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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본능

[제천여행] ♬천등~사~안 박달재를

by 유경재 2015. 4. 22.

휴일에 집에서 쉰다는 것은 타고난 기질상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천성을 가족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 심할 경우, 크진 않지만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봄은 예년에 비해 빨리 오는 듯 하더니만

봄꽃이 핌과 동시에 잦은 비바람으로 상춘의 시간은 오히려 더 짧아진 듯 하여

급기야 봄이 사라질까봐 조바심이 나기까지 한다.

 

지난 일요일, 밤새 비가 오더니 그 비가 오전 내내 내렸다.

이러다간 휴일 이틀간 방.콕.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아 온갖 구실을 대며 가족들을 채근하여

오전 느즈막하게 집을 나섰다.

 

구체적 여행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우선 가장 가까운 이웃 도시인 제천으로 드라이브한 후 그곳에서 점심이나 먹고 오기로 했다.

 

봄비 치고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줄기차게 내린다.

드디어 박달재로 오르는 옛길과 만난다.

 

길가쪽 진달래가 우리를 반기고 있다.

 

윈도우브러쉬가 지나가도 금방 빗방울도 차창이 흐릿해진다.

박달재 정상에 도착.

 

무슨 꽃인가?

자주 보았고, 그래서 알던 꽃이름이건만 금새 또 잊어버린다. ㅠㅠ

 

경상도 선비 박달이 서울로 과거 보러가는 길에 이 고개 아래의 한 인가에 묵었다가 그집 처녀 금봉이와 눈이 맞아 정을 통했고,

과거에 급제한 후 다시 찾아와 아내로 맞겠다고 떠났지만, 끝내 과거에 낙방한 박달은 금봉에게 면목이 없어 찾아오지 못하다가,

마침내 찾아오니 그새 기다림에 지친 금봉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고, 박달 역시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서린 곳,

박달과 금봉의 사랑은 두 사람 모두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이 났다는 점에서 약간은 중국의 악부시 <공작동남비>와도 닮아있다.

예전에 이곳을 몰랐을 때는 박달재 노래를 곧잘 "천둥산"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는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으로 불리는 세 산이 인접해 있다. 

 

기념동상 옆에는 목련이 한창 탐스럽게 피어 있다.

마치 박달과 금봉의 순백의 사랑처럼 그지없이 희고 풍성하다.

 

탐스럽다.

빗방울이 그들의 눈가에 어린 눈물 같이 영롱하다.

 

이렇게~~

 

속세의 목련은 이미 꽃잎 다 땅에 떨어지고 없건만

이곳은 이제 한창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전에 못보던 기념물이 들어서 있다.

고려 명장 김취려 장군을 기리는.

 

박달재를 내려가며 제천으로 들어간다.

 

개나리, 벚꽃 등이 길가에 도열해서 우리를 전송해주고 있다.

 

정말이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숲은 회갈색 일색이었건만 어느새

이렇게 연두빛 초록빛으로 바뀌어 있다.

 

가로수 벚나무는 고도가 낮아질수록 꽃보다 잎이 더 많아진다.

 

마침 청풍에 벚꽃 축제가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있다길래, 그곳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금월봉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휴게소 옆으로는 기암의 봉우리가 생뚱 맞게자리하고 있다.

비는 계속 내리고...

 

휴일을 맞아 상춘을 위한 등산객을 싫은 관광버스가 유난히 많이 다닌다.

이곳 휴게소에도 몇 대의 버스가 정차해있고,

등산객들은 준비한 천막 아래에서 먹자 파티를 벌이고 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대부분 벚꽃들이 이미 떨어지고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어느 곳에 이르니 이렇게 아직 만개해 있다.

이렇게 말이다.

 

다행이다.

늦은 벚꽃 터널을 느리게 유유히 지난다.

 

그렇게 또 한참을 가니,

청풍문화재 단지와 연결되는 청풍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직전에서 급하게 여정을 결정한다.

그래, 나는 가본 곳, 그러나 가족들은 처음인 곳, 정방사에 가보자.

정방사는 청풍대교 직전 삼거리에서 왼쪽 호반길로 접어들어가야 한다.

 

청풍대교에서 정방사 가는 길 좌측 산은 작지만 아름다운 가은산.

그리고 정방사 못미쳐 괜찮은 펜션형 리조트인 ES리조트가 있다.