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마애불.
지그시 감은 두 눈과 다문 입술이 빚어내는 표정은
속세와 중생, 망국의 한을 품은 신라유민까지 불쌍하게 여기는 듯이 보인다.
마애불상 앞에서의 전망. 멀리 앞산에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군데군데 버짐을 앓는 아이의 벗어진 머리처럼 허옇게 보인다.
마애불 옆의 암자, 극락보전.
그렇게 마애불 주변을 서성이면서 인생과 운명, 종교 등에 대해 생각하다가 하산을 시작. 숲의 나무들이 모두 준비를 끝내고 겨울잠에 들어가 있다. 숲길이 투명한 운치를 자랑하고 있다.
좌우의 속살들을 훤히 드러낸 겨울산길이 일요일이건만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호젓하다, 어딘지 익숙한 듯 하여 정겹다, 그래서 좋다.
다시 덕주사로 내려와 경내로 들어섰다. 빈터에 조금씩 불사를 채워가는 스님의 공력이 존경스럽다.
덕주사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이렇게 학소대(鶴巢臺: 학이 깃들었던 곳)를 만나게 된다.
산성 옛터.
산성의 성문 역할을 했던 덕주루.
월악산 계곡의 바위들은 대부분 저렇게 단층을 이루고 있다. 어쩌면 저 사이에서 조개 화석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2월 중순의 일요일, 덕주사와 마애불을 탐방한 불심에 젖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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