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성탄절 연휴에 모처럼 전가족이 함께 한 속초 여행,
그날의 기록들은 아직 채 정리를 못한 채 있는데,
오늘 아침 잠에서 깨니 세상이 다시금 은세계로 변해 있다.
눈덮인 겨울산을 보기 위해 아침을 먹은 후 아이젠 등을 챙겨 서둘러 아파트 뒷산으로 올랐다.
처음 충주에 입성할 때 잡은 터전을 10년 동안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 중의 하나가 산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굳이 다른 곳으로 이사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계명산은 정상이 대략 700여 미터인데,
아파트 뒷쪽에서 오르면 왕복 5시간은 족히 소요되는 긴 거리이다.
때문에 정상은 자주 가지 못하고,
한 번 가려면 시간을 내어 작정을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은 보통 때, 즉 오늘 같이 즉흥적인 산행은 주로 왕복 1:30 정도의 거리인 송신주(느티나무쉼터)까지 갔다오곤 한다.
오늘 목표도 바로 거기까지 왕복이다.
이 산 역시 계명산이라고 부르면 될 터인데, 굳이 이름을 달리하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때는 "후곡산"이라고도 하더니 이제 우리말로 "뒷목골산"이라고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등산로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가꿔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안에서 창문을 통해 봤을 때보다 내린 눈의 양은 얼마되지 않았다.
1cm가 되려나...
주공4단지 옆의 부강(옛 한우리)아파트와 그 뒷편의 금릉초등학교가 보이고,
그 사이로 조금 뒤로 우뚝하게 충주시청이 회색 하늘 가운데 보인다.
20분 정도 오르면 연수정이란 조그만 정자가 나온다.
충주시민이 쉽게 찾는 산은 이곳과 남산 두 곳인데,
남산은 깔딱고개까지 끊임없는 오르막과 이후 능선길로 이루어진 반면에,
이 산은 정상까지는 물론이요, 느티나무쉼터까지도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산길이다.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이 산처럼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 더 좋다.
마치 인생살이의 부침 역시 그런 것 같아서...
하늘은 잔뜩 찌푸린 잿빛이다.
내린 눈이 아직 성에 차지 않은 듯, 곧 더 뿌리겠다는 듯.
그런 하늘 뒤로 마치 낮달 같은 오전 해가 떠 있다.
길 옆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낙엽수림.
하얀 분화장을 살포시 하고 있다.
길 위에 쌓였던 눈은 부지런한 사람들의 신발창에 묻어 따라가며 사라지고...
어제와는 완연히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길 중간에 자리잡은 무덤 하나,
정말 명당 중에 명당이다.
일 년 내내 산을 좋아하는 어진 사람들이 좌우로 다니며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외롭지 않아 그 얼마나 좋겠는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꾸며지는 등산로라서 그런가.
전에 없던 이정표도 튼튼하고 깔끔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느티나무쉼터 바로 아래의 전망대에서 바라 본 충주시내 풍경,
안개 자욱한 가운데 도시가 잠겨 있다.
느티나무 쉼터.
2002년 6월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때,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누군가 이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내 생각엔
충주시에서 조금 돈을 들여 이곳에 2-3층의 간단한 전망대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이곳은 동쪽으로 계명산 정상과 그 너무 충주호를 제외하고는
남쪽으로 시내 전 지역, 서쪽으로 탄금대와 주덕쪽, 북쪽으로 동량면 일대가 모두 보이는 이른바 3면이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그래서 금방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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