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셋째 일요일, 집에만 있기엔 가는 한 해가 너무 아쉬워
지난 주에 이은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장소는 월악산의 덕주사와 마애불로 정하고 느지막히 길을 나섰다.
일요일이라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예상외로
평일처럼 한적한 산길 초입이었다.
덕주골 입구를 지나면 금방 이렇게 계곡을 만난다.
차갑고 투명한 계곡물에 마치 꿀처럼 윤기가 흐른다.
덕주산성의 덕주루에서 계곡을 바라본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계곡의 바위가 마치 햇빛을 덮어 쓴 듯 하얗다. 마침 우리 뒤로 한무리의 단체 산행객들이 떠들썩하게 따른다. 조용한 산행에 방해가 될 듯 하여 그들을 먼저 앞세운다.
덕주사. 언덕 위의 범종각은 요 근래에 세워진 듯 하다. 앞세운 사람들이 여기서 또 만난다. 이러다간 오늘 산행 내내 시끌벅적할 것 같다는 생각에 덕주사에서는 조금 더 오래 머물다가 출발한다.
월악산의 최고봉은 영봉으로, 일반적으로 덕주골 코스와 동창교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두 코스 모두 왕복 대략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역시 계곡에 자연스럽게 널부러져 있는 크고작은 바위들.
숲이 무성하던 봄-여름-가을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길에서 조금 숲으로 들어간 곳의 바위 밑에는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돌탑들이 올망졸망 세워져 있다.
어~저기 연리지 아닌가. 지난 주 괴산 산막이 옛길 초입에서도 보았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같은 뿌리의 나뉜 두 줄기의 가지가 중간에서 합체한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연리지는 아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입구자[ㅁ] 나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에 걸맞는 적당한 스토리텔링을 만들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보니 덕주사에서 마애불로 가는 산길 주변에 연리지를 닮은 입구자 나무들이 적지 않다.
이건 또 무슨 시츄이에션인가. 세 나무가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인데, 가만 보면 두 개의 같은 종류의 나무가 하나의 다른 종류의 나무를 감싸고 있는 형세다. 여기도 적당한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 이를테면 삼각관계?
마애불이 가까와진다. 마애불 조금 못미친 아래쪽에 이렇게 바위 사위에 가로로 뿌리를 내린 노거수가 우리를 맞는다. 가만 보면 본래 바위가 갈라진 것이 아니라, 나무의 뿌리가 뻗어가면서 그 힘에 바위가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 저 나무, 나보다도 훨씬 연륜이 높은 나무, 그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을 표한다. 마애불의 원력이 작용해선가.
이 나무와 바위에도 적당히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그야말로 산책로 같은 산행길, 마애불에 참배하러 다시 오른다.
'토요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명산 서쪽 자락 뒷목골산 (0) | 2010.12.28 |
---|---|
월악산 덕주사 마애불 2 (0) | 2010.12.21 |
괴산 산막이 옛길: 천장봉 등잔봉 산행 5 (0) | 2010.12.14 |
괴산 산막이 옛길: 천장봉 등잔봉 산행 4 (0) | 2010.12.14 |
괴산 산막이 옛길: 천장봉 등잔봉 산행 3 (0) | 2010.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