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여행의 밤은 회포풀기를 빙자한 새벽까지 이어진 음주로 잠들지 못하고,
잠깐 눈을 부친 이튿날,
1박2일 여정의 둘쨋날 여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찾은 곳은 진도의 개, 즉 진돗개 테마공원이다.
진돗개와는 슬픈 인연이 있기에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벌써 5년 쯤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아내가 모임에 갔다 오는데, 느닷없이 박스 하나를 안고 집에 들어왔다.
열어 보니 어리고 여린 귀여운 황구 한 마리가 빼꼼히 나를 쳐다 보았다.
사연인즉,
모임의 한 친한 사람이 남편이 축산학과의 토종개 연구실에 근무하는데,
그곳에서 관리하는 순수혈통에 매우 가까운 진돗개가 얼마 전에 새끼를 낳아,
기르고 싶은 몇 사람에게 나누어준다고 해서 받아왔다고 했다.
나야 원래 개를 무척이도 좋아하던 터라 앞으로 더 크게 되면 좁은 아파트에서 어떻게 감당할 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처음 식구로 맞은 새끼 진돗개와 친해지려는 노력에 정신이 없었다.
하루 이틀 정도는 얌전히 움직임이 거의 없고 먹는 것도 시원찮더니
며칠 지나 얼굴이 어느 정도 얼굴이 익었는지 행동이 좀 활발해졌다.
개껌도 사다주고, 같이 장난도 치는데,
무엇보다도 골프공을 굴리니 쪼로록 따라가 물고 가져 오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항렬자이면서 한국골프여제라고 할 수 있는 세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몇 달을 살다보니
금새 덩치가 커져 드디어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돌파구가 있으니, 시골 부모님 댁에 가져다 주기로 하고,
어느날 차에 태워 시골집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가슴이 짠하여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대구에서부터 충주 초기까지 우리집의 한 식구 역할을 톡톡히 하다가 어느날 아침 아파트 밖을 나갔다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요크샤테리어도 언뜻 머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이후 부모님께 세리의 안부를 물으면 음식을 줘도 잘 먹지 않고, 부모님을 외면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외면과 우울이 1년을 더 갔으며, 우리가 가면 그제사 생기가 좀 돋는 듯 했고,
어느때는 줄을 풀어놓은 상태에서 우리가 차를 타고 떠나니 차를 따라 동네를 벗어나 한참이나 따라 오던 모습이 백미러를 통해 보였을 정도였다.
진돗개는 첫주인만 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했다.
후에 슬픈 소식은 음식도 제대로 안먹던 세리는 끝내 어느날 아침 주검으로 부모님과 우리 가족 모두를 슬프게 했고,
더욱이 우리를 참 나쁜 주인으로 만들고 저승으로 떠나버렸다. ㅠㅠ
그런 세리의 원적이 바로 여기 진도이니, 그 테마공원에 어찌 가 보지 않겠는가?
넓은 방사장 여러 곳에 진돗개들이 사람을 따라 철망 주위로 몰려든다.
사람이 반가운 모양이다.
백구 세 마리, 형제들인가 보다.
공원을 거닐던 내내 세리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벗어나지 않았다 ㅠㅠ
진돗개 테마공원을 나와서 다음은 용장산성을 찾아간다.
가는 길에 잠시 쉬어갔던 벽파정.
고려 때 창건했다가, 조선 때 중건했고, 이후 다시 허물어져 최근에 다시 중건한 벽파정.
자세히 보니 바로 작년에 중건된 완전히 새 건물이다.
전망 좋고.
벽파정 정자 안에서 잠시 더위를 식혔다가 다시 용장성으로 향한다.
여기가 바로 용장성터.
용을 숨긴 성. 용은 임금을 상징한다.
사연인즉..
고려 원종 때 몽골군의 침입을 받아 강화조약을 맺고 개경으로 환도하자 이에 반대한 삼별초군이 원종의 육촌인 온(溫)을 왕으로 추대하고 진도로 내려와 항거하였는데, 이때 고려의 장군 배중손이 이끈 삼별초군이 대몽항쟁(1270~1271)의 근거지로 삼기 위해 쌓은 성이다.
당시 몽골의 침략의 집요함이 실로 대단하다. 하지만 이에 항거한 우리의 선조들의 기백은 더 대단하다.
인걸은 간 데 없고 그 터만 남아있네.
어찌된 셈인지 일요일이건만 찾는 방문객은 거의 없다.
진도여행 첫날은 문화예술기행이었다면 둘쨋날은 역사기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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