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작년 2010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비록 뿌듯하게 산 것 같지는 않은 한 해지만 마무리만은 멋지게 하고 싶어 양양의 낙산해수욕장의 한 숙소를 아주 미리 예약했었다.
그리고 오전부터 서둘러 집을 출발해 숙소에 도착, 체크 인 후 바로 찾은 곳이 바로 낙산해수욕장에서 주문진 가는 길, 현남면 바닷가에 있는 휴휴암이다.
암자라고는 하지만 제법 규모도 크고, 바로 바닷가에 임해 있는 나름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암자이다.
바다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용왕을 벽화로 그렸으리라.
난간의 즐비한 단청과 색색의 둥근 연등, 그리고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다 반대편의 요사채가 들어서 있는 곳.
인심 좋은 포대화상의 모습.
뒷편의 안내문을 클로즈업하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손때를 탄 저 부분들은 왜 그럴까.
번뇌를 없애려면 귀 막고, 입 닫고, 눈 가리면 되려나...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주만물은 본래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서로 의존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란 존재도 알고 보면 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으니, 나도 너일 수 있고, 너도 나일 수 있다.
현대의 우리 모두는 애시당초 구분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등급지우면서 스스로 번뇌에 빠져들고 있다.
본래 둘이 아니다.
암자 아래쪽의 바다 풍경.
멀리 햇빛이 드는 곳의 바닷속 두 개의 바위 중 육지와 가까운 쪽이 바로 거북바위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윗면이 거북의 갈라진 등짝 같기도 하다.
거북이 육지로 향하고 있는데, 거기에 햇빛이 반쯤 드는 바위가 누운 관음상이라고 하는데...육안으로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각도를 달리해서 봐도 여전히 그 형체가 관음상과 거북으로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암자 앞의 바다 풍경.
사이에 낀 사다리꼴 바위는 멀리서 보면 마치 찡그리거나 윙크하는 사람의 얼굴 모양 같다.
이곳은 방생하는 물고기를 파는 곳.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리다 이렇게 원만한 모습으로 변한 바위.
공룡의 발자국처럼 움푹움푹한 것은 또 어떤 풍화작용 때문이었던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사람들이 적잖다.
발가락을 닮은 바위.
바람에 의한 것은 아닐 터, 그렇다면 이 모든 게 오랜 세월 물에 의한 마모이리라.
그래서 물은 유약하지만 물을 이기는 것이 없다고 노자는 말했으리라.
정말 발바닥 같다.
용암이 흘러내린 그 흔적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을 말하려는가.
끝도 없이 해변으로 밀려드는 저 파도들은...
세재를 풀어놓은 듯 온통 하얀 거품 세상이다.
바닷가 바위에서 다시 올라오니 요사채 맞은편 쪽에 높다랗게 관음상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옆의 건물은 범종각.
목어와 범종.
관음상의 모습.
비록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였지만 햇살이 눈부실 정도의 청명한 날씨였기에
휴휴암에 대한 첫인상을 상당히 깊게 새길 수 있었던 기회였었다.
'여행 본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학사 가는 길 (0) | 2011.01.29 |
---|---|
남근숭배의 고장: 삼척 해신당 (0) | 2011.01.19 |
송구영신: 눈내리는 낙산사 (0) | 2011.01.15 |
성탄절 연휴 속초여행: 속초중앙시장과 대포항 (0) | 2011.01.09 |
성탄절 연휴 속초 여행: 설악산 비선대 (0) | 2011.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