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도착, 다음날은 어머님을 모시고 외식을 할 계획이었는데,
문득 우리 내외와만 가면 뭔가 심심할 듯 하여,
집을 나서기 전에 이제 한 분 생존해 계신 포항에 살고 계신 당숙 내외분을 모시고 갈 생각에,
전화를 드리고 일부러 포항까지 차를 몰고 가니,
입으로는 연신 뭐 할라고 이까지 오노 라고 하시지만 속으로는 좋아하시는 게 역력해 보인다.
두 분을 차에 모시고, 다시 안강으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식성 까다로우신[별달리 까다로운 게 아니시고, 생선이든 육류이든 웬만한 고기란 고기는 다 싫어하시고, 오로지 채소만 드시기 때문] 어머님이 추천하는 추어탕 집이니,
그 맛은 보증할 수밖에 없다.
마침 당숙 내외분도 추어탕을 좋아하신다고 하니, 비록 하루 전 중복이었지만
더위에 지친 몸에도 괜찮을 듯 하여 선택한 집이다.
어머니, 이제 보니 고운 얼굴에 주름살도 많이 늘었다.ㅠㅠ
며느리가 해준 천연염색 원피스와 저고리, 맏손녀가 사드린 명품?백을 들고, 외출 준비 끝.
겉으로 보기엔 흐름한 창고 같은 식당.
이 집이 도대체 어떤 식당이길래, 어머니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달성은 이 지역 이름이고,
거랑은 이 지역에서 도랑, 시내 등을 일컫는 말인데,
한자는 음만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이 달성천인데, 예전에 이곳은 은어를 잡을 정도로 물이 맑았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안으로 들어서니 공간이 제법 넓다.
메뉴판을 보니 추어탕보다 개고기가 전문인 것 같다.
시집을 비슷한 시기에 와서 함께 고생했다는 종숙모와의 이야기가 끝이 없다.
이렇게 자주 만나게 해 드려야 하는데...
내가 멀리 떨어진 객지에 살다 보니 그게 여의치가 않아 못내 안타깝다.
추어탕 한 상 차림.
경상도, 특히 경주쪽의 추어탕은 일단 국물이 맑다, 그래서 시원한 맛이 난다.
여기에 혀에 아리는 제피가루를 타서 먹으면 비린내도 없고, 여름 가을 한철 건강보양식으로 최고다.
맛을 보니, 어릴 때 먹던 바로 그맛이다.
아~그래서 어머님 입맛에도 어느 정도 맞는구나.
지금까지 어머님의 식성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육류, 생선 등 고기류는 싫어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고기도 종류에 따라서는 드시는 게 있는데, 그걸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내가 불초한 아들이다.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은 가능한 자주 찾아뵙고, 새로운 음식, 새로운 구경꺼리를 체험할 수 있게 해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포항으로 당숙 내외분을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뭔가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져 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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