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감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서주에 도착해서 건축학원 외국인숙소에서 짐을 풀어놓고 밤을 맞던 그날,
앞으로 1년을 혼자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치 어두운 나락으로 끊임없이 추락하는 느낌을 받던 날이 벌써 휙 저 뒤로 사라져가고,
그 사이 추석도 지나고 새로운 한 주가 또 시작되었다.
서주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아 찾아나선 곳이 바로 서주박물관이다.
서주는 옛날 우임의 하나라 때 팽조라는 장수로 이름난 사람이 다스리던 고을이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 하면 기록에 의하면 8백 살을 살았다고 하니 어쩌면 전설 속의 인물일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서주의 역사는 팽조로부터 시작하기에 팽성이라고도 불리며,
지금도 팽조원(팽조를 기리는 공원)과 고팽빌딩 등 팽자가 든 지명이 여러 곳 있다.
이후 진시황 사후 등장한 두 영웅, 유방과 항우와도 관계가 깊은 곳이 서주이기도 하다.
유방의 고향이자 항우의 애첩 우희의 무덤이 있는 곳도 서주시 패현이란 곳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8월 25일 숙소를 나서서 중국인 지인의 소개로 핸드폰에 깐 어플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실험해 보기 위해 학교 동문 앞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부르니 금새 택시가 지정되고 곧바로 도착, 운룡산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서주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 입구의 스핑크스는 무슨 뚱딴지인가?
중국에서 공공박물관은 무료 입장이다.
다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니 여권 지참이 필수일 듯.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전시관은 양한 문화의 발원지 박물관답게 유물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있다.
유물 발굴 시를 재현해 놓은 곳.
일반적으로 하나라는 중국의 역사시기의 시작으로 꼽는데, 그때 사람부터 살던 흔적들이 어딘가에 남아있거나 묻혀 있었을 것이니 유물, 유적이 얼마나 많겠는가.
술병.
술잔.
하나라 때 팽조가 다스리던 곳이 바로 이 지역 서주.
오래된 유물이지만 정교하다.
관청, 관리들의 직인.
여기에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은 진짜일까?
이건 흡사 진품 같기도 하고.
박물관 전시관 안내도.
동경. 청동으로 된 거울.
박물관에서 동경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건 저 금속이 어떻게 사물을 비춰줄까?
차라리 고요한 수면이 훨씬 낫지 않을까.
토용.
흙으로 만든 인형.
시신에게 수많은 옥편(玉片)으로 수의를 만들어 입혔다.
금편(金片)으로 만들기도 했던 모양이다.
발굴 당시의 모습.
옥편 수의 재현 모습.
엽전꾸러미.
탐관오리의 창고가 아니었을까?
경주 용강동에서 발굴된 토용과 흡사하다.
상당히 민중적이며 해학적으로 생활상을 흙으로 만들어 놓았다.
부엌 아궁이와 솥.
쇠사슬 갑옷.
웬만한 장사가 아니면 저런 철갑옷을 무게 때문에라도 견뎠겠는가?
진시황 사후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란 두 영웅이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4-5년 동안 용쟁호투.
결국엔 한나라 유방의 승리로 한나라의 역사가 시작된다.
서안에는 진나라의 거대한 규모의 병마용이 발굴되어 현재 서안의 대표적 관광지가 되어 있는데, 이곳 서주에는 한나라의 병마용이 진 병마용보다 규모도 작고 실물보다 축소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현재 발굴되어 가장 중요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3년 1월에 출장 차 왔을 때 방문했었는데, 지금은 그 규모를 확대시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조만간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함께 찾아가 볼 계획으로 혼자 가는 것은 참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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