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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문화의 발원지 서주 체류기

[서주여행] 팽조원: 800세를 살았던 장수의 대명사 팽조를 기리는 공원-1

by 유경재 2019. 10. 3.

시간이 가장 더디 가야할 것 같은 중국생활이

어떻게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껴진다.

9월 중순의 천고마비의 쾌청한 전형적 가을날씨를 보이던 일요일,

집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아까와 팽조원이란 곳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손가방 하나 달랑 들고 숙소를 나섰다.

서주의 지명 중에 유난히 용龍자가 많은 것은 한나라 개국 황제인 고조 유방을 비롯해 유난히 제왕을 많이 배출한 지역이기 때문인데,

용자 외에는 팽자 또한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이 장수의 대명사인 팽조가 이 지역 사람이었기 때문이겠다.

서주를 다른 말로는 팽성(彭城)이나, 고팽(古彭)이라고도 하는 것이 다 그런 이유일 것이며, 서주시내 중심에 황제를 상징하는 황금색 빌딩이 고팽대하이기도 하다.

전설상의 인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되는 셈이다.


학교를 걸어나오는데 정말 하늘이 파랗다. 이날은

서주에 온 게 채 한 달이 되지는 않지만 이런 날은 첨일 정도로 공기도 깨끗하고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는 그야말로 파란 하늘이었다.


중국 학교는 서구와 마찬가지로 9월이 신학년 시작이다.

우리의 2학기 시작인 9월에 신입생이 입학하면 의무적으로 2주간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중국어로는 "쥔쉰軍訓"인데, 전에는 이런 걸 본 적이 없어 내가 대학 다닐 때 받았던 병영훈련처럼 직접 군부대에 가서 받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교관들이 학교로 파견 나와서 학교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


학교 앞 버스 종점에서 버스를 타면 좀 걸어야 하는데, 멀지 않으니까 택시를 타 본다.


드디어 도착. 팽조원 북문이다.


문을 들어서면.


안내판이 나온다.

팽조원은 국가 4A급 관광지라고 되어 있으며 꽤 넓은 지역에 산도 있고 물도 있으며, 동물원까지 갖추고 있다고 되어 있다.

아예 안내문이 중국어 다음으로 친절하게도 한글안내문도 갖춰져 있다. 그것도 일본어보다 앞에... 사소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다 ㅎㅎ


좌우로 구릉 같은 야트막한 산이 하나씩 있는데,

나중에 보니 각각 복을 뜻하는 복산(福山)과 장수를 뜻하는 수산(壽山)이라고 했다.

아마도 팽조가 장수하면서 행복을 동시에 누렸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입구에 다리를 지나니 좌우로 이렇게 연꽃이 가득한 호수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하얀 동상이 하나 큼직하게 길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팽조의 동상이겠지..


들어오던 출입구쪽을 보니 바로 도로 건너 산이 얼마 전에 올랐던 운룡산이고 그 위의 관경대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역시 예측이 맞다. 팽조상이다.


팽조는 본래 요임금 때 팽지에 봉지를 받았던 대팽국의 제후였는데, 자손들이 그 봉지를 성으로 썼기 때문에 팽조가 되었다고 한다. 

즉 대팽국(大彭国)의 시조로서 800세를 살았으니 결국 요순 때의 사람인 셈이다.


서주의 이번 여름은 줄곧 30도 후반 기온을 유지하며 한국보다 더 더웠다고 하는데, 여름 더위에 지친 심신을 가을 좋은 날씨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 


중앙 통로 안쪽에 무슨 확성기 소리가 시끄럽길래 가 보니


무슨 행사 후 시상식이 열리는 모양이다.


아하~ 서주시 제1회 전 시민 건강체육대회였었구나.

이 팀은 2등이었네.


왼쪽을 보니 기와집이 하나 보인다.

팽조를 모신 사당이겠지...


팽조사. 사당이 맞다.


오른편에는 목숨 수자, 왼편에는 복 복자. 그리고 그 가운데 수복을 다 누렸던 팽조께서 자리하고.


사당 뒤편으로 길이 나 있어 따라가 보니 이렇게 약간 오르막이다.

여기가 바로 복산인 모양이다


중국의 등산로는 이렇게 인공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이 덜 훼손되는 듯.


야간에 조명을 밝히는 등에도 모두 복자와 수자가 새겨져 있다.


다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어디서 끌어들인 물인지 시원한 소리를 내며 나즈막한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복산이란 말이겠지.


폭포가 끝나는 곳에 요렇게 작은 연못을 만들어 놓았고 그 안에 금붕어를 풀어놓았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낚시가 한창이다.


또 다른 길을 따라 이번에는 중앙 통로쪽으로 향하는데 도중에 이런 인물조각상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누굴까?


위진남북조시대, 남조의 송나라 때 세설신어란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일화를 내용으로 하는 책을 쓴 사람이다. 서주가 본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 동상들은 모두 서주가 배출한 역사적 인물들인 모양이다.


주변 동상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런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바깥의 동상들을 비롯해 서주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것을 소개하는 서주인물전시관이다.

입장료는 무료.



전시실이 시대에 따라 한나라 이전과 한나라, 한나라 이후 그리고 근현대까지 나뉘어져 있다.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는 예감이다.


서안에는 한나라 이전의 진나라 병마용이 대규모로 있다면 서주에는 한나라 때의 병마용이 서안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발견,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아니지만 그것을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제왕의 기운이 가득한 서주.



요순시대부터 시작된다.

역시나 팽조가 서주 역사의 출발이다.


해학적이며 즐겁게 사는 사람이 장수한다더니 팽조상이 그것을 말해주는 듯.

나처럼 이렇게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살아들 보세요. 그럼 장수한답니다~~


중국 역사상 장수의 상징인 된 인물, 팽조.


중국 요리법을 처음 발명한 요리사의 시조이기도 하다는데 이건 몰랐네...


중국의 양대사상 중 노자를 시조로 하는 도가사상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사는 걸 주장하는데 그러다 보니 장수와 관련되어 있고, 그것은 결국 신선사상과 연결되어 도교로 발전하는데, 팽조는 노자 이전 도가사상, 도교의 먼 시조, 즉 원조인 셈이 된다.


지금의 서주인 대팽씨국의 시조이기도 하고.


도가의 신선술과 관련된 구체적 수련법 중의 하나인 기공의 시조이기도 하단다. 당연히 기의 움직임을 중요시하는 태극권 같은 중국무술의 시조가 되기도 하겠지.


계[혜?]중이란 인물도 있었네.

중국 고대 수레문화의 시조라고 하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네.


중국 제일이면 세계 제일인가?

하긴 전설 같은 인물이니 세계 제일이 될 수밖에~~


여기는 뭔가?

장기판이란 말인데...그렇다면 초나라 항우와 4-5년 전쟁 끝에 승리하여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전시실인가?


한나라 인물 전시실.


초한 전쟁 때 많은 공을 세워 한나라 초기 삼걸 중의 한 사람에 속하는 소하. 특히 본래 항우 밑에 있었던 한신을 발탁, 유방에게 추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이 전시관에서 팽조와 함께 양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 고조 유방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너무 평면적이면 지루해 할까봐 이렇게 입체 전시도 해 놓았고.

유방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이야기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