법에 따라 赋(사물을 있는그대로 서술하며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比(이것을 가지고 저것을 비유하는 일종의 비유), 兴(먼저 다른 것을 말함으로써 노래하고자 하는 말을 이끌어내는 것. 起兴. 연상작용)으로 나뉜다. 이상에서 말한 노래의 종류 3가지와 표현법 3가지를 합하여 시경의 “六義”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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