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전 가족 여행을 떠났다.
거의 한 달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으로, 성탄절 연휴를 속초에서 보내기로 했다.
마침 고1짜리 아들녀석도 연휴기간 기숙사 의무퇴사라고 하여,
금요일 늦은 시간에 양평으로 아들을 픽업해서 새로 생긴 춘천고속도로를 통해 속초로 떠났다.
구제역 방역 때문에 곳곳에 정체가 있었기에 숙소인 한화리조트에 도착하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한화콘도는 본관이 전면 리모델링 중이라 별관만 사용 중이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일기예보는 금요일부터 연휴기간 내내 혹한을 예고하였는데,
오후부터 들이닥친 찬바람이 밤이 되자 살을 도려내는 듯 했다.
다음날 아침,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건만
창을 때리는 바람은 대단한 기세로 불고 있다.
가로등이 휘청거린다.
설악산 산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가능할 지 걱정이 앞선다.
일단은 복장을 단단히 차려 입고 숙소를 나선다.
사람을 날려버릴 듯한 강력한 찬바람이 우리를 맞는다.
노자에 나오는 종일 부는 폭풍이 없다는 말이 진실이길 믿으면서 설악산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주차장 안내원의 말에 의하면 설악산 대부분의 코스가 강풍으로 폐쇄되었으니 일찌감치 돌아가는 게 낫다고 한다.
그러나 우린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한다.
설악산 국립공원 상징인 입구의 곰 동상.
연휴 첫날인데도 공원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찬바람이 전깃줄을 울리는 소리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언 하늘에 울리는 겨울 소리.
권금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는 당연히 운행 정지.
공원 입구의 인적 하나 없는 모습.
그 누가 이 장면을 보고서 연휴를 맞은 국립공원의 풍경이라고 하겠는가.
어쨌든 시작한 이상 단도리를 단단히 하고 가자.
부처님의 모습은 오히려 의연하기만 하다.
바람은 사진에 나타나지 않으니 파란 하늘, 푸른 소나무, 메마른 낙엽수, 그리고 철탑과 부처님의 모습.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폭의 풍경인가.
이 사진은 하산할 때 찍은 사진이다.
오후가 되자 그래도 사람들이 조금 많아졌다.
어디로 갈까.
울산바위와 금강굴은 등산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둘 중에서는 좀 더 거리가 먼 비선대가 좋겠다.
비선대 가는 길.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세한연후에 송백의 절개를 안다고 했던가.
주변의 낙엽수가 옷을 벗으니 그제사 그 존재가 부각되는 소나무들.
바람만 불지 않으면 오늘 날씨, 정말 그만인데...
먼 암봉의 깨끗한 자태.
계곡도 겨울이 되자 수량이 줄어들고 바위가 드러나 있다.(水落石出이라고 했던가)
그나마의 물도 얼어 있어 마치 멈춰버린 것 같다.
이런 암봉도 있다.
이런 경치는 또 어떤가.
먼 산봉우리를 줌으로 당겨 보기도 한다.
드디어 도착한 비선대.
비선대 위의 기이한 암봉들.
겨울이 되자 오히려 그 모습이 더 두드러진다.
비선대.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 계곡으로 계속 오르는 길.
비선대의 휴게소.
추운 날씨에 경치고 뭐고 몸을 녹이는 게 우선이다.
동동주 한 잔에다 따뜻한 어묵국.
해물파전과
설악산의 명물 감자전까지.
조금은 몸이 녹는다.
하산길에 공원 입구에서 본 산악인 위령비.
이은상의 조시
여행에는 날씨가 가장 큰 부조라고 했는데,
무슨 죄업이 있길래 모처럼의 여행에 혹한을 맞았는가.
강한 한풍은 산을 내려온 이후에도 그칠 줄을 모른다.
우리는 회를 사기 위해 서둘러 속초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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