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
남도의 어느 이름 없는 포구에는 수백 명 무고한 영령들이 아직도 맴돌고 있으리라.
기억을 반추해 보건대, 그날 2014년 4월 16일은 상해에 있던 때로,
그날은 상해대학 중문과 대학원생들에게 특강을 하기 위해 아침에 학교로 떠나기 전
핸드폰을 통해 본 인터넷 뉴스에 침몰과 희생, 이어서 전원 구조라는 소식까지 보고 난 후 안도한 후 종일 학교에 머물다가
학교에서 제공한 만찬까지 마친 후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 다시 접한 뉴스는 그야말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불가한 상황들로 변해있었지 ㅠㅠ
그리고 이후 중국의 티비 화면에도 기울어져 물에 잠겨가는 세월호가 마치 침몰 중인 조국 한국의 당시 모습처럼
잠시도 떠나지 않으며 나를 슬프고, 우울하고, 분통이 터지게 했었지.
지하철을 타도 모니터 화면에는 예의 그 침몰선이 나를 마주하고,
그 많은 시간에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한국인의 구조 실황을 후진국이기 때문이란 비아냥을 어깨 너머로 들어야 했었지.
그러나,
결국 나 혼자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는 정보는 한계가 있게 마련,
주변에는 슬픔, 아픔, 분통을 함께 나눌 한국인이 없어 그렇게 속으로만 그 모든 감정을 삼키면서 몇 개월을 보낸 후
8월 초 귀국, 귀국과 동시에 국가보다 가정에 더 급한 일이 터져 그렇게 또 2년을 정신없이 휘둘리다 겨우 정신을 차리니,
아직도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았었지...ㅠㅠ
이제 인양도 끝났고, 남은 미수습 9인의 시신을 찾고 있는 단계에
늦게, 너무나도 늦게 나마 이렇게 그 아픔의 현장을 찾을 수 있었던 건,
희생된 수많은 영령에 대한 나 자신의 최소한의 사죄라고 할 수 있기에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목포에서 진도로 넘어가는 도중, 목포 신항에 거치되어 있는 세월호의 모습.
갈색의 큰 배 앞에 불안한 자세 모로 누워 있다.
처음 찾은 진도 팽목항.
주말마다 아직도 위령의 행사가 있다고 한다.
세월호 기억의 벽.
분명 다시 피어나리라.
더 환하게 아름답게 멋지게~~~
수많은 안타까움이 마디마디 서려있는 리본, 리본들...
삶과 죽음이 아니라, 사라져버림에 대한 두려움~
이렇게도 무능한 정부의 잘못, 그리고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령,
산자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분명 하늘나라는 있다.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안타깝게 희생된 무고한 영령들은 새로 꽃을 피워야 하고, 그렇게 만든 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포구엔 석양마저도 빛을 잃고 슬퍼한다~~
다음날 진도에서 목포로 넘어와 찾은 목포신항.
철조망 너머 가련한 모습의 세월호.
날렵한 모습의 배 하부를 드러낸 채,
제자리를 못 찾고, 육지에 불안한 모습, 세로로 누워 있다.
아직도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음을 소리쳐 알리고 있다.
늦었다. 많이 늦었다~~
그 사이 우리 가정에도 그에 못잖은 두 개의 큰 일이 있었다.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길 바랄 뿐~~
이번 목포 진도 여행의 다른 여정은 어쩌면 세월호를 위한 조심스런 구실에 지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여행 본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도여행] 삼별초의 항거지 용장산성과 진돗개테마공원 (0) | 2017.08.23 |
---|---|
[진도여행] 남종화의 산실 허련의 운림산방과 세방낙조 (0) | 2017.08.23 |
[진도여행] 토요민속여행 공연 (0) | 2017.08.02 |
[중국여행][연변여행] 두만강 푸른물에~2 (0) | 2017.07.28 |
[중국여행][연변여행] 두만강 푸른 물에~1 (0) | 2017.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